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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애호가 줄 잇는 까닭은

  • 출판 칼럼니스트

고양이 애호가 줄 잇는 까닭은

고양이 애호가 줄 잇는 까닭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고양이 사진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등장하며,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처럼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만화까지 나오다 보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트렌드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고양이 트렌드’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시도 때도 없이 주인에게 매달리는 정 많고 충성심 강한 개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주인 마음대로 얼굴을 비비거나 껴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늘어지게 잠을 자거나 도도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 우리 민족이 좋아할 만한 동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별로 기를 맛이 안 나는 동물로 푸대접 받아온 고양이가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났나 보다.

먼저 고양이 애호가들이 많아졌다. 소설가 김영하, 만화가 이우일, 일러스트레이터 권윤주, 영화감독 박찬욱이 각각 자신의 책에서 고양이 찬가를 부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예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들이 나왔다. 책들은 하나같이 도도한 고양이의 자태를 찬양하거나 고양이를 철학자의 경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목판화가 아름다운 ‘오스카로 산다는 것’은 이본 스카곤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오스카를 모델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젊은이를 위한 철학과 경구’ 등의 책에서 문장을 뽑아 마치 고양이 오스카가 뽐내며 이야기하듯 절묘하게 글과 그림을 배치했다. 고양이 애호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일러스트레이션이 일품이다.



‘고양이 철학자 요미우마’는 거짓말에서 시작된다. 고양이 철학자 요미우마의 가르침이 기록된 두루마리가 사막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고양이 요미우마가 남긴 경구와 이를 해석한 지은이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고양이의 탈을 쓴 젊은이를 위한 자기계발서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처럼 버려진 고양이의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한 글이 담긴 책도 있다. 이 밖에도 박사·이명석 공저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어디든 고양이 노튼을 데리고 다니는 피터 게더스의 고양이 예찬가 ‘파리에 간 고양이’, ‘프랑스에 간 고양이’ 등이 이 분야의 터줏대감들이다.

그렇다면 왜 고양이일까. 우리가 점점 고양이와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애호가들은 사생활을 침해받기 싫어하고 남의 사생활도 간섭하지 않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이 땅의 예술인과 젊은이, 독신 여성들이 고양이에 매료되는 것이다. 소설 ‘고양이 소녀’의 작가 부희령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인간에게는 고독한 사냥꾼과도 같은 자아가 있기 때문에 홀로 견디고 헤쳐나가는 고양이에게 귀 기울인다”고 말한다. 영혼이 자유로운 인간들이여, 고양이에게 찬미를!



주간동아 586호 (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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