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붉은 단풍이 산지를 뒤덮을 계절이 오기도 전 대한민국 시군구 지도는 ‘부동산 레드카드’를 받아 온통 붉은색이 됐다. 전국 260여 개 시군구 중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레드카드를 받지 않은 곳은 30여 개 지역(군 지역 제외)이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마지막 남은 비규제지역’이라며 단기투자자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경기에서는 포천시, 동두천시가 마지막 남은 비규제지역으로 꼽히며 폭발적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이 예정된 포천시 소홀읍은 올해만 집값이 11%나 상승했다. 동두천시는 46% 상승률을 기록했다(부동산114 시세 기준).
부동산 비규제지역인 경기 동두천시 전경. [뉴스1]
9월 서울 ‘민간재개발’ 공모 시행
정부가 붉은색으로 칠한 규제지역보다 덧칠되지 않은 곳이 오히려 도드라져 보이며 강조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착시효과는 비규제지역을 변방에서 무대 중심으로 끌어들이면서 정상적 회복 수순이 아닌, 급반등 열병을 겪게 했다. 그 대표 지역이 충남 공주시, 당진시, 서산시와 강원 원주시, 춘천시다.공주시는 세종시에 빛이 가리는 시절을 보냈고, 원주시는 원주혁신도시에 공급이 집중돼 한때 유령도시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다. 규제 당국의 붉은색 칠하기는 반기마다 열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결정된다. 6월 개최된 주정심에서는 규제지역의 추가 혹은 해제는 없었다. 다만 추후 상황을 살피면서 변동할 여지는 남겨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주정심에서 해제가능지역 7곳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조정대상지역 6곳(광주 동구·서구 등)과 투기과열지구 1곳(경남 창원시 의창구)으로, 이 지역은 현재 시장이 안정돼 큰 이변이 없는 한 올가을 레드카드가 해제될 공산이 크다.
규제지역 해제 시 V자 반등이 예상되는 지역을 꼽자면 그간 가격이 눌려온 광주 동구와 서구, 창원시 성산구와 의창구다. 거제시와 김천시는 앞으로 상당 기간 비규제지역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지역은 표면상으로는 미분양이 여전히 1000가구에 육박해 통계 잣대로는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두 도시는 앞으로도 단기투자자의 거센 매수세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9월이 되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급 카드인 ‘민간재개발’ 공모가 시행된다.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등에 업고 ‘재개발의 씨앗’이 뿌려질 것이다. 그 첫 씨앗이 어디에 뿌려질지 9월 결정된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 때문에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수해온 도시재생사업장도 서울시의 ‘2세대 도시재생’ 로드맵에 따라 민간재개발 공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3기 신도시에서도 좀처럼 찾기 어려울 ‘민간브랜드’ 아파트의 깃발을 꽂기 위한 치열한 공모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도심공공주택 3분의 2 이상 동의 필요
공모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뉴타운 재개발 해제지역 관리방안’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그래프 참조). 이 보고서는 성북구 장위구역, 마포구 염리구역, 서대문구 홍은·홍제구역을 안전관리가 시급한 곳으로 판단했다. 그만큼 재개발이 시급한 지역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9월에는 국토교통부의 도심 주택 공급 카드인 도심공공주택 후보지 ‘예정지구’ 발표도 있다. 예정지구가 되려면 토지 소유자의 10% 동의가 필요하다. 연말 선정될 본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토지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요구된다. 신길4구역, 가산역세권 지구가 최근 도심공공주택 후보지 철회 요청을 하는 등 ‘공공’에서 ‘민간’ 재개발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될 조짐이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민간재개발의 ‘치트키’는 바로 ‘공공기획’이다. 이 경우 민간재개발 진행 시 인허가 기관(서울시)과 의 지리멸렬한 ‘밀당’ 요인이 될 수 있는 각종 공익 가이드라인(기부체납 비율, 임대주택 비율 등)을 민과 관이 사전에 협의함으로써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재개발의 생명은 결국 ‘속도’다. 공공기획은 해당 아이디어가 명료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으나, 도심공공주택 후보지가 본구역으로 지정받으려면 10% 동의율을 수개월 내 3분의 2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건설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재개발조합 상황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민간재개발’이라는 선택지가 새롭게 주어지면서 도심공공주택의 속도전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 호재는 ‘환승센터’
7월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이 발표됐다. 대도시권의 5년 단위 세부교통계획으로, 수도권 및 5대 광역시 ‘고밀지역’ 교통 계획이 세부적으로 담겼다. 광역철도노선과 관련된 부동산 전망은 4차 국가철도망을 다룬 기사와 칼럼에 이미 많이 언급돼 있다. 이번 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은 ‘환승센터’가 설치되는 지역이다.
향후 10년에 걸쳐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는 기존 도시철도 이외에 GTX, BRT, S-BRT, BTX, 트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거미줄처럼 들어선다. 이들이 엮이는 결절점이 ‘환승센터’다. 환승센터가 설치되는 지역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 통근이 편리하다. 환승센터 지원 시설로 개발되는 복합대형상가는 지역주민의 생활 편의를 향상시켜 집값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다.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는 다양한 수도권 환승센터사업이 소개돼 있다. 그중 검색량이 폭발하며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은 곳은 경기 안산 ‘초지역 환승센터’와 수원 ‘아주대삼거리역 환승센터’다(지도 참조). 초지역은 현재 서울지하철 4호선, 소사원시선이 지나며 인천발(發) KTX가 2025년 개통될 예정이다. 아주대삼거리역 환승센터는 2027년 인덕원~동탄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아직 개통되지 않은 역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수원시에서 현재 개발 중인 영통1재개발, 영통2재건축 인근에 환승센터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주대삼거리역이 개통되면 ‘재개발 신축 입주×환승센터를 품은 철도 개통’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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