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8

..

STOP! 그 음식 먹이면 반려견이 아플 수 있어요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과일은 몸에 좋지 않을까… 위산 분비 촉진해 위장 장애 일으켜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3-07-20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반려견에게 해로운 대표적인 음식 종류. [GettyImages]

    반려견에게 해로운 대표적인 음식 종류. [GettyImages]

    원칙적으로 반려견에게는 전용 사료와 간식만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반려견 건강에 해롭거나 영양분 과잉으로 비만을 초래할 수 있어 가급적 먹이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가 반려견이 먹는 사료가 맛없고 영양소가 부족하며 먹는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간간이 사람 음식을 챙겨준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보호자의 착각일 뿐입니다. 한국 식문화에서 비롯된 착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예부터 밥, 국, 찌개, 그리고 3~5가지 반찬을 한 끼에 모두 차려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일 메뉴인 반려견 사료가 더 맛없게 보이는 것입니다. 사료를 주고도 “영양분이 부족한 건 아닐까” “나만 맛있는 음식을 먹어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반려견에게 절대 먹여선 안 되는 사람 음식도 별 생각 없이 주는 불상사가 생기곤 합니다. 반려견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로 안 좋은 음식인데도 말이죠. 아래 음식들은 반려견에게 결코 먹여서는 안 되는 종류입니다. 모르고 이런 종류의 음식을 줬는데 반려견이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즉시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응급처치와 정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포도를 포함한 모든 과일

    과일은 사람에게와는 달리 반려견 몸에 해롭습니다. 과일에는 산이 든 경우가 많아 산 분비 과다로 인한 위염, 설사 등 위장염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포도, 건포도 등 포도류는 반려견의 신장에 큰 무리를 줍니다. 일부 견종의 경우 급성신부전이 발병하기도 합니다. 급성신부전은 구토, 설사, 혼수, 탈수, 식욕 부진 같은 증상을 동반하며 반려견이 3~4일 내 폐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살구 등의 씨앗에는 시안화 성분으로 불리는 청산글리코시드라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이 씨앗을 반려견이 핥거나 씹어 먹으면 현기증, 호흡 곤란, 경련, 쇠약, 쇼크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양파와 마늘이 들어간 음식

    반려견에게 양파와 마늘은 치명적입니다. 반려견 혈액 속 적혈구를 파괴하고 용혈 반응(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을 일으켜 신장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장은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데, 그만큼 반려견이 양파와 마늘을 섭취한 직후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장기가 완전히 망가진 뒤에야 발견되곤 합니다. 치료를 시작한다 해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갑자기 반려견의 소변이 진한 오렌지색이나 어두운 빨간색으로 변하면 보호자가 준 음식에 이런 재료가 들어 있었는지 우선 확인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신장 손상으로 수혈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

    오징어도 반려견에게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GettyImages]

    오징어도 반려견에게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GettyImages]

    사람이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이 바로 오징어입니다. 반려견이 오징어를 섭취했을 때 소화기 이상 혹은 위장관계 폐색 위험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특히 말린 오징어의 경우 꼭꼭 씹지 않고 삼켰을 때 소화가 되지 않고 위 안에서 원래 크기의 3~4배까지 불어나 폐색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면 식욕 부진,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응급 수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

    유제품은 반려견에게 설사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유제품 속 유당을 분해하지 못해 우유 등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을 간혹 볼 수 있는데, 이는 반려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견에게는 유당 분해효소가 없어 유제품을 먹으면 설사, 구토, 오심 등 급성 위장 장애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가끔 “우리 집 강아지는 괜찮다”고 말하는 보호자가 있는데요. 당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간 섭취하면 만성질환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먹은 기간만큼 치료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초콜릿과 카페인

    초콜릿은 반려견이 섭취하면 위험한 음식으로 이미 잘 알려졌는데요. 그럼에도 가끔 사람 입맛에 달콤하니 반려견도 좋아할 것이라며 초콜릿을 먹이는 보호자가 있습니다. 초콜릿이 해로운 이유는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이 두 성분은 메틸화크산틴이라는 화합물로 이뤄졌는데, 이때 크산틴이라는 유도체가 아무리 소량이어도 반려견에게 독성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초콜릿을 섭취한 반려견은 심한 구토와 탈수 증세를 보이게 됩니다. 또한 복부 통증, 오한(근육 떨림), 심부정맥, 체온 상승, 불안, 발작 같은 증상을 일으키다가 심한 경우 폐사할 수도 있습니다.


    마카다미아 등 견과류와 아보카도

    견과류는 지방이 많아 반려견에게 좋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이 마카다미아입니다. 마카다미아에는 반려견에게 독성 작용을 하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반려견이 섭취할 경우 보행 장애, 경련, 저체온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논문도 발표됐습니다. 아보카도는 잎과 껍질, 씨앗에 펄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심지어 과육에도 펄신이 소량 함유돼 있는데, 이를 모르고 먹이는 보호자가 꽤 됩니다. 아보카도를 섭취한 반려견은 소화기 장애로 복부 통증이나 호흡 곤란, 흉부 돌출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 절대로 먹여선 안 됩니다.

    이 밖에 염분이 다량 포함된 가공육이나 빵, 쿠키 등 밀가루 음식도 반려견에게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반려견과 오래 행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아예 먹이지 않는 것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