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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쇼’라 해도 좋아요 교생실습 한 번 더 안 될까요”

또랑또랑 학생 눈빛에 빠진 교생 3인의 특별한 경험

  • 곽정아 인턴기자 ruyao@daum.net

“‘쇼’라 해도 좋아요 교생실습 한 번 더 안 될까요”

“‘쇼’라 해도 좋아요 교생실습 한 번 더 안 될까요”

실습수업 첫날 학생이 찍어준 공희원 교생.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번 간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죠.”(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어이가 없고, 마치 사실처럼 말씀하시는 데 황당하다. 확실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최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이른바 ‘김연아 교생실습 논란’이 일었다. 김 선수 측은 교생실습 학교인 서울 진선여고에 출근하지 않은 날은 개교기념일밖에 없다고 밝혔고, 인터넷엔 그가 충실하게 실습에 참여했다는 진선여고 학생, 학부모들의 ‘간증’ 글까지 잇따라 올라왔다. 황 교수는 “스포츠 스타들이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고 졸업 필수 과정인 교생실습을 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라면서 “나는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교생실습을 갓 마친 ‘전직 교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 선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실제 교생실습은 어떻게 진행될까.

4월 30일부터 5월 25일까지 총 26일간 교생실습을 했지만, 아직도 학생들을 처음 만나던 순간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는 풋풋한 전직 교생 3인방 공희원(23·여·숙명여대 경제학과), 이유라(22·여· 단국대 한문교육학과), 박경상(22·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씨를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교생실습 얘기를 꺼내자마자 “어우!” 하는 감탄사와 함께 아쉬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봤다. 실습 당시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청바지에 편한 남방을 입은 채 과제가 많다고 불평하는 평범한 대학생인 이들은 얼마 전까지 반은 학생, 반은 선생님 신분인 교생이었다.

# “나랑 사귀어달라” 숱한 고백 받아

이들은 매일 아침 7시 40분, 아직은 몸에 맞지 않는 정장 차림을 하고 서울 은평구에 자리한 선일여중으로 향했다. 출근 도장을 찍고 왼쪽 가슴에 ‘교생 ○○○’라는 이름표를 달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중학생 시절을 기억하는 선생님들 앞에서 교생 신분으로 교단에 선다는 것은 무척 떨리는 일이었으리라.

“교생이라는 게 교사 직업 체험이잖아요. 토·일요일을 빼면 20일 동안 학생들을 만나는 건데, 기간이 너무 짧아요. 솔직히 그 전에는 교직 이수를 하면서도 교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좋은지 피부로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교생실습을 하고 나니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기 싫은 거예요.”

경제학과에 다니지만 수학 교사가 되려고 복수전공으로 교직 이수를 신청했다는 공씨는 인터뷰 내내 눈이 접힐 정도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교사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교육실습’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교생실습은 ‘교육실습’ 과목에 포함된 실습수업이라 짧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님, (교생실습) 조금만 더 하게 해주세요.”

축 처진 목소리로 “아쉽다”를 연발하는 박경상 씨. 키 180cm에 귀여운 외모, 게다가 연세대 농구부 주장인 그가 여중에 교생으로 갔으니 상황은 뻔했다. 학교 전체가 떠들썩할 만큼 인기였다. 교생실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심지어 그가 시합을 나간 날엔 교생실 앞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박경상 선생님 오늘 안 왔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오세요. 교생실.’ 학생들은 이 글귀를 보고 “오늘은 안 왔대!”라고 외치며 발길을 돌렸다.

또 하나의 인기 척도는 먹을거리다. 학생들은 매점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를 바리바리 사와 박씨에게 안겼다.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만 150여 통. “고등학교 3학년이 지나면 나랑 사귀어 달라”는 고백도 숱하게 받았다. 그때마다 그의 대답은 똑같았다. “어, 그래. 얼른 커라.”

사실 박씨는 연세대 농구부 코치가 비행기를 타고 마산에 가서 직접 그를 데려올 정도로 농구를 잘하는 유망주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수업시간에도 농구만 했다. 그래서 이번 교생실습이 그에게는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알림장’이 뭔지도 몰랐다.

“저만 이상한 건가 싶어 대학 농구부원들에게 물어봤어요. 야, 혹시 알림장 아냐? 그랬더니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다들 운동만 하면서 학교를 다녀 수업을 제대로 안 들은 거죠.”

마찬가지로 백일장이나 사생대회도 생소했다. 그래도 그는 하루 3시간씩, 50시간 넘게 수업에 들어갈 정도로 교생실습에 성실히 임했다.

대회에 참가하느라 학교생활을 거의 하지 못한 김연아 선수와 시합에 나가느라 학교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박씨는 언뜻 보기에도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논란을 부른 ‘김연아 교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운동선수도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꼬박꼬박 하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만큼 힘들게 살아왔어요. 우리도 순간순간 자신 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해나가죠. 김 선수도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 이해를 잘 못하겠어요. 왜 그에게 교생 자격이 없다는 건지. 물론 가르치는 방법을 계속 배워온 다른 체육교육학과 학생들보다는 부족하겠죠. 그래도 저는 저 나름대로 담당교사를 따라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보기도 하고, 학습지도안을 짤 때는 다른 교생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잘 해결했어요.”

오히려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해온 운동선수들은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학생 생활지도 면에선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공씨가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학교 규칙을 딱딱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교생들이 많이 배웠다”며 슬쩍 거든다.

“경상이를 보면 원리원칙에 철저해요. 우리보다 더 확실하면 확실했지 은근슬쩍 넘어가는 법이 없죠. 그래서 ‘김연아 교생’을 지켜보면서도 열심히 공부한 우리가 억울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자기만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김 선수는 되레 최고의 선생님이죠.”

아무리 교생실습이 좋았다곤 해도 말 못 할 고충이 있지 않았을까. 요즘 중학생은 무섭다는 이야기도 많고, 실제로 거센 아이들 때문에 힘들었을 법도 하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는 없었느냐”고 물으니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있을 수가 없다. ‘호빵맨’이 있기 때문”이라며 깔깔 웃었다.

선일여중의 호빵맨 최용범 교사는 SBS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학생지도 달인으로 소개됐을 만큼 유명하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무조건 우리 애들을 지키는’ 정의의 사도다. 학교 근처에서 선일여중 학생이 속칭 ‘삥’을 뜯기면 경찰관이 아니라 호빵맨에게 신고한다. 호빵맨은 새벽 5시 40분 출근해 밤 11시 넘어서 귀가하는 데다, 왼쪽 팔뚝에 전교생과 그들의 부모님 전화번호를 입력해놓은 휴대전화를 차고 다닌다. 그런 만큼 학교폭력이 호빵맨에게 걸리지 않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외부 학생이 선일여중 학생을 괴롭히면 문제 학생의 얼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인증샷’을 남긴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신고정신이 투철해요. 호빵맨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짧치’(짧은 치마)를 입는 학생이 많은데, 그걸 다른 애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서 호빵맨한테 신고하거든요.”

교생실습은 처음 한두 주는 담당 교과목 교사의 수업을 뒤에서 참관하고, 나머지 주에 직접 실습수업을 한다. 하지만 곧 떠날 사람이라는 교생의 한계 탓에 마지막 주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도 생겨 조금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찍은 사진을 보면 특별하지 않은 아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 변하는 공교육 현장 직접 체험

공씨는 교생실습을 하기 전에는 사실 대안교육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공부만 강조하는 교육에 염증을 느끼기도 했고, 공교육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하지만 교생실습을 하고 나니 오히려 공교육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드림 트리’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자아 정체감 형성, 밝은 면 바라보기 같은 활동을 하는 건데요. 한 번 활동하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3년 내내 활동한 것들을 개개인의 진로 파일에 모아둬요. 우리 때는 없던 건데, 많이 바뀌고 있는 거죠.”

이들은 6월 5일 이후 각 담당교사가 자신들을 평가한 자료를 받게 된다. 대학은 이 자료를 근거로 성적을 매겨 교과실습 과목에 반영한다. 이들에게 스스로를 평가하면 몇 점쯤 되느냐고 물었다. 공씨는 “98점.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라고 멋쩍은 듯 웃더니 덧붙였다.

“이 세상에는 시행착오를 겪어선 안 되는 일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는 운전. 사고 낸 뒤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둘째는 학생을 대하는 거. 인격체니까 제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늘 생각해야 하죠.”

교생실습이 무척 행복한 경험이었기에 ‘임용고시’라는 난관이 더 큰 산으로 느껴진다는 세 사람.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교사와 학생의 중간 지점인 교생. 아직 교사생활을 제대로 겪지 못한 미완성의 존재이기에 그만큼 더 큰 가능성을 지닌 건 아닐까.



주간동아 2012.06.04 840호 (p42~43)

곽정아 인턴기자 ruya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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