주간동아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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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지난 10년간 갈고닦은 경쟁력으로 세계시장 본격 진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11-21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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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 주인공 장그래.

    “‘책을 넘어, PC를 넘어, 모바일을 넘어 글로벌로.’ 저는 이것이 지난 10년간 네이버 웹툰이 걸어온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전문 기업 네이버의 웹툰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사업부문 셀장이 한 말이다. 그는 11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웹툰포럼’에서 “올해는 네이버 웹툰이 세계 진출을 시작한 원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만이 아니다. 이것은 지난 10년간 한국 웹툰이 걸어온 길이고, 올해는 한국 웹툰이 세계무대에 본격 진출한 첫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웹툰의 효시로 2004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완결한 ‘순정만화’(강풀 작가)를 꼽는다. 연재 당시 조회 수 6000만 회 돌파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뿌린 이 작품 이후 수많은 웹툰이 탄생했고, 그들 중 상당수가 이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스토리산업팀 이대군 주임은 “요즘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에 이은 한류의 세 번째 주자는 웹툰’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올해 주요 웹툰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해 웹툰 산업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요 웹툰 사업자들 해외서 성공



    첫 테이프는 다음카카오(다음)가 끊었다. 다음은 북미권 웹툰 포털 타파스미디어와 제휴해 5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한 웹툰 일부를 해외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7월에는 네이버가 자사 메신저 ‘라인’ 플랫폼을 통해 영어권(49편)과 중화권(58편)에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도 10월부터 콘텐츠를 중국 큐큐닷컴과 유요치에 공급 중이다.

    웹툰은 인터넷통신망을 의미하는 ‘웹(web)’과 만화 ‘카툰(cartoon)’의 합성어. 글자 그대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만화를 뜻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웹툰은 만화이긴 하지만 기존 출판만화와 제작, 유통, 소비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새로운 장르’의 발아, 성장, 진화에 ‘한국적 토양’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점이다(상자기사 참조). 그래서 웹툰이라는 단어에는 지역색이 없지만, 세계인은 웹툰을 한국 대중음악을 뜻하는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지칭하는 ‘케이드라마’ 못지않게 한국적 콘텐츠로 인식한다.

    그림보다 이야기의 새로움

    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고영훈 작가의 웹툰 ‘어벤져스 : 일렉트릭 레인’1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화이트 폭스(왼쪽). 11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웹툰포럼’에 참석한 C.B. 셰블스키 마블 콘텐츠 개발담당 수석부사장.

    ‘스파이더맨’ ‘헐크’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마블엔터테인먼트(마블)가 웹툰 분야 진출을 한국에서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웹툰 ‘트레이스’로 유명한 고영훈 작가가 10월부터 다음에 연재 중인 웹툰 ‘어벤져스 : 일렉트릭 레인’(어벤져스)은 외국 작가가 마블의 캐릭터를 이용해 창작한 첫 지역 콘텐츠. 만화 출판에서 시작해 게임, 영화, TV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온 마블이 웹툰 분야에 본격 진출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작품 배경은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2014년 서울이다. 이상기후 속에서 악당이 창궐하자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전사 화이트 폭스(구미호에서 착안한 극중 캐릭터 이름)가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영웅들을 서울로 불러 모은다. 이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계웹툰포럼장에서 만난 C. B. 셰블스키 마블 콘텐츠 개발담당 수석부사장은 웹툰 ‘어벤져스’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이 작품을 미국에서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때 화이트 폭스 캐릭터도 (‘마블 히어로’의 일원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지않아 우리 작가가 창작한 캐릭터가 ‘마블’의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하게 된 셈이다.

    한국 웹툰이 이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에 대해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서사적인 완결성’을 꼽는다. 그는 “2000년대 웹툰 문화가 번성하면서 우리나라의 ‘만화가’는 ‘스토리텔러’가 됐다. 그전에는 만화가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작화능력이었지만,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그림의 완성도보다 이야기의 새로움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자산이 됐다는 주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웹툰을 시작한 나라로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점도 한국 웹툰이 세계에서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웹툰 유통 플랫폼인 포털사이트들은 실시간 조회 수, 클릭 수, 댓글 수 등으로 인기 만화 순위를 매겨 작가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호러 만화 작가들은 플래시 효과를 극대화해 참신한 긴장을 유발했고, SF만화 작가들은 속도감과 리얼리티를 기술적으로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2012년 호랑 작가가 네이버에 발표한 ‘옥수역 귀신’의 경우 스크롤을 내리면 갑작스럽게 화면에서 손이 튀어나오는 3D 효과를 구현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해외누리꾼 사이에서 이 작품을 친구에게 보여준 뒤 깜짝 놀라는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는 놀이가 유행했을 정도다. 김준구 셀장은 “이 웹툰이 화제가 됐을 무렵 미국 사용자가 하루에 100만 명씩 네이버 웹툰 서비스에 접속하곤 했다”고 밝혔다.

    웹에 최적화된 콘텐츠

    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11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웹툰포럼’에서 강연 중인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사업부문 셀장.

    이처럼 서사적인 재미에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연출기법이 결합된 웹툰의 참신함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네이버 웹툰 전시관에는 2만 명이 넘는 ‘웹툰 팬’이 찾아왔다. 북페어가 진행된 닷새동안 전시관에서는 네이버 웹툰 30개의 판권 상담이 진행됐는데 핀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대만 등 세계 각국 관계자가 관심을 보였다.

    4월 영국에서 열린 런던도서전에서도 웹툰이 한국 문학작품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해외의 디지털 만화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한국 웹툰처럼 웹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만화시장의 96%는 출판 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웹툰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넘어 PC의 세계’에 안착했던 웹툰은 모바일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특수효과를 구현하는 ‘앱툰’으로 변화했다. 2011년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모바일 기기를 받아들인 한국 소비자들이 이러한 웹툰의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네이버가 관련 앱을 개발했고, 다음 역시 ‘다음 앱툰’을 내놓았다. 유료 웹툰 시장의 강자인 레진코믹스도 지난해 6월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해 스마트폰 터치 기능 등을 활용한 웹툰을 선보이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주요 웹툰 사업자가 모두 ‘스마트툰’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상자기사 참조).

    또 다른 한류 기적 부푼 기대

    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설치된 한국 웹툰 부스에서 웹툰작가 박용제 씨와 시우 씨(앞쪽)가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 ‘웹툰 플랫폼의 진화와 한국 웹툰의 미래’에 따르면 국내 웹툰시장은 2012년 1000억 원 규모에서 2014년 2100억 원으로 성장하고, 2015년에는 약 30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웹툰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한국 고유의 생태계 모델로, 할리우드를 비롯해 글로벌 미디어시장에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는 샘물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웹툰과 관련한 음악, 동영상, 게임, 커머스 등 모든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면 웹툰 생태계는 앱 생태계에 버금가는 거대한 창조경제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러한 산업 모델은 한국에서 만개하고 있다. HUN 작가가 2010~2011년 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한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지난해 관객 700만 명을 동원하는 흥행 대박을 기록했고, 역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330만) ‘26년’(300만), ‘이웃사람’(240만)도 흥행에 성공했다. 웹툰 영화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신과 함께’ ‘목욕의 신’‘더 파이브’‘트레이스’‘다이어터’, ‘살인자○난감’ 등 10여 편도 영화화가 추진 중이다.

    웹툰에서 출발한 ‘미생’도 만화라는 틀에서 벗어나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문화 콘텐츠로 끝없이 진화 중이다. 단행본과 인터넷 영화, 드라마가 잇달아 흥행했고, 롯데칠성음료의 ‘레쓰비-미생 캔커피’ 등 관련 상품까지 나왔다. 과연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표’ 웹툰은 또 다른 한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많은 이가 기대를 가지고 그들의 장도(壯途)를 지켜보고 있다.

    웹툰의 출발과 경쟁력은

    디지털 만화에서 ‘집단지성’으로 눈부신 발전


    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웹툰은 1990년대 후반 정보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시작된 ‘디지털 만화’가 그 출발점이다. 누리꾼들이 당시 유통되던 만화 잡지나 단행본을 스캔해 개인 홈페이지 등에 올리고 공유하면서 ‘웹’을 통한 만화 읽기가 시작됐다. 이후 권윤주(‘스노우캣’), 정철연(‘마린블루스’) 등에 의해 본격적인 온라인 만화가 등장했다.

    웹툰이라는 용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쓰인 건 2000년 8월. 당시 PC통신업체 천리안이 포털사이트에 인터넷 만화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이 이름을 붙인 게 시초가 됐다. 이후 포털사이트 야후코리아가 2002년 3월 만화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웹툰 연재 플랫폼이 늘어났지만, 초기에는 작품 형태나 전개방식이 기존 만화와 다르지 않았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초기 웹툰은 아마추어적인 성격이 강했다. 만화잡지나 단행본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한 신인 작가들이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에피소드 중심의 그림일기 형식으로 연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화 제작 및 유통 환경의 변화는 콘텐츠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2003년 강풀 작가는 만화에 칸을 없애고,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는 것에 따라 세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 내려가도록 하는 연출 기법을 적용한 웹툰 ‘순정만화’(사진) 연재를 시작해 새바람을 일으켰다. 한 교수는 “그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미디어 다음’ 서비스를 만들고 그 안에 ‘만화속세상’이라는 웹툰 연재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풀 작가가 이곳에 ‘순정만화’ 연재를 올렸는데, 에피소드 형식을 벗어난 독자적 서사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한국 웹툰의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꼽힌다.

    이후 서사구조와 웹툰 특유의 연출법을 가진 작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을 필두로 파란, 네이버, 네이트 등 여러 포털사이트가 사용자 확대를 위해 무료 제공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툰은 양적, 질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 특유의 활발한 댓글 문화도 웹툰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포털 웹툰 플랫폼들은 각 회마다 독자들이 댓글을 달고 별점을 줄 수 있도록 했는데,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신의 탑’ 2부 20화에는 댓글이 70만 개 이상 달렸다. 신인 작가들이 새로운 창작 실험을 하고 독자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웹툰의 현재를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웹툰의 3박자

    생산·소비·플랫폼…최근엔 인기 만화가도 합류


    막강 ‘웹툰’, 대표선수로 뜬다
    한국 웹툰을 발전시킨 주체로 창의적인 생산자, 적극적인 소비자, 그리고 웹을 기반으로 한 만화 유통망을 개발한 인터넷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웹툰 산업은 포털사이트가 이용자 유입을 위해 무료 웹툰을 제공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구실도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야후코리아와 파란이 웹툰 사업을 중단하면서 웹툰시장은 네이버와 다음 등 양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2013년 6월 유료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 ‘레진코믹스’가 진입해 ‘네이버-다음-레진코믹스’ 3강 구도로 재편됐다.

    2013년 6월 문을 연 레진코믹스(사진)는 그동안 ‘무료’로 여겨지던 웹툰 유료화를 주도한 플랫폼이다. 이현세, 황미나 등 인기 만화가와 포털 아마추어 게시판에서 주목받던 ‘실력자’들을 대거 영입해 ‘웹툰 유료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첫 달부터 흑자를 냈다. 6월 창업 1년 만에 회원 수 110만 명, 연재 작품 270편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성업 레진코믹스 총괄이사는 “10월 중국 진출에 이어 내년 초 일본 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CJ E&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게임 제작사 엔씨소프트에서 50억 원을 투자받는 등 사업영역도 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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