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은 더 셌다. 중국 4장(두 번째 주자)으로 나선 예꾸이(葉桂) 5단이 초장부터 5연승 바람을 일으켰고, 한국은 이민진 4단 현미진 3단 김은선 초단 세 명이 나섰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만약 구원투수로 나선 부주장 윤영선 4단마저 예꾸이의 돌풍을 잡지 못한다면 중과부적(衆寡不敵)에 몰릴 위기 상황. 주장 박지은 5단 혼자 힘으로는 루이 9단이나 장쉔 8단이 남은 중국 군단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과연 27세 최고참 언니는 달랐다. 베테랑은 위기에서 빛을 내는 법. 2002년 호작배에서 우승하며 세계 여왕 왕관을 썼던 윤영선 4단이 겨울 황사바람을 막아내며 일대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흑1로 우변 백대마를 공격했을 때 백2로 외면한 건 실은 위험천만이었다. 3의 자리에 응수하는 것이 정수였다. 상대가 막상 배포 있게 손을 빼자 예쿠이 5단은 성질이 났는지 흑3·5로 맹폭을 가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백8 때, 흑1 이하로 좀더 세게 두어 백쫔 두 점을 챙기지 않은 수. 실전은 나약하게 흑9로 자족하는 바람에 공격 선봉에 나섰던 흑3·5 두 점이 이상한 곳에 위치한 꼴이 되었다. 백쫔 한 점을 취한 것은 10여집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흐름을 놓치면서 바둑이 꼬이고 말았다. 241수 끝, 백 3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