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4

2004.09.30

티니안 섬, 그리고 춤의 감동 … “춤엔 국경이 없다”

  • 김경미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7-01 16: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티니안 섬, 그리고 춤의 감동 … “춤엔 국경이 없다”
    얼마 전 사이판에서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티니안이란 섬으로 여행을 갔다. 그곳은 사이판보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 닿지 않은, 그래서 조금은 황폐해 보이기까지 하는 섬이다. 구름은 아주 가까이에서 그 풍만함을 드러내고, 바다는 푸르다 못해 슬프게 보였다.

    우리 일행은 차 한 대를 빌려서 섬을 탐험했는데, 섬의 북쪽 자락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차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순간 모두 당황했지만,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니 일행 중 2명은 차에 남고 나머지 2명은 그래도 사람들이 좀 다니는 ‘블로 홀’이라는 관광지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해가 질 무렵이라 빠른 걸음으로 한 40분쯤 걸었을까. 그렇게 사람이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뜻하지 않은 모험의 경험은 우리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고, 저녁식사 후 섬에 단 하나밖에 없는 바에 갔다. ‘J.C.CAFE’라는 곳인데 섬주민들이 주로 오는 곳이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작은 주점 같은 곳. 흔히 말하는 스테이지, 춤을 출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음악은 주로 레게였고 하루의 피로를 춤으로, 시원한 한 잔의 맥주로 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차모르’라 불리는 토착민들은 관광객이 낯설지 않은 탓인지 친근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4명은 모두 춤을 좋아하고 직접 추기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우리는 스테이지로 나가 그들과 함께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춤을 췄다. 독무대에서 아르헨티나의 탱고, 살사를 추었을 때는 박수갈채도 받았다. 몇몇은 필자에게 함께 춤추자고 청하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티니안 섬, 그리고 춤의 감동 … “춤엔 국경이 없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댄스로 어울렸던 티니안의 카페.

    그리고 피부색이 달랐는데도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서로의 움직임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서로의 춤에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 일행은 어느새 그들과 가까워졌다. 그들의 춤은 유연하고 관능적이고, 그리고 어쩐지 게을러 보였다. 춤을 통해 짧은 시간에 친해져서인지 우리 일행이 자리를 뜨려 하자 함께 춤췄던 이들은 일일이 포옹을 하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댄스로 어울렸던 티니안의 카페. 그렇다. 이것이 바로 춤의 위력이다. 춤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래서 진실할 뿐 아니라 가장 인간적이다. 206개의 뼈와 650여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진 우리 몸이 공기와 만나고, 타인과 만나고, 땅과 하늘과 만나는 것이 바로 춤이다. 그래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춤을 춘다는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티니안의 하늘과 땅과 바다, 나무와 바람을 보면서 자연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온몸으로 기억했던 일, 차모르와 함께 춤추며 하나가 되었던 기억들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