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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해외 취업의 허상

월급 20만 원 … 애걔, 누가 가냐? 청년 해외 진출 사업 유명무실

상반기 고작 295명 … 수백억 원 예산 펑펑 성과는 초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이근희 인턴기자·원광대 한의대 2학년

월급 20만 원 … 애걔, 누가 가냐? 청년 해외 진출 사업 유명무실

월급 20만 원 … 애걔, 누가 가냐? 청년 해외 진출 사업 유명무실

박근혜 정부의 청년 해외 진출 사업의 대표 브랜드인 ‘케이무브(K-move)’.

대한민국 실업자 100만 명 시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청년 해외 진출 사업이 겉돌고 있다. 매해 수백억 원의 지원예산이 편성됐음에도 그 성과는 초라하고 실적 부풀리기는 여전하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고작 295명. 지난해에는 연간 1607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취업준비생(57만 명)의 0.27% 정도다. 졸속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지원으로 해외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2012년 4007명, 2011년 4057명이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 상반기엔 80%, 2013년엔 60% 급감한 셈이다.

허점투성이 … 예산 낭비

이명박 정부 때 정부는 해외 취업을 위한 연수, 알선, 인턴사업을 벌이고 이에 예산을 지원해 청년의 해외 취업을 돕는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 명 양성계획’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케이무브(K-move)’ 사업으로 명패를 바꿔달았다. K-move는 정부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하던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통합해 청년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 브랜드다. 이명박 정부의 지원 사업과 항목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큰 틀은 변한 게 없다.

문제는 이처럼 청년 해외 취업 실적이 급감했음에도 예산은 거의 그대로라는 점이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 양성(인력수급사업)에 배당한 예산은 3343억 원. 이 가운데 11.5%인 289억 원이 K-move 사업에 책정됐다. 지난해는 225억 원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청년 취업 지원 명목으로 투입된 예산은 2012년 287억 원(사회적기업 육성 예산 전용 109억 원 포함), 2011년 285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실적(양)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실적 급감은) 사업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다. 실제 해외 취업의 질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측 해명대로 과연 박근혜 정부 들어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은 질적으로 향상된 것일까.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3월 발표한 ‘청년 해외 진출 기초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한 해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은 질적으로 발전한 게 없는 듯하다.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20, 30대 청년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4%는 해외 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많은 장애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 요인으로는 언어장벽(44%), 해외 생활에 대한 두려움(18%), 치안 등 거주환경(16%), 정보 부족(14%) 등이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월급 20만 원 … 애걔, 누가 가냐? 청년 해외 진출 사업 유명무실

고용노동부의 ‘케이무브(K-move)’ 사이트에 올라온 해외 취업 홍보영상(왼쪽).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의 핵심인 K-move를 조목조목 뜯어보면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K-move는 △정보 제공(인터넷 취업포털 월드잡) △멘토링 사업(K-move 멘토단) △취업 알선(민간 취업 알선) △해외 실무 경험을 통한 역량 강화(해외 인턴) △취업 연수(K-move 스쿨, GE4U) △취업 뒤 받는 성과금(해외 취업 성공장려금) 등 해외 취업을 위한 ‘풀코스’가 마련돼 있다.

‘K-move 스쿨’(맞춤형 취업 연수과정)은 먼저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한 후 이에 맞는 연수를 제공하는 것이고, GE4U는 취업할 곳을 사전에 확보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을 통해 교육받은 후 해외 취업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해외 취업 연수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합하면 120억 원으로 2014년 전체 예산(289억 원)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2013년 K대학에서 실시한 ‘피지 사무행정 및 레저스포츠 강사 양성 과정’(GE4U)은 정부의 실효성 없는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피지에 있는 기업의 사무행정 요원이나 호텔 소속 레저스포츠 강사를 뽑기 위해 사전연수를 보내는 취지인데, 이들 직장의 한 달 임금이 20만 원에 불과했던 것. 이들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받는 사전교육 시간은 960시간으로 그중 940시간은 영어교육이었다. 여기에 투입된 정부 지원금은 1인당 950만 원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의원은 “해외 취업 연수 사업은 심각한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다. 낮은 임금에도 청년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유는 연수 기간에 체류비를 지원받으면서 외국에 거주하고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연수가 아니라 사실상 국비 지원 어학연수”라고 지적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승인한 H기업의 ‘피지국립대학교 행정직 및 공항관리공단 취업연수’(맞춤형 취업 연수과정)도 K대학의 사업계획서와 매우 흡사했다. 근로조건, 연수 중 사용 교재, 프로그램 선발 일자 등이 동일하고 차이점은 강사 이름 정도다. 홍 의원은 “월 20만 원의 낮은 임금을 주는 프로그램이 정부의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많은 예산이 지출되는 만큼 철저히 따져 예산 낭비가 없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구축, 운영하는 월드잡 사이트의 해외 취업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월드잡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591명의 현황을 분석해보면 국내 대기업 해외 지점과 공관 등에 취직한 이가 357명에 달했다. 즉 순수하게 외국 기업에 취직한 인원은 234명(40%)에 불과했다.

실적 부풀리기 급급

심지어 이 234명 중에서도 125명은 카타르항공, 핀에어 등 외국 항공사가 직접 채용한 인원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인력공단)은 이들 외국 항공사가 자신의 시설을 빌려 면접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월드잡의 취업 실적으로 편입해왔다. 이런 실적 부풀리기를 제외하면 실제 해외 취업이라 할 수 있는 인원은 109명에 불과하다. 월드잡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구축과 운영에 총 27억 원이 투입됐고, 올해 25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인력공단 측은 “단순히 해외 항공사들에게 면접장소만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월드잡 사이트를 통해 합격자 발표, 면접 공고, 면접시간 안내, 온라인 적성검사, 출국 합격자 비자 서류 등을 개별 통보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e메일과 전화 등으로 출국 및 현지 정착까지 직원이 무료로 취업컨설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항공사 직원 채용은 해외 취업 실적 통계에 포함하는 게 타당하다”고 해명했다.

곳곳에서 인원 미달 속출

월급 20만 원 … 애걔, 누가 가냐? 청년 해외 진출 사업 유명무실

MBC ‘일자리 창조 프로젝트, 드림 헌터’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케이무브(K-move) 사업.

하지만 인력공단이 ‘적극 지원’한 부분의 대다수 항목은 각 해외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또는 구인업체를 통해 해왔던 것인 데다, 실제 해외 항공사들이 뽑은 직원은 인력공단의 지원이 없었어도 채용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에 의한 해외 취업 통계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게 구인업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P구인업체 관계자는 “인력공단이 해외 항공사 취업사례를 통계에 넣으려면 해외 항공사들을 설득해 취업 인원을 늘렸다거나 실제 취업을 알선하는 등 구체적 노력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취업 알선 업체가 정부로부터 1인당 200만 원씩 알선비를 받고 구직자의 해외 취업을 중개해주는 ‘민간 취업 알선’ 사업은 구직자의 참여율이 낮아 갈수록 사업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정원 500명 중 지원자가 144명에 그쳐 10억 원이던 예산이 올해는 4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K민간취업알선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알선비를 지원하는 일자리의 조건이 정규직, 연봉 2400만 원 이상이라 그 대상을 잘 찾지 못하는 데다 아직도 취업 알선 사기 관행이 일부 남아 있어 구직자들이 취업 알선 업체를 선뜻 이용하지 못하는 게 원인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에게 정착비를 지원하는 ‘해외 취업 성공장려금’ 사업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인당 최대 300만 원을 2000명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94명밖에 지원하지 않았고 올해는 그 대상을 1444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신청할지 미지수. 이처럼 지원자가 적은 이유는 지원 대상 조건이 부모와 본인의 합산소득 368만 원(올해는 598만 원) 이하로 규정돼 있어 지원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고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인원 미달인 K-move 사업이 속출하는 게 현실이다.

해외 취업은 이제 더는 외국어를 잘하는 스펙 좋은 청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력 있는 청년이 해외에서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면 내실 있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주간동아 2014.08.04 949호 (p28~30)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이근희 인턴기자·원광대 한의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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