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9

2011.10.24

‘자원개발’ 한마디 로또보다 세다

입소문에도 주가 반짝 급등 후 급락…성과 내려면 최소 10년은 지켜봐야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0-24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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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개발’ 한마디 로또보다 세다

    니켈 생산 세계 4위인 마다가스카르의 니켈 광산 개발 현장(왼쪽)과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탐사 작업 현장.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돈을 벌겠느냐.”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국무총리실 직원을 대상으로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를 두고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해외자원개발로 씨엔케이인터내셔널(이하 C·K) 주가가 오를 것을 미리 인지한 박 전 차관이 총리실 직원에게 이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는 것이 야당 측 주장. 이에 박 전 차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감사원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먼저 C·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사실을 외교통상부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직접 홍보한 경위와 그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또한 총리실과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를 했는지, 관련 업무를 적정하게 처리했는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 주식시장에서 떠도는 오래된 격언 중 하나다. 하지만 개미투자자 대부분은 뉴스를 통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를 접하고, 부랴부랴 주식을 사거나 처분한다. 개미투자자를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뉴스에는 해외자원개발 소식만 한 것이 없다. 흔히 자원개발주라 부르는 ‘해외자원개발 테마주’는 해외자원개발을 재료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종목군을 일컫는다.

    주가 끌어올리는 요술방망이



    증권가에선 해외자원개발 재료를 두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술방망이”라고 꼬집는다. 실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기업의 주식도 해외자원개발을 한다는 소식만 알려지면 급반등으로 돌아선다.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행태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해외자원개발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한 경험을 여러 차례 한 학습효과가 있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든다”며 “중소형주나 코스닥 기업을 발굴해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심리가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기업이 구체적으로 개발에 착수하지 않고 단지 사업목적에 해외자원개발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한다. 2009년 5월 감사의견 거절의 사유로 상장폐지된 디아만트(2008년 10월 블루스톤디앤아이로 상호 변경). 공연기획 업체였던 디아만트는 상장기업이 앞다퉈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던 2007년 10월 12일 공시 하나로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공시에는 사업목적에 자원개발, 광산개발, 유전개발 및 자원, 광산, 유전에 관한 매매업 등에 진출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전혀 없었다.

    해외자원개발 재료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6월 상장폐지를 당했던 자원개발 업체 글로웍스. 검찰이 글로웍스 대표 박모 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주가조작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2009년 4월 박씨는 몽골 보하트 금광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주식시장에 흘렸다. 당시 545원에 불과했던 글로웍스 주식은 5개월 만에 2330원으로 327%나 상승했다. 국제금융중개인을 통해 유대계 헤지펀드를 끌어들여 추가로 주가를 조작했다. 주가조작으로 작전세력은 703억 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반면, 개미투자자의 주식은 상장폐지와 함께 휴지조각이 됐다.

    자원개발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

    일부 기업은 해외사업 실적을 실제보다 부풀려 투자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업 부풀리기 지적을 받은 이라크 쿠르드 5개 유전개발 사업. 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합의하고, 그해 6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석유공사는 확보 원유량이 한국의 2년 치 소비량인 19억 배럴이라고 밝혔다. 원유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라크 지역 바지안 광구 지분 4%를 보유한 A업체 주가는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하지만 막상 시추해봤더니 예상과 달리 빈껍데기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현재 하한가 행진을 이어간다.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은 9월 16일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이라크 쿠르드 사업은 큰 손실만 보고 사실상 실패했다. 탐사 시추 결과, 원유가 없거나 원유를 발견했더라도 당초 예상 매장량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외자원개발 테마주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원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막대한 투자비용과 긴 개발 기간 탓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2000년 가스전 사업에 진출했지만 본격적인 가스전 탐사와 미얀마 정부의 개발계획 승인을 거쳐 상업생산을 하기까지 1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권화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어느 단계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드는지, 경제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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