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9

2017.05.24

사회

‘지방소멸’ 막을 뾰족한 대책 어디 없소

행자부 ‘청년희망뿌리단’ 모집했으나 지원자 미달… “인구 감소 심각한 곳 ‘인구활력지역’ 지정해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5-22 14:03:4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귀농·귀촌한 사람이 참여하면 괜찮겠지만, 도시에서 백수로 있다 월 50만 원 받고 시골로 들어갈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행정자치부(행자부)가 인구 급감에 따른 ‘지방소멸’을 막고자 내놓은 대책인 ‘청년희망뿌리단’의 모집을 두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31) 씨가 한 말이다. 행자부는 5월 12일까지 청년희망뿌리단 50명을 1차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20여 명에 그쳐 30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지방소멸을 막으려고 내놓은 정부 대책이 첫발부터 흔들리는 양상이다.

    청년희망뿌리단의 대상자는 만 19~45세 이하 미취업자이면서 근로가 가능한 사람으로, 선발되면 9개 시도, 28개 시군에서 제안한 창업과 취업, 공공프로젝트, 자원봉사 등 3개 분야에서 활동하며 최소 6개월간 총 300만 원의 교통·홍보·활동비를 지원받는다.

    행자부는 2019년까지 연 300명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이들의 60% 이상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인구가 줄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수입이 감소하고 인프라와 서비스 질도 떨어진다. 그러면 지방인구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청년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새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희망뿌리단은 일본 정부가 연간 3000명의 도시 청년을 뽑아 월 200만 엔(약 1992만 원)의 인건비·사업비를 지원해 농촌에 파견하는 ‘지역부흥단’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전국 84개 시군 30년 안에 소멸

    일본에선 2014년 ‘지방소멸’이란 개념이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대신이 ‘지금 같은 인구 감소 추세라면 일본 전체 지자체의 절반인 896개가 소멸한다’는 내용을 담은 저서 ‘지방소멸’을 출간한 것. 도쿄 한곳으로만 집중하는 ‘극점사회’를 인구 문제 악화의 주범으로 지적한 마스다는 “지방 중핵도시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혼과 출산 지원 정책을 실시하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마스다 보고서의 방식을 토대로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84개 시군과 1383개 읍·면·동이 젊은 인구 부족으로 향후 30년 안에 소멸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른 지방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전국 229개 시군 가운데 20% 넘는 86곳이 이미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곳)에 진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이다. 1월 한 달 동안 태어난 아기가 10명도 안 되는 곳은 경북 울릉(1명), 전북 무주와 경북 청송, 경남 남해(각 4명), 강원 고성(5명), 경남 의령(6명), 강원 양양(7명), 전북 진안과 경북 군위, 경북 영양(각 8명) 등 10곳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갈수록 마을이 텅 비어가고 있다.

    각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2009년 전국 최초로 인구 늘리기 지원조례를 제정한 전남 강진군은 전입가구, 전입학생, 귀농자 등에게 전입 장려금을 주고 있다. 또한 임산부와 신생아 및 아동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비, 출산준비금, 출산용품 등을 지원한다.

    지난 4년간 연평균 169명씩 인구가 감소한 강원 양양군은 미혼남녀 만남의 날 행사, 결혼정보센터 운영, 결혼축하금 지급, 신혼주택마련 지원 등을 통해 정주가구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경남 하동군도 최소 인구 5만1000명을 유지하고자 ‘하동사랑 플러스51’을 추진해 인구 늘리기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특히 출산율 높이기, 인구 이탈 방지, 투자 유치, 명품 학교 육성 등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군(郡) 지역만 인구 감소에 비상이 걸린 것은 아니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지방 중소도시 20곳에서 인구가 줄어들어 빈집이 늘어나고 기반시설이 남아도는 이른바 ‘도시 축소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연구원은 “지자체가 이제는 낙관론에 기댄 성장 위주의 도시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도시 기능을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4월 27일 열린 ‘지방소멸위기 대응을 위한 신(新)지역발전방안’ 포럼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날 김선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한국은 지난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2031년부터 국내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원장은 “인구 감소 및 인구 구조 변화가 심각해 지역 활력이 필요한 지역을 ‘인구활력지역’으로 지정, 지원해야 한다”면서 “인구활력지역을 지원할 재원을 조성하려면 먼저 특별회계 신설, 지역인구활력교부금 조성, 특별교부세 전담계정 마련, 지역상생발전기금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늘리기 발상의 전환 시급

    지방소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행자부는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치’와 ‘인구감소지역 발전’ 방안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 이 특별법에는 주민 생활기반 확충과 공공서비스 공급의 효율화 등 분야별 발전 시책도 구체적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는 근거와 지원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각 지자체의 재정 능력과 인구 감소율, 고령자 비율 등을 기초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한다. 행자부는 인구와 재정 부문의 지표를 활용해 우리 실정에 맞는, 측정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귀농·귀촌이 늘어나 지방인구가 증가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귀농·귀촌은 2010년 4000가구 정도였으나, 2015년에는 32만9000여 가구로 늘어났다. 게다가 30대 이하가 14만3000여 명을 차지할 만큼 젊은 귀농인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귀농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자는 1만2000명에 불과하다. 농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원생활과 텃밭 가꾸기를 즐길 목적으로 귀촌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원광희 충북연구원 북부분원 총괄분원장은 “일부 지역의 인구 소멸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시골 마을에서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방인구 소멸을 막기 위한 재정 투입과 함께 청년이 지방에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