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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람난 올랑드, 바람 분 지지율

연초부터 대통령 스캔들로 프랑스 시끌…쿨한 국민은 오히려 호의적

  • 전승훈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raphy@donga.com

바람난 올랑드, 바람 분 지지율

세계 5위 경제대국 대통령이 한밤중에 애인을 만나려고 스쿠터를 타고 프랑스 파리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오전 8시 경호원이 가져온 크루아상으로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다. 전 세계 미디어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야말로 프랑스적인 염문설이 아닌가! 정치와 로맨스가 혼합된 쓰나미가 신년벽두부터 전 세계 TV와 신문, 웹사이트를 뒤덮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하 재임 1981~95)부터 자크 시라크(1995~2007), 니콜라 사르코지(2007~2012)까지 프랑스 대통령의 여성 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생활 보호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허리 아래’ 이야기는 못 본 체하는 게 언론 전통이었다.

그런데 이번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과 여배우 쥘리 가예(42)의 염문설은 달랐다. 무척이나 프랑스적인 염문설이 너무도 영국적인 스캔들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시대 프랑스도 24시간 지속되는 ‘사생활 감시’를 피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여배우 쥘리 가예와 밀애 딱 걸려

1월 10일 연예전문 주간잡지 ‘클로저’ 1면에 실린 올랑드와 가예의 밀회장면 사진을 찍은 파파라치는 세바스티앵 발리엘라(42)다. 그는 20년 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마자린(당시 20세)의 사진을 처음 찍은 인물이다. 당시 미테랑이 아내 다니엘과 정부(情婦) 안 팽조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발리엘라가 1994년 주간지 ‘파리마치’에 마자린의 사진을 보도하기 전까지 프랑스 언론은 그의 존재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보도가 나올 것을 미리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저’가 가판대에 깔리기 전날인 1월 9일 밤 대통령은 동거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49)와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다. 그는 그동안 루머로 나돌던 염문설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 자리에서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소리 지르거나 때리거나 자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친구에게 “마치 TGV(테제베·프랑스 고속철도)가 내 가슴에 부딪친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2013년 12월 31일 밤 베르사유 인근에 있는 대통령 별장 ‘라 랑테른’에서 함께 밤을 보냈다. 올랑드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트리에르바일레르 가족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수개월 전부터 떠돌던 대통령과 여배우의 밀회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30일 밤에도 가예 아파트를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충격과 우울증으로 트리에르바일레르는 파리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의 병원행은 올랑드의 처지를 더욱 꼬이게 했다. 2월 11일 미국을 공식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만나기로 한 상황에서 퍼스트레이디 거취가 초미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혼인관계가 아닌 동거녀인 트리에르바일레르는 대통령과 헤어질 경우 엘리제궁을 곧바로 떠나야 한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퍼스트레이디에게 국고가 지원되는 만큼 대통령은 빨리 상황을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엘리제궁은 트리에르바일레르의 사무실과 직원 5명 유지비로 월 1만9742유로(약 2858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1월 13일 ‘르파리지엥’은 트리에르바일레르가 병문안 온 친구에게 “올랑드를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신문은 올랑드 자문진이 트리에르바일레르와 결별을 선언하라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입원해 있을 때 내치는 것은 여론을 자극할 수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올랑드 대통령도 14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11일 미국 방문 전 이 상황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올랑드의 새 여자친구 가예는 1993년 스물한 살 나이에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깔’ 시리즈 첫편이자 쥘리에트 비노슈가 주연한 영화 ‘블루’로 데뷔했다. 영화 50편 외에 TV 드라마에도 출연한 그는 최근 영화 ‘외무부’에서 매혹적인 여성 외교자문 역을 맡았다. 이 때문에 영국 언론들은 ‘그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자문해주려고 만났나’라고 반응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 영화감독 산티아고 아미고레나와 결혼해 10대 두 자녀를 두었다. 2006년 이혼한 그는 올랑드의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캠페인 당시 홍보영상에 출연해 올랑드를 ‘원더풀한’ ‘겸손한’ ‘경청할 줄 아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사르코지 주의자들의 음모’

올랑드 대통령의 염문설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가예와 대통령이 밀회를 즐겨온 아파트가 코르시카 마피아와 연계돼 있다는 설이 나오는가 하면, 가예가 임신 4개월째며 올해 6월 올랑드의 아기를 낳을 것이라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또 중도좌파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는 이번 사건이 2017년 대선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니콜라 사르코지의 음모론’이란 기사도 실렸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올랑드 대통령이 사회주의 노선을 접고 감세 정책과 공공지출 삭감 등의 ‘책임협약’을 내놓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아가려 하자 우파가 위협을 느꼈다는 것. 이 때문에 엘리제궁과 경찰 등에 남아 있는 사르코지 네트워크가 움직여 ‘클로저’의 사진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음모론이다. 이 주장이 맞든 안 맞든 결국 ‘클로저’는 15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올랑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책임협약’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회당 진영에서는 이번 염문설이 2012년 대선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미국 뉴욕에서 호텔 청소부를 성추행하다 체포됐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당시에도 사회당 측에서는 ‘사르코지 주의자들의 음모’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회당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공적, 사적 생활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실리아와 이혼한 뒤 카를라 브루니와의 재혼을 대중정치 무대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차례 대선을 치르고 여야가 뒤바뀌었지만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똑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올랑드도 사르코지 운명을 따라갈지 주목된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스캔들 이후 올랑드 지지율이 거꾸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 여론조사 결과 올랑드 지지율은 12월 23%에서 26%로 올랐다.



주간동아 922호 (p58~59)

전승훈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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