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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사람을 살리는 ‘仁術의 힘’은 세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사람을 살리는 ‘仁術의 힘’은 세다

사람을 살리는 ‘仁術의 힘’은 세다

‘의사’, 루크 필즈, 1891년, 캔버스에 유채, 166×242,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정보기술(IT) 천재 스티브 잡스가 한창 일할 나이에 췌장암으로 죽은 것을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옛말처럼 부와 명성을 다 가졌어도 죽으면 끝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특히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 의사를 믿지 못하면 병을 치료하기 어렵다. 의사의 정확한 판단과 성의 있는 치료가 환자 병을 고치는 것이다. 환자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의사를 그린 작품이 루크 필즈(1843~1927) 경의 ‘의사’다. 이 작품은 헌신적인 의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새벽녘, 의자를 붙여 만든 간이침대에 어린 환자가 잠들어 있다. 의사는 그 옆 의자에 앉아 환자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환자 머리맡 탁자에는 물병과 그릇이 놓여 있고, 환자 어머니가 탁자에 기댄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의사 옆 탁자에 놓인 찻잔과 램프는 의사가 왕진 온 것을 의미하며, 환자 어머니 뒤에 있는 창가의 희미한 새벽빛은 의사가 오랫동안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의사가 한 손으로 턱을 괸 모습은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필즈 경의 이 작품은 1877년 첫째 아이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설탕 제조업자인 헨리 테이트가 그의 사실주의 작풍에 매료돼 의뢰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붉은색 빛의 석유등과 새벽빛의 푸른색. 이렇게 대비되는 색을 사용해 환자 상태를 설명한 것이다.

수명 연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컴퓨터라고 한다. 컴퓨터는 지난 100년간 해내지 못한 일을 단 며칠 만에 해결할 만큼 의학을 혁신적으로 발달시켰다. 하지만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병을 고치는 기본은 인술이다. 수술 집도의를 그린 토머스 에이킨스(1844~1916)의 ‘그로스 병원’이 대표적인 작품. 1875년 당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던 외과 해부학자 새무얼 데이비드 그로스 박사의 수술 장면을 묘사했다. 골수염 환자의 수술을 집도하는 그로스 박사는 피 묻은 메스를 든 채 몸을 돌려 화면 왼쪽에 있는 환자 가족을 위로한다. 의사들은 환자의 환부를 절제하고, 학생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수술을 지켜보고 있다.



뒤에 있는 서기는 혼란스러운 수술실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수술 장면을 기록한다. 화가는 서기를 통해 의사의 과학적 열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서기의 침착한 태도는 기록자의 객관적 모습을 나타낸다. 화면 앞쪽의 피 묻은 메스와 붕대는 수술 중이라는 사실을 나타내며, 밝은 조명 아래 피 범벅이 된 환자의 몸은 수술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강조한다.

사람을 살리는 ‘仁術의 힘’은 세다

‘그로스 병원’, 토머스 에이킨스, 1875년, 캔버스에 유채, 244×198,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위). ‘요하네스 다이만 박사의 해부학 강의’, 렘브란트 판 레인, 1656년, 캔버스에 유채, 100×134,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그림에서 그로스 박사는 의학용 가운이 아닌 코트를 입고, 그것도 맨손으로 수술을 하는데, 지금은 깜짝 놀랄 일일 테지만 이것이 당시 수술실 의사들의 일반적 모습이었다. 결국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열악한 수술실 환경이 환자 사망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에이킨스는 이 작품을 공개한 후 불온하고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최고의 의사였던 그로스 박사의 수술 장면이 훌륭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악평과 달리 19세기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100년 전 미국 의학계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역사적 기록화로서의 구실도 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불치병으로 불리던 질환이 정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신체 부위가 있다. 바로 뇌다. 뇌는 인체 모든 장기의 움직임을 명령하고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 노릇을 하는 데다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몸의 움직임과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뇌수술을 하는 의사를 그린 작품이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의 ‘요하네스 다이만 박사의 해부학 강의’다. 다이만 박사는 두개골이 절개된 시체 머리에서 뇌를 끄집어내려 하고 조수는 절개된 두개골 뚜껑을 들고 있지만 시선은 시체 머리를 향한다. 시체 배는 뚫려 있어 내장을 드러낸다. 하얀색 시트는 레인이 화면을 극적으로 연출하고자 그려 넣은 것이다. 당시에는 해부할 때 시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레인은 작품을 그리면서 시체를 실제 모습보다 더 짧아 보이게 하려고 발을 앞으로 배치했다. 평면 화면에 색상으로 공간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실제 길이보다 짧게 보이게 하는 기법인 단축법을 사용한 것이다. 1723년 화재로 4분의 3이 소실된 이 작품의 원본은 시체를 중심으로 양쪽에 여덟 명이 그려져 있었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1.10.24 809호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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