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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하이닉스 포기한 STX “우린 지금 체질 개선 중”

준비한 인수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 기회…그룹 새판 짜기 큰 그림 안팎서 주목

하이닉스 포기한 STX “우린 지금 체질 개선 중”

하이닉스 포기한 STX “우린 지금 체질 개선 중”

STX가 건조한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호가 미국 마이애미 항에 들어오고 있다.

“전화위복인 셈이죠.”

10월 중순 시장에서 STX그룹이 STX OSV(Offshore Specialized Vessels) 등 계열사 지분 정리를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전망이 나돌자 STX그룹 측에서 보인 반응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비록 9월 20일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선언했지만, 당시 하이닉스를 인수하려고 마련했던 자금으로 그룹의 오랜 고민거리였던 재무구조 개선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동안 STX그룹은 차입금이 빠르게 증가해 재무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시장의 의심을 받았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TX그룹 전체 차입금은 지난해 말 9조5845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0조4734억 원으로 8889억 원 늘었다. 이런 우려에 대해 STX 측은 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이 작년 말 281%에서 올해 상반기 172%로 약 110%포인트 줄었다고 반박한다.

돈에 발목 잡힌 STX 하이닉스 인수



그러나 이를 두고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1분기부터 ㈜STX는 K-IFRS를 공식 도입하면서 연결 회계 범위에 부채가 많은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을 제외했다. K-IFRS에서는 지분율이 50%가 넘지 않은 기업을 연결 회계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기업에 자율권을 줬기 때문. STX조선해양을 연결 회계 범위에 포함할 경우 ㈜STX의 부채비율은 500%에 육박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력 집중을 막으려고 지정한 55개 대기업 집단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평균 109.0%였다.

특히 STX건설과 STX조선해양 등 계열사의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이들 계열사의 재무리스크가 그룹에 부담이 되리라는 전망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STX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순환출자 구조인 탓에 계열사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STX건설의 경우 덩치는 작지만 STX그룹 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재계 일각에선 STX건설을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로 보기 때문이다(주간동아 760호 ‘STX건설의 수상한 몸집 불리기’ 참조). 강덕수 회장 일가족이 STX건설 지분의 75%를 보유했고, 나머지 25%도 강 회장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포스텍 소유다.

이런 STX건설이 올해 3월 말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STX그룹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진흥기업과 LIG건설 등 국내 건설사가 잇따라 무너지면서 국내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STX건설 관련 루머는 시장에 급속도로 퍼졌다. STX그룹 측은 “STX건설 사업은 국내 건설 경기의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라면서 “부도설을 퍼뜨린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부도설은 하루 만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STX건설의 어려운 재무상황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STX건설의 실상이 시장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STX건설의 아킬레스건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다.

지난해 말 현재 STX건설의 우발채무는 8154억 원이며, 그중 PF 관련 연대보증 채무는 6108억 원(각 현장의 분양 수입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환해 9월 30일 현재 PF 사업장의 PF 실잔액은 4153억 원)이다. 이 가운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이 66%다. STX건설의 PF 보증은 자기자본 대비 3.7배로 극동건설(2.3배), 두산건설(1.1배) 등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계가 PF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연대보증을 선 건설사에 부실이 전가되거나 PF대출 만기연장 거부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STX건설이 올해 3월 226억 원의 기업어음(CP)을 현금 상환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부도설이 나돌자 자금회수를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왔다. 더군다나 STX건설은 CP의 만기 도래 때문인 듯, 3월 말 신협에서 아산신도시 STX KAN 미분양 아파트 200가구를 담보로 500억 원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중은행, 저축은행, 증권사가 참여하지 않은 사업장을 놓고 신협 대출로 해결한 것이 결국 STX건설에 대한 유동성 우려를 부추긴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단기 중심 차입금 가파르게 증가

하이닉스 포기한 STX “우린 지금 체질 개선 중”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STX그룹이 지난 4월 29일 중국 다롄에서 기념행사와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이에 대해 STX건설 측은 “3개월 만기 이상의 CP를 발행 및 운영하는데, CP는 만기 시 상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시장의 자금 회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담보대출 진행에 대해서는 “3개 증권사를 비교 검토해 유리한 증권사를 주간사로 선택했으며, 시중은행, 저축은행, 신협 가운데 가장 조건이 좋은 신협이 참여한 대주단을 통해 대출을 진행했고, 직접 신협과 대출을 협의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STX건설이 흔들리자 그룹 차원의 ‘STX건설 구하기’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STX그룹의 STX건설 지원 규모는 1886억 원에 이른다. 3월 28일 강 회장이 STX건설이 보유한 (주)STX 지분 51만 주를 약 126억 원에 매입한 데 이어, 같은 날 STX팬오션이 STX건설 보유 흥국저축은행 지분을 265억 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STX건설 CP 795억 원을 보유하던 STX에너지가 4월 27일 또다시 STX건설이 발행한 CP 700억 원을 인수했다. 2010년 STX에너지의 영업이익이 735억 원이었는데, 영업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같은 계열사 CP 매입에 사용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뒷말이 나왔다.

STX조선해양도 STX그룹의 재무리스크를 부추겼다. STX조선해양은 2009년 이후 수주 부진으로 선수금 유입이 크게 줄면서 차입이 큰 폭으로 늘었으며, 영업활동에서 현금 창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됐다. 금융위기 이전에 2000억 원이던 총차입금이 2011년 반기 기준 2조1668억 원에 이르며, 그중 1조7481억 원가량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이다. 현금성자산을 공제한 순차입금만도 1조8750억 원에 이른다.

STX그룹은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된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STX조선해양은 2010년 30억 달러의 신규 수주에 성공해 영업현금 유출이 전년 대비 약 1조 원 감소한 -3157억 원이다. 또한 2011년 반기 기준 13억 달러의 신규 수주와 영업 환경 개선으로 영업현금흐름은 1067억 원의 현금 유입으로 전환됐다. STX그룹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현실 속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의 생존 원칙은 당장의 현금 확보라는 점을 그간 수차례의 경제 위기에서 경험적으로 체득했다”고 설명했다.

재무상황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거세지자 6월경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변용희 부사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금이 3조5000억 원이나 있는데 유동성을 왜 의심하느냐”고 일축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의 본질은 현금성자산이 아니라 차입금 규모, 자금 조달 금리와 방식, 영업이익을 따지는 것인데 STX그룹의 시각이 재무적 본질에서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차입금 의존도는 2008년 5.4%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32.1%까지 늘었다. 아직은 A신용등급의 기준인 차입금 의존도 30~39.9% 범위에 속하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재무개선 그룹 구조조정 신호탄?

하이닉스 포기한 STX “우린 지금 체질 개선 중”

STX팬오션 18기 신입사원들이 벌크선 기관실에서 전문가로부터 선체 설비구조와 운항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또한 5~7월에 단기차입금에 대한 롤오버를 완료해 상환 부담을 줄였다곤 하지만, 증가한 차입금은 신규 자금 마련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권에서 조선, 해운, 건설업계의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데다 회사채는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장기 CP는 시중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아 증권사를 통해 저축은행과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해운과 조선으로 수직계열화한 STX그룹의 특성상 다른 계열사 역시 최근 해운과 조선업황 침체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선박, 플랜트 수주 등의 호재성 요인은 있지만, 이를 실제 재무제표에 반영하거나 금융권의 대출한도를 변경하는 데는 2~4년의 시간차(Time Gap)가 발생한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기 전부터 추가 투자나 인수합병(M·A)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권 일각에선 STX그룹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며 핵심계열사 매각, 구조조정, 자본유치 등 전반적인 재무 점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동안 M·A를 통해 그룹 외형을 키웠다면, 이제 내실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조선과 해운업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더블 리스크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

STX그룹 역시 비록 하이닉스 인수가 실패로 끝났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반전 기회를 찾고 있다. 실제 STX그룹 내부에선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연스레 그룹 전체의 사업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STX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STX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때 100% 무차입 인수를 위해 우량자산 매각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STX유럽이 보유한 STX OSV 지분 18.27%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각해 2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중단함으로써 여전히 그룹 내에 남아 있다. 그룹 차원의 새판 짜기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채권단과 주주 같은 이해관계자에게 부채 상환 능력과 비전을 내보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미래수익가치보다 현재 재무제표를 강조하는 금융권을 고려해 재무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하이닉스 인수전에서 발을 뺀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STX그룹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주간동아 2011.10.24 809호 (p32~34)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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