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1

2006.11.21

금융기관·투기꾼의 ‘부동산 거품 별곡’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11-15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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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기관·투기꾼의 ‘부동산 거품 별곡’

    한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창구.

    수요 억제냐, 공급 확대냐로 팽팽하게 맞서 던 부동산 정책이 결국 공급 확대 쪽으로 유턴하려는 모양이다. 수요 억제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참여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요동치는 아파트값에 화들짝 놀란 건설교통부 장관이 불쑥 골라잡은 게 신도시개발 계획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느닷없이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파트값이 더욱 강한 탄력을 받고 있다. 결국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 억제든 공급 확대든 어느 쪽 하나 치밀하게 만들지 못한 데 있다.

    부동산시장 유입되는 불요불급한 돈줄 차단 급선무

    시장론자들은 시장이 언제나 옳다고 믿는다. 아파트값이 높든 낮든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 것인 만큼 존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바로 그 가격이 주는 신호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어나는 주택 수요에 합당한 공급 확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옳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택지가 그냥 널려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나마 강남지역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재개발이나 판교 개발의 기회도 환경보전, 불로소득 차단이라는 ‘사치스러운’ 걱정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원칙적으로는 시장론자들의 공급 확대도, 정부의 수요 억제도 다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공급 쪽에, 또 때로는 수요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접근한다. 그러나 가격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일 때는 공급보다는 수요에 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가까운 예로 최근 수년간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가까이까지 끌어올렸던 석유시장을 보라. 몇 년 전 세계경제의 빠른 성장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널리 퍼지면서 헤지펀드에다 연금펀드까지 끼어든 투기적인 수요가 석유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후퇴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중국 경제도 예전 같지 못할 것이라는 새로운 예측이 나오면서 헤지펀드가 석유시장을 떠났고, 이후 석유시장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계속 위협해도 유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바로 헤지펀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에서 실탄을 공급받은 실수요자들이 투기꾼들이 지펴놓은 불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고, 또 그 뒤를 따라 불안감을 못 이긴 미래의 실수요자들까지 서둘러 달려들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의 주범인 투기꾼들을 머쓱하게 하려면 뒤따라오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 분양가 규제를 통해 가격만 억누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를 불러내 벌만 준다고 해결되겠는가. 밤에 충분히 재워야 공부시간에 졸지 않는 법이다. 필요할 때 쌈짓돈처럼 은행 돈을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한 아파트값은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

    투기꾼과 은행이 과속 주행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은행이 망하고 국가도 따라서 망한다는 시나리오로 정부를 위협하면서 말이다.

    이쯤에서 꼭 막아야 한다. 부동산시장으로 쓸데없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불요불급의 돈줄을 막는 외과적 수술을 과감하게, 그리고 정밀하게 즉시 단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외환위기보다 더 길고 어두운 위기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이웃나라 일본이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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