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언뜻 근로자 같지만 근로자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보험모집인, 레미콘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가 그렇다. 이들은 일정 부분 사업장 소유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만, 경제적으로 독립된 측면이 있다. 이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은 맞지만, 예를 들어 캐디의 경우 골프장 주인이 아닌 골프장 이용객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들을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부른다.
캐디는 골프장에서 교육하고 감독하며 상당한 인사권도 갖지만, 보수를 골프장에서 지급하지 않고 이용객이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골프장에서 캐디를 해고하는 경우, 다시 말해 골프장에서 갑자기 캐디의 영업을 금지하는 경우 이것이 해고에 준하는지가 법적으로 논란이 된다. 부당한 인사조치 등에 대항하려고 캐디들이 조합을 결성했을 때 이 조합이 법으로 보호받는 노동조합인지도 모호하다. 이뿐 아니다. 근무 중 사고가 발생해 재해를 입었을 경우 산업재해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수고용 형태인 경우에도 사용자 측과 협의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그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직업군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지만, 캐디의 노조결성권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 2007년 국회 차원에서 이와 관련해 해법을 내놓으려고 했던 노력은 무산됐다. 당분간은 엇갈린 판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캐디 같은 직업군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근로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모호한 신분이다.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 교사 등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도 있다. 활동적인 노동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일정한 공간을 지키면서 감시하는 업무를 하다가 필요한 경우, 즉 단속적으로 육체노동을 제공하는 경우다. 주로 건물경비원이 이에 해당하는데, 노동 강도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건물경비원이라 해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승인받지 않으면 최저임금 등에 관한 규정이 고스란히 적용되고,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업무수행의 구조적 특성상 경제적으로 독립해 있다고 하지만, 근무 형태 등을 보면 사업장 소유자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는 적지 않은 이견이 있어 당분간 엇갈린 판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845호 (p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