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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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스테이크, 참깨죽 … 애정의 농도 은밀히 표현

  • < 백승국/ ‘극장에서 퐁듀 먹기’ 저자·기호학박사 > baikseungkook@yahoo.co.kr

    입력2004-11-11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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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 스테이크, 참깨죽 … 애정의 농도 은밀히 표현
    1962년 홍콩의 한 아파트. 이곳으로 여행사 비서인 리첸(장만옥 분)과 신문사에 다니는 차우(양조위 분)가 비슷한 시간대에 이사를 온다. 리첸이 남편의 잦은 해외출장 때문에 한 달에 반 이상을 홀로 지내야 한다면, 차우는 너무 바쁜 아내 때문에 집에 돌아와도 반겨주는 이가 없다. 차우와 리첸은 부재중인 남편과 아내 때문에 쓸쓸하고 외롭다.

    이들이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참 서글프다. 리첸이 자신의 아내와 똑같은 핸드백을 들고 있음을 발견했을 때, 차우가 자신의 남편과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배우자가 연인 사이임을 알게 된다. 질투와 배신의 상처를 공유한 두 사람은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꿈꾸지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차츰 진심으로 가까워진다.

    그들의 거리를 좁혀주는 또 하나의 매개는 음식.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식사하던 날, 차우는 리첸을 위해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겨자까지 뿌려주는 자상함을 보인다. 그런 차우를 통해 리첸은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정을 느끼고, 차우 역시 리첸을 향한 그리움을 키워가며 이들은 함께 식사하는 횟수를 점점 늘려간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리첸과 차우의 사랑이 발전해 감에 따라 등장하는 음식도 바뀌어간다. 스테이크를 먹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이들. 리첸이 몸살 감기로 누운 차우를 위해 참깨죽을 끓였을 때 차우는 자신의 사랑이 짝사랑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관계를 불륜으로밖에 봐주지 않을 세상의 시선에 차마 맞설 용기가 없었던 것. 그리고 외로움을 택한 대가로 그들은 영원한 사랑의 기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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