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안되는 ‘예쁜 플라스틱 쓰레기’다. [GETTYIMAGES]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갖게 된 오명이다. 용기 뒷면에 재활용 표시가 있어 소비자가 분리배출을 해도 재활용 비율은 10%가량에 불과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화장품업계가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하다 보니 생긴 결과”라고 설명한다.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면 재활용은 잘 되지만 ‘없어 보이는 단점’이 생기니 화장품 기업들이 색을 넣거나 펄 등을 추가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용물을 완전히 비울 수 없다는 점도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 골칫덩이’가 된 이유다. 용기 속 잔류물이 재활용을 위한 세척 과정에서 쏟아져 나와 다른 재활용품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화장품어택시민행동은 화장품 용기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일반 재활용품과는 다른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과 함께 공병 회수 및 자원순환을 위한 리필 재사용 체계 마련이 그것이다. 화장품어택시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월에는 환경부의 화장품 용기에 대한 예외적인 재활용 등급 면제 문제와 관련해 ‘제1차 화장품 어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등급이 표시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면 이번 제2차 화장품 어택으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올해 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100% 제거,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한 용기 자체 회수 등 4대 중점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 선언’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실행과 변화가 감지되지 않아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기업으로서 자원순환에 앞장서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화장품어택시민행동’은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제1차 화장품 어택’ 시위를 벌였다(왼쪽).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동아DB,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포장재 재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소비자들의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고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인 ‘그린사이클’을 통해 지난해까지 공병 2203t을 수거하는 역회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화장품업계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하고 올해 5월 이마트와 함께 리필 매장을 개점하는 등 리필 서비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 정책에 따라 최근 2년간 1100t의 플라스틱을 절감하거나 재활용·재사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용기 재질 개선과 관련해서는 유색 페트를 무색으로 변경하고, 내용물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용기도 단일 재질로 바꾸는 등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권순철 아모레퍼시픽 안전환경경영팀장은 “현재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어려움’ 등급은 공식적으로 약 45%이지만 앞으로 모든 제품의 포장재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뷰티업계 선도기업으로서 노력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런 아모레퍼시픽의 대응을 어떻게 볼까. 홍수열 소장은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 선언’도 주도했다. 화장품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 역시 많아져 책임감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큰 문제는 1~2위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동참 의지가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화장품 플라스틱 폐기물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로 많지 않다. 그럼에도 ‘예쁜 쓰레기’ 문제가 부각된 것은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여성들이 주요 소비층인 데다, 재활용이 거의 안 된다는 사실이 공분을 일으켜서다.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소비자의 요구다. ‘예쁜 쓰레기’ 양산을 막으려면 소비자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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