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8

2013.10.14

옆집 소음 유발자가 인생의 스승

뮤지컬 ‘트라이앵글’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입력2013-10-14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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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 소음 유발자가 인생의 스승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제 이웃은 가까이 살면서 정을 주고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소음을 만들어 나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적 가해자일 뿐이다. 우리는 화려한 이름과 으리으리한 외관에 둘러싸인 각자의 동굴에 숨어, 누구에게도 피해 받지 않길 원하며 소통의 창구도 닫아버린다.

    뮤지컬 ‘트라이앵글’은 자신만의 방에서 혼자만의 성공을 상상하며 좌절하던 한 청년이,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방 밖의 소음은 사실 내 이웃의 목소리이고, 그 이웃과 친구가 돼 세상을 사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유명 소설가의 아들인 도연은 아버지처럼 걸작을 쓰고 싶지만 등단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사실 모태솔로에 방 밖으로 나가는 일도 거의 없는 도연이 최고의 연애소설을 쓰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도연은 밤마다 소설을 쓰지만 옆집에 사는 로커 지망생 경민이 밤마다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 날 경민이 도연의 집에 쳐들어와 “스토커를 쫓아낼 동안만 같이 살자”며 막무가내로 사정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스토커 영이는 “나도 같이 살겠다”며 도연의 집에 눌러앉는다. 무채색이던 도연의 방은 세 남녀가 어울려 살면서 점차 다양한 색을 찾게 된다. 도연은 영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고백하기는 쉽지 않다.

    신 나기만 하던 세 사람의 일상이 삐걱거리게 된 건 경민의 데뷔 때문이다. 도연은 성공의 문턱에 다다른 경민을 보며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느끼고 좌절한다. 결국 아버지의 아이디어를 훔쳐 데뷔하지만 떳떳할 수 없다. 이웃의 기쁨에 박수칠 수 없는 불편한 속마음이 안타깝다. 이런 도연을 통해, 위로받거나 마음을 털어놓는 방법을 모른 채 자신을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내 본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이 작품은 모호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았음에도 구성적으로 아쉬움이 많다. 무엇보다 갈등이 중첩되며 절정으로 치달을 때 각 장면마다 개연성이 부족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또한 아버지와 경민에 대한 콤플렉스로 고통스러워하는 도연, 티 없이 밝아 보이지만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끝없이 폭식하는 영이에 비해 경민은 단순히 철없고 직선적일 뿐 어떤 고민이나 생각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단편적인 성격으로 등장하는 점도 아쉽다.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접어두고, 그저 작품 자체로만 본다면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Video kill the radio star’ ‘All by myself’ 등 익숙한 팝송을 듣는 재미가 있다. 무대 중간 중간 배우들이 기다란 스탠드마이크를 잡고 마치 가수가 소극장 공연 중간에 음악을 소개하듯 관객을 바라보며 대사를 하는 장면은 작은 공연장의 특성을 살린 아주 인상적인 무대 연출이다.

    도연 역을 맡은 배우 김종구는 아주 소극적이면서도 순수한 작가지망생 역을 잘 소화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등에서 발랄한 매력을 뽐낸 배우 최우리 역시 유쾌한 연기가 돋보인다. 2014년 1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

    옆집 소음 유발자가 인생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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