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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방송과 정권 03

DJ·노무현 정권도 나팔수 만들어

권력과 노조 입맞춤 정치방송에 홍보방송

  • 이동훈 공정언론시민연대 정책실장

DJ·노무현 정권도 나팔수 만들어

DJ·노무현 정권도 나팔수 만들어

KBS공영방송회복추진범국민연대 회원 30여 명이 2008년 7월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정연주 KBS 사장 자택 앞에서 정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왜 방송은 정권에 취약한가. 왜 방송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질 않는가. 필자가 보기에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공영방송의 기형적 구조가 낳은 결과일 수 있고, 구조적 문제에 따른 구성원의 정치 편향성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먼저 기형적 구조를 보면, KBS의 경우 사장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다. 임명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는 또 어떤가.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서 사장을 임명하지만,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야당 몫의 이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권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YTN의 대주주는 정부 산하 공기업이다. 집권세력의 의지와 바람은 인사와 경영 과정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1987년 민주화 이전만 해도 방송은 그저 정권의 하부조직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군사정부 시절 방송은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었다. 총칼로 무장한 정권은 방송을 완벽히 통제하고 관리했다. 그 대신 정권은 방송사 임직원에게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은 매출 신장률을 바탕으로 한 파격적 대우를 해주며 그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KBS와 MBC는 사실상 과점적 특권을 누렸다.

방송사 구성원의 이분화

1987년 이후 상황은 많이 좋아졌다. 특히 방송사에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만들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MBC는 1987년 12월, KBS는 1988년 6월에 노조를 조직했다. 이때부터 방송사 노조는 정권이 내려보낸 경영진과 다투기 시작했고 그것이 노조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방송사 노조는 노동자의 후생복리를 목적으로 하는 서구의 언론노조와 달리, 가장 일차적인 목적을 사회민주화나 경영 참여 확대에 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로 인한 폐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언론권력이 탄생한 것이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치권력과 방송 노조가 뜻을 같이해 사실상 경영을 장악하면서 정치 편향성을 띤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군사독재 시절에 비할 수는 없지만 유사한 형태의 정치방송이 탄생한 것이다. 방송사에 근무하는 구성원은 그 과정에서 정치 편향성에 따라 이분화했다.

새로운 권력이 정권을 잡으면 공영방송사도 일제히 정권과 가까운 친정부인사 또는 새로운 정부 이념과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 경영을 장악했다. 이런 현상은 군사정부뿐 아니라 김영삼 정부 때부터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공영방송사의 인사를 좌우하는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가운데 절대 다수를 여권이 독식하도록 하는 방송법을 강행처리해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낙점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이때는 아예 방송사 노조가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당연히 정권 출범 이후 노조와 시민단체, 진보 성향의 언론계 인사가 방송사를 장악했다. 이들은 형식적으론 정치 중립적 성향의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실제로는 그들 이념에 맞는 인사를 중심으로 공영방송사를 장악해나갔다.

노무현 정부 당시 방송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상희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이사장은 진보 성향의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창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부위원장에는 최민희 전 민언련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KBS 사장에는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정연주 씨, MBC 사장에는 언론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현 강원도지사) 씨를 임명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또 YTN 사장에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표완수 현 ‘시사IN’ 대표를 임명했다. 이들은 취임 이후 정권에 우호적인 노조와 시민단체 인사를 요직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진보이념 확장에 앞장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정권의 방송장악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득세한 방송인은 하나같이 “과거 권력 지향적 방송에 무력감을 느꼈다. 관료적, 정권 지향적 모습을 과감히 탈피하겠다”고 외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친정부 성향을 더 여실히 드러냈다. 과거 정권의 경우 정부가 방송을 직접 통제하는 식이었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이념을 공유하는 공영방송사 내부 집단이 자생적으로 통제하는 형태를 띠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성경쟁

2009년 방송개혁시민연대가 출간한 ‘좌파정권 10년 방송장악 충격보고서’에는 2000년 초 KBS 1TV 프로그램 ‘일요스페셜’ 방송시간대에 내보내기로 한 ‘긴급입수 탈북난민 7인의 증언 공개’의 불방 내막이 실렸다. 예고방송까지 내보낸 프로그램을 갑자기 박권상 당시 사장의 지시로 방송을 취소한 것이다. KBS는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실상은 김대중 정권의 ‘북한 눈치 보기’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KBS 노조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對)북한 밀월시대를 맞아 정권에 잘 보이려고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작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자생적 방송 장악 사례로는 2004년 6월 15일에 방송한 MBC ‘PD수첩’ 594회 ‘6·15공동선언 4주년 특집방송-김대중 전 대통령 독점 인터뷰’를 꼽을 수 있다. 감시기능을 생명으로 하던 ‘PD수첩’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찬양방송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승계하려 했던 노무현 정부 처지에서는 꼭 필요한 방송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방송은 정상적인 방송 편성과 프로그램 성격을 무시한 전형적인 홍보방송으로 기억된다.



주간동아 2012.06.04 840호 (p20~21)

이동훈 공정언론시민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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