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0

..

2050년 세계 최고령 국가 韓, 가난하게 살지 않을 준비됐나요

[김성일의 롤링머니] 노인 빈곤율 OECD 회원국 중 1위… “노후 준비하고 있다” 응답 65.1%에 그쳐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저자

    입력2023-08-02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ETTYIMAGES]

    [GETTYIMAGES]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7월 16일(현지 시간) 유엔의 세계 인구 추계를 인용해 2050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위는 홍콩으로 예상되나, 홍콩이 중국 특별행정구역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한국이 2050년 전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된다는 보도였다.

    고령화 정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노인 비율로 추산했다. 한국은 2050년 생산가능인구 4명당 65세 이상 노인 수가 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다음으로는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이 고령화 국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NYT는 “2050년이 되면 고령국은 대부분 아시아와 유럽에 몰려 있고, 상대적으로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50년 생산가능인구당 노인 인구 0.75명

    놀라운 점은 현 기준으로는 한국이 가장 젊은 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올해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다. 브라질, 콜롬비아, 중국, 태국이 그다음이다. 현재 가장 고령화된 국가인 일본은 올해 생산가능인구 2명당 65세 이상 노인 수가 1명이 넘는다. 생산가능인구당 노인 인구가 0.5명 이상인데, 2050년에는 이 비율이 0.73명이 된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600만 명에서 2050년 2400만 명으로 급감하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은 950만 명에서 18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당 노인 인구 비율을 계산해보면 현재 0.26명에서 2050년 0.75명이 된다.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가장 늙은 나라’라는 명찰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한국이 생산가능인구 대비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은 저출산-고령화 때문이다. 2022년 한국 합계출산율(가임기(15~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역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저출산에 시달리는 이웃 나라 일본도 합계출산율이 1.26명이라는 점에서 한국 저출산 문제는 충격적이다.



    통계청은 향후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2021년 3월 공표한 ‘내국인 인구 시범추계: 2020~2040년’에서 출산율이 2020년 0.87명에서 2025년 0.75명, 2030년 0.73명, 2040년 0.73명으로 지속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래프 참조). 출산율 전망에 큰 차이가 있는 이유는 조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고령화 도달 시점 빨라져

    통계청은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와 정책적 노력에 의한 출산율 반등,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급격한 사망률 하락 등을 가정하고 이를 기초로 미래 인구 규모를 전망한 데 반해, 국회예산정책처의 내국인 인구 시범추계는 출산율, 사망률, 국제인구 이동 추세나 경향 등이 미래에도 유지되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장래 20년 이내 인구를 전망한 것이다. 2023년을 보내며 지켜본 결과는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유엔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대한민국이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됐을 당시 통계청은 고령사회는 2017년(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구성비 14.3%), 초고령사회는 2025년(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구성비 20.3%)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통계청은 2024년 말~2025년 초반(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구성비 20.0%)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문제 해결은 매우 중요하지만 극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꾀한다’는 의미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국가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가만히 가난하게 늙어갈 수는 없다. 개인 관점에서 ‘나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이며, 나의 노후가 빈궁하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80.6세, 여자 86.6세다(표 참조).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남자는 2.9년, 여자는 3.5년 높다. 남자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81.9세)로 한국보다 1.3년 높고, 여자는 일본(87.7세)으로 한국보다 1.1년 높다. 1950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49세였다. 과거에는 장수가 축복이었으나 현재는 무조건 좋아할 수만은 없다. 가난한 노년을 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 방법 국민연금, 예적금, 사적연금 순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15.8%)의 약 3배 수준이다. G5 국가인 미국(23.1%),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원인은 무엇보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중 65.1%만이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하고(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이 55.2%로 가장 많았고 예적금(18.4%), 사적연금(8.4%) 순이었다.

    하지만 노후 준비 방법 1위인 국민연금은 그리 믿을 만한 대안이 못 된다. 5년마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1월 기준 915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 1755조 원으로 증가하고, 이듬해부터 매년 수지 적자를 기록해 2055년 고갈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을 막고자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어 보인다. 어떤 방안이 나오든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국민연금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두 번째 노후 준비 방법인 예적금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산이 불어나려면 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분(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가 높아야 한다. 지난 수년간 예금 금리는 꽤 상승했지만 실질금리는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마이너스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금을 할수록 손해였다는 얘기다.

    결국 오래 살면서 가난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신의 연금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사적연금은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말한다. 세액공제와 저율과세, 과세이연 등 혜택을 주는 이런 개인연금계좌를 이용해 노후 준비 자금을 쌓고, 투자로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챙기면 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