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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33) 미래통합당 도봉갑 후보의 말이다. 김 후보는 2018년 창업한 IT(정보기술) 기업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직원 7명을 둔 대표이사에 자동차(2017년식 싼타페)도 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등록된 재산은 0원. 김 대표는 4·15 총선 후보의 재산 신고 기준일이 2019년 12월 31일인데 자신의 재산은 그 후에 생긴 것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번 돈으로 개인 빚과 사업으로 진 빚을 모두 갚았다”며 “올해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라 부모의 자동차를 2월 내 명의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대표이사라도 급여가 들쑥날쑥해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요 정당에서 ‘재산 0’ 후보 6명 나와
그런데 “자산도, 빚도 없다”는 후보도 적잖다. 33명의 후보가 선관위에 재산을 0원으로 신고했다(그래프 참조). ‘공직자윤리법’ 제10조의2 2항(공직선거후보자 등의 재산공개)에 따라 국회의원 후보는 전년도 말일을 기준으로 후보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부동산과 자동차, 그리고 1000만 원 이상 예금과 채무 등을 신고해야 한다. 예금이나 채무가 1000만 원 미만일 경우 재산은 0원으로 처리된다.
‘주간동아’는 20대 국회에서 5석 이상을 가진 정당 후보 가운데 재산이 0원인 6명(미래통합당 1명, 민생당 1명, 더불어시민당 1명, 정의당 3명)으로부터 그 사연을 들어봤다. 이들은 주로 열악한 일자리 등이 ‘재산 제로(0)’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월 100만 원도 못 벌 때 많다”
재산을 0원으로 신고한 4·15 총선 후보들. 왼쪽부터 김재섭 미래통합당 도봉갑 후보, 노창동 민생당 부산 금정구 후보, 박은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뉴스1 및 본인 제공 ]
박은수(25)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추천 29순위)는 “대학원생이라 아직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 대학 연구소에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벌이는 아르바이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재산을 0원으로 신고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 왼쪽부터 심지선, 정민희, 조혜민 후보. [뉴스1 및 본인 제공]
조혜민(30)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추천 23순위) 또한 “대학원 졸업 후 2015년 12월부터 시민단체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재산을 형성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원 시절에는 조교 일 등을 하면서 생활비와 등록금을 충당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고부터는 재산을 모으기 어려웠다”며 “나는 돈이 없어도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후보라 오히려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후보 등록을 할 때 지역구 후보는 1500만 원을 선관위에 기탁해야 하는 반면, 비례대표는 500만 원을 내게 돼 있다.
심지선(46)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추천 27번 순위)는 프리랜서 인권 강사. 지체장애 1급인 그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인권 강의를 한다. 그는 “인권 강의로 버는 돈은 월 100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재산 신고, 일단 사실이라 믿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 선거 후보자 재산신고 관련 서류. [지호영 기자]
문제는 후보가 재산을 사실과 다르게 신고해도 선관위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 선관위는 ‘선등록-후조치’를 원칙으로 삼는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후보가 제출한 서류를 신뢰하고, 이후 이의 제기가 들어올 경우 참·거짓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각 후보의 재산 고지에 대한 이의 제기는 4월 2일 기준으로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선관위에 접수된 재산 신고 이의 신청은 5건에 불과했으며, 선관위는 그중 2건만 정식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알고 보니 재산이 0원이 아닌’ 사례도 나왔다. 조혜민 후보는 ‘주간동아’와 인터뷰 후 “빚이 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노창동 후보 역시 “미국 유학 후 캘리포니아주 한 사립대에서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는 배우자에게 수천만 원의 빚이 있다. 다만 국내 대출이 아니라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펴낸 ‘정당·후보자를 위한 선거사무안내’ 자료집에 따르면 외국에 있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재산 역시 신고 대상에 속한다.
재산 신고 제도가 ‘요식 절차’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라 후보는 직계존비속이 피부양자가 아니면 이를 신고서에 기재하고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후보가 ‘독립생계’를 이유로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을 통한 재산 은닉이 가능한 셈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선에 나서는 후보가 너무 많아 가족 재산에 대한 고지 거부 사유를 하나하나 따지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절차가 형식화돼 실제 부양 여부와 상관없이 웬만하면 가족을 재산 신고 대상에서 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후보를 적극 감시해야”
후보가 재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재산등록 거부의 죄(공직자윤리법 제24조 2항)에 따라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 공직자선거법’이 아닌 공직자윤리법에 처벌 조항을 두고 있어 처벌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장 교수는 “재산 고지 문제는 선거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다. 국회에서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열어 제재할 수 있지만, 그런 적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재산 공개를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은 총선 후보의 재산 내역을 상세히 알고 싶지만,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며 “결국 국민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공개된 재산과 공개 거부 사유에 대해 국민이 문제 제기를 해야 주권자로서 대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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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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