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액정표시장치(LCD)의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은 강화해 최상의 시청환경을 제공하는 LCD TV 대전이 시작됐다.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선 현존 최고의 LCD TV 제품들이 출품돼 ‘극강 LCD TV 대전’의 서막을 올렸다.
LG전자는 LG만의 독자적인 ‘나노셀(Nano Cell)’ 기술을 탑재해 색 정확도와 색 재현력을 높인 나노셀 T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측면에서 봐도 색 왜곡이 없고 빛 반사도 적어 밝은 곳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
TV 진화의 끝은?
‘나노셀’은 약 1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활용한 기술이다. 극미세 분자들이 색의 파장을 정교하게 조정해 좀 더 많은 색을 한층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기존 LCD TV는 빨간색의 고유한 색 파장에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 다른 색의 파장이 미세하게 섞여 실제와 다른 빨간색으로 표현될 수 있다. 나노셀은 이렇듯 불필요하게 섞인 노란색과 주황색의 파장을 흡수해 실제에 가장 가까운 빨간색을 구현한다.슈퍼 울트라HD TV는 화면을 어디에서 봐도 같은 색을 즐길 수 있는 뛰어난 시야각 또한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LCD TV는 구조상 시야각에 따른 색 왜곡이 발생한다. 하지만 나노셀을 적용한 슈퍼 울트라HD TV(대표모델 SJ9500 시리즈)는 사용자가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측면에서 볼 때 색 재현력과 색 정확도의 변화가 거의 없다. 정면에서 볼 때와 60도 옆에서 볼 때 시청자가 색상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 예를 들어 여러 명이 긴 소파에 앉아 TV를 보더라도, 소파 중앙에서 보는 사람과 양쪽 끝에서 보는 사람이 동일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이 제품은 나노셀을 통해 TV 화면에 반사되는 빛의 양을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줄였다. 나노셀은 외부에서 LCD로 들어오는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거실에 밝은 등이 켜져 있어도 시청자는 화면에 비치는 불빛에 방해받지 않고 TV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탈 소재를 새롭게 적용한 퀀텀닷 기술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선보였다. 삼성 QLED TV는 입체감이 살아 있는 풍부한 색을 표현하면서도 최고 밝기가 1500~2000니트(nits)를 구현해 자연에 좀 더 가까운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또 삼성 QLED TV는 메탈 퀀텀닷 기술로 더 깊은 블랙을 표현할 수 있으며, TV 시청 시 주변 조명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밝거나 어두운 어떤 장면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퀀텀닷에 최적화된 패널 구조로 어느 위치에서나 색 왜곡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넓은 시야각을 구현했다.
1927년 미국 필로 테일러 판즈워스(Philo Taylor Farnsworth)가 최초로 브라운관TV로 불리던 CRT TV를 개발한 이래 TV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흑백 CRT TV에서 컬러 CRT TV, PDP TV, LCD TV, 올레드 TV 등으로 진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TV 명칭을 정의하는 용어는 명확히 디스플레이 소재의 진화에 따라 붙여졌다. 음극선관을 이용한 CRT(Cathode Ray Tube)부터 플라즈마를 이용한 PDP(Plasma Display Panel), 액정을 사용한 LCD(Liquid Crystal Display), 자발광 유기화합물을 사용한 OELD(Organic Light Emitting Diode)까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소재에 따라 TV 명칭과 성격이 규정됐다.
이 가운데 현재 TV 시장의 대세는 LCD TV다. 1888년 오스트리아 라이니처(F. Reinitzer)가 액정을 발견한 이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1971년 세계 최초 LCD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83년 세이코 엡손(Seiko Epson)에 의해 최초 LCD TV가 출시됐다. LCD는 수많은 액정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패널 뒤쪽(백라이트)에서 빛을 가해 영상을 만들어낸다. 빛은 각각의 액정을 통과하면서 각기 다른 패턴으로 굴절하는데 그 패턴에 따라 다른 색상을 낸다.
2000년대 초 LCD TV는 방송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CRT TV에 비해 획기적으로 얇아진 두께와 큰 화면을 앞세워 세력을 확장했다. 하지만 LCD TV는 시야각, 해상도, 밝기, 반응 속도, 색 재현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했고 이후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2000년대 중반 LCD TV는 백라이트유닛(BLU)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냉음극관(Cold Cathode Fluorescent Lamp·CCFL) 대신 LED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백라이트유닛을 LED로 사용하면서 LCD TV는 더 얇고, 더 밝으며,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나노셀 진영 vs 퀀텀닷 진영
2010년대 초반 LCD TV는 또 한 번 진화한다. 기존 풀HD(1920×1080)급 해상도보다 4배 이상 높은 4K 울트라HD(3840×2160) 해상도의 제품이 출시된 것. 해상도가 높아진 이유는 TV 화면의 대형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2인치 TV에서는 HD와 풀HD의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40인치대 TV에서는 그 차이가 확연하고, 55인치가 되면 풀HD로도 제대로 된 화질을 구현할 수 없다. 65인치 이상으로 가면 울트라HD가 좋은 화질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다.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LCD TV는 색 재현율과 색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진화를 본격화한다. 색 재현율이란 디스플레이에서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고, 색 정확도는 원본 그대로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색 재현율과 색 정확도를 높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과 가까운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렇듯 색 재현율과 색 정확도를 높이고자 LG전자가 현 시점에서 선택한 최고 기술이 바로 나노셀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퀀텀닷 필름 기술을 적용했다. 기술은 서로 다르지만 LCD TV 진화의 지향점은 같은 셈. 현재 LCD TV 업계가 나노셀 진영과 퀀텀닷 진영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화질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자 진영에서는 독자적인 나노셀을 적용한 LG전자를 필두로 스카이워스, 콩가, 창홍 등의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후자 진영에는 삼성전자와 하이센스, TCL, 하이얼, 러에코(Le Eco) 등의 제품이 속한다. 나노셀 진영의 TV 제품을 생산하는 각 기업은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한 색을 표현하고자 나노 크기의 고색 재현 입자를 사용한 ‘IPS 나노 컬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