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전남 장흥 소등섬, 경남 사천 자연휴양림, 강원 강릉 괘방산, 전남 담양 소쇄원, 경남 남해 토피아랜드….”
오픈AI의 인공지능(AI) 검색엔진 ‘챗GPT 서치’(서치GPT)에 11월 5일 “연말에 떠나기 좋은, 관광객이 적은 국내 여행지”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서치GPT는 순식간에 기사, 블로그, 여행 사이트 등 온라인상 정보를 취합한 뒤 질문 조건에 맞는 여행지를 나열했다. 지구본 모양의 서치GPT 기능을 켜지 않았을 때 대략적인 지역만 추천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서치GPT는 각각의 장점과 연말을 보내기에 적합한 이유를 제시하며 정보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함께 제공했다.
후속 질문 통한 대화형 검색 가능
오픈AI가 인공지능(AI) 검색엔진 ‘챗GPT 서치’(서치GPT)를 10월 31일 정식 출시했다. [오픈AI 제공]
이날 사용해본 서치GPT는 후속 질문을 통한 대화형 검색이 적절히 작동했다. “◯◯은(는) 이미 유명한데 정말 사람이 적을까” 하고 파고들자 서치GPT는 앞 질문과 통합해 “최근 인지도가 높아져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연말인 12월에는 비교적 방문객이 적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광할 수 있다”고 답했다. “12월 풍경이 덜 예뻐서 사람들이 안 가는 거 아니야? 그럼 좋은 여행지가 아니잖아” 하고 추가로 물었을 때도 서치GPT는 “◯◯은(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며 “겨울철 일부 식물의 생장과 색감이 감소해 봄이나 가을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겨울의 고요한 분위기와 함께하는 편백나무 숲 산책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출처 링크로 겨울에 해당 여행지에 다녀온 블로그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영어로 물을 때 답변 수준 더 높아
서치GPT가 ‘연말에 한적한 국내 여행지’ 검색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준 여행 예산표. [챗GPT 이용 화면 캡처]
서치GPT는 영어 명령 및 출력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수채화 잘 그리는 방법’ 같은 일반론적인 질문을 각각 영어와 한국어로 질문했을 때 답변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 영어로 물었을 때는 “가급적 무게가 140파운드 이상인 면 100% 고급 수채화 종이를 사용하세요”라거나 “드라이 브러시(물을 최소화한 브러시로 거친 표면 묘사하기)와 글레이징(한 차례 건조한 그림에 물감을 덧칠해 깊이와 색상 수정하기) 같은 기본 기술을 이해해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준 반면, 한국어로 질문했을 때는 “수채화 전용 종이를 사용하세요” “물의 양, 덧칠 횟수에 따라 원하는 색감과 질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처럼 추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영어 질문에만 관련 유튜브 영상을 첨부하기도 했다. 그 밖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도식화해달라”고 한국어로 요청했을 때도 서치GPT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마인드맵 형태의 그래픽을 만들어 제공했다.
11월 6일 퍼플렉시티는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제공했다. [퍼플렉시티 사용 화면 캡처]
기존 검색 강자 구글의 ‘AI 오버뷰’에 대해서는 서치GPT나 퍼플렉시티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1차 확장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해 “영어로 실수를 연발하던 오버뷰가 한국어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AI 검색 전환 예상보다 빠를 수도”
오픈AI는 서치GPT의 검색 기능을 계속해서 발전·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픈AI 측은 서치GPT 정식 출시와 함께 “쇼핑,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검색을 개선하고 자사 ‘o1’(추론 모델) 시리즈를 활용해 더욱 심층적인 검색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며 “향후 무료 및 로그아웃 사용자에게도 서치GPT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AI 기업 간 ‘검색 전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검색엔진이 AI 챗봇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고, 이들 기업의 유력한 수익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메타플랫폼스가 자체 AI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성배 연세대 AI대학원장은 “일반 검색에서 AI 검색으로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며 “현재 구글이 기존 검색시장에서 입지를 수성하려고 의도적으로 지연 전략을 쓴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렇게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면 서비스 품질이 고도화되면서 사용자 유입이 급격히 늘고 AI 검색시장이 더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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