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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또 하나의 가족 이야기, 개가 사람을 만났을 때 04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200여 품종의 개와 인간이 함께 쓴 문화사

  • 김선영 동물칼럼니스트 mimi-olive@hanmail.net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인간과 개는 1만~4만 년 전 처음으로 조우했습니다. 개는 경비원이면서 사냥 보조원으로 사람을 도왔죠. 한자는 견(犬), 구(狗), 술(戌)로 개를 표기합니다. 개 품종은 현재 200개가 넘습니다. 전문가들은 야생종이 다수 지역에서 별개로 가축화하고 자연선택과 복잡한 교배에 의해 현재 같은 다수 품종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인간도 개를 개량했고요. 한반도에서 개 학살이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개와 인간의 문화사를 소개합니다.

01 중국 근대사 목격자 페키니즈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믿거나 말거나, 옛날 옛적 수사자와 암원숭이가 주변의 반대에도 사랑에 빠져 새끼를 낳았는데, 그것이 페키니즈라고 한다. 아빠로부터는 털, 엄마로부터는 얼굴과 걸음걸이를 물려받았단다. 중국에서는 이 녀석을 사자개(獅子狗, Lion Dog)라고 부른다. 악령을 물리치는 개로 통했다. 중국 황실이 사자재를 신성하다고 여겨 서민은 사자개에 근접하기조차 어려웠다. 중국 청나라 황실에서 잘 먹고 잘 살던 사자개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바꾼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제2차 아편전쟁이다. 영국과 프랑스군은 1858년 10월 베이징(北京)을 함락한 뒤 자금성(紫金城)에 난입해 문화재를 노략질했다. 사자개도 황실에 난입한 이들의 손을 피하지 못했다. 황실에서 키우던 사자개가 노획돼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년)에게 진상됐다. 사자개는 전리품이라는 뜻의 루티(looty)라는 달갑지 않은 영국식 이름을 얻었다. 영국인은 녀석을 자기 취향에 맞게 개량했다. 당시 청나라 수도 베이징은 페킹(Peking)이라고 불렀으며, 페킹에 사는 사람을 페키니즈(Pekingese)라고 했다. 그 때문에 사자개는 페키니즈가 됐다.

02 무한 매력의 소유자 시추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시추는 중국에서 서시견(西施犬)이었다. 중국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월나라의 서시(西施, Xi Shi)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시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말과 관련 있는 여인이다. 춘추전국시대 양쯔강 이남에 위치한 오(吳)와 월(越)은 대대로 앙숙이었다. 기원전 494년 월왕 구천(勾踐)은 오왕 부차(夫差)와 회계산에서 국가 운명을 건 전투를 벌였는데, 월은 오에 크게 패하고 구천은 포로로 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오나라를 탈출한 구천은 ‘가시나무 위에서 불편한 잠을 자고(臥薪)’ ‘매일 쓰디쓴 동물의 쓸개를 핥으며(嘗膽)’ 세월을 보냈다. 월이 오를 무너뜨리는 데 있어 일등공신은 서시였다. 서시를 부차에게 보내 정사를 외면하게 만든 것이다. 시추는 17세기 중엽 티베트에서 수컷 라사 압소(Lhasa Apso)를 청나라 황실에 진상했는데 그 녀석이 페키니즈 암컷과 이종 교배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친가 조상은 라사 압소, 외가 조상은 페키니즈인 셈이다. 오래전부터 티베트와 중국에서 각각 악령을 물리치는 벽사 구실을 했던 소중한 개의 후손인 것이다.



03 작은 곰 차우차우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차우차우(Chow Chow)는 얼굴이 아기 곰처럼 귀엽고 털은 수사자의 빛나는 황금색을 닮았다. 하지만 장난감 인형처럼 작은 토이 타입이 아니라, 다 크면 20kg을 훌쩍 넘는 중형견이다. 차우차우는 시베리아 썰매견(sled dog)인 사모예드(Samoyed)와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를 교배해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차우차우라는 영어식 이름은 녀석이 지닌 매력에 걸맞지 않는다. 매우 성의 없이 대충 지은 이름이다. 영어로 ‘차우’는 음식(food)을 뜻하는 말로, 차우차우를 우리말로 옮기면 ‘음식음식’이라는 해괴한 의미다. 몽골, 만주 지방에서는 차우차우를 잡아 털과 가죽은 옷이나 장갑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고기는 식용으로 썼다. 그런데 차우차우 고기가 맛있어 진미로 소문났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이 녀석에게 ‘음식음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04 신라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일본 사서 ‘속일본기’를 보면 732년 통일신라의 사신 김장손이 쇼무(聖武, 재위 724~749) 일왕에게 칭(Chin)을 선물했다고 적혀 있다. 통일신라가 백제 동맹국이던 일본과 국교를 재개하면서 선물로 준 것이다. 칭은 일본 전래 때부터 돌출된 눈, 들어간 코, 둥근 이마 등 이국적 풍모 덕에 왕실 사람과 귀족에게 사랑을 받았다. ‘당서(唐書)’에도 현종(玄宗, 재위 712~756)이 733년 통일신라 성덕왕에게 개 3마리를 선물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당시 동아시아에서는 칭, 라사 압소 같은 귀한 개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던 듯하다. 지금도 외교관계를 재개하거나 새로 맺을 때면 특산품, 희귀 동물을 교환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것이 관례다. 1972년 중국이 미국에 선물한 판다가 대표적이다. 1852년 미국 동인도함대 사령관 페리(Perry)는 함대를 이끌고 와 일본 도쿠가와 막부에 개항을 요구했다. 기세에 눌린 막부는 1854년 3월 31일 미국과 화친조약을 체결하고 항구 문을 열었다. 그리고 페리 제독에게 칭을 선물했다. 칭이 양국의 우의를 다지는 마스코트가 되길 바랐던 것 같다. 칭은 이를 계기로 서구로 퍼져 나갔다. 오원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그림에 칭과 흡사한 모습의 소형견이 나온다. 하지만 조선 토종개는 일제강점기 때 맥이 끊겨 대부분 전해지지 않는다(상자기사 참조).

05 악마견? 비글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귀여운 외모와 활달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은 비글(Beagle)을 두고 악마견이라고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다. 악마견이란 순진하고 귀여운 외모로 사람을 현혹해 키우게 만든 뒤 아무 데나 똥오줌 누기, 신발 물어뜯기, 가재도구 생채기 내기 등 주인의 인내심을 임계점까지 끌어올리는 나쁜 성격의 개를 말한다. 비글은 토끼 사냥 용도로 개량한 개다. 코커스패니엘(Cocker spaniel)은 도요새 사냥견. 그런데 사냥개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사냥감을 잡으러 뛰어다니지 못하고, 하루 종일 주인이 주는 밥이나 먹으며 아파트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들을 사랑스러운 애견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핏속에 잠재한 사냥감 추격 본능을 적절한 수준에서 해소해주면 된다.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데, 뛰어다녀야 할 사냥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악마견으로 명명된 녀석들을 수고스럽더라도 하루에 한 번 또는 최소 이틀에 한 번은 산책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귀여운 외모만 보고 녀석이 페키니즈, 시추처럼 순수한 애완견으로 개량됐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 비글은 명색이 토끼 사냥개다. 토끼가 얼마나 날랜 동물인지를 생각하면 비글이 어떤 녀석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06 서민의 개 요크셔테리어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요크셔테리어(Yorkshire Terrier)는 예나 지금이나 애견상점에서 가장 비싼데도 가장 잘 팔리는 개다. 애견계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셈. 요크셔테리어는 쥐를 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중엽 잉글랜드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했던 스코틀랜드의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요크셔 지방으로 옮겨갔다. 사람이 움직이면 개도 이동하는 법. 스코틀랜드 노동자들은 고향에서 키우던 작은 테리어와 함께 요크셔 지방으로 이주했다. 요크셔 지방의 공장이나 탄광에는 쥐가 많았다. 그래서 좁은 실내에서도 빠른 몸놀림으로 쥐를 잘 잡는 작은 쥐잡이 개(ratter)가 필요했고, 그 같은 목적으로 개량된 개가 바로 요크셔테리어다. 시추나 페키니즈처럼 중국이 원산인 소형견, 또는 푸들이나 파피용처럼 프랑스가 원산인 소형견은 왕실과 돈 많은 귀족을 위해 개량됐지만 요크셔테리어는 서민을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07 매력 만점 푸들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푸들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스탠더드 푸들(Standard Poodle)은 사냥꾼의 총에 맞아 물가에 떨어진 새를 회수하는 레트리버(Retriever, 회수견)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새 사냥개다. 또한 푸들은 펌을 한 듯한 곱슬곱슬한 털을 깎아 인형처럼 멋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개 품종이다. 푸들의 털을 깎아주는 이유가 단순히 몸치장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곱슬곱슬한 털이 무성한 푸들이 총에 맞은 새를 회수하려고 입수하면 털 때문에 헤엄을 잘 치지 못했으므로 심장이 있는 가슴과 관절이 있는 발목 부근의 털만 남긴 채 나머지는 모두 짧게 깎았다. 그런데 털을 깎은 푸들의 모습이 예뻐 보여서 애견으로 사육할 때도 트리밍을 하게 된 것이다. 15~16세기 이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사냥용 대신 예쁘고 작은 애완용 푸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미니어처 푸들, 토이 푸들이 순서대로 탄생했다.

08 핫도그 친구? 닥스훈트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8월 11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메인 주에 있는 부시 대통령 가족별장에서 미국의 대표 서민 음식인 핫도그와 햄버거를 곁들인 식사를 했는데, 이후 ‘부시의 푸들’ ‘새로운 푸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떤 언론은 ‘부시의 닥스훈트(Dachshund)’라는 모욕에 가까운 비판을 하기도 했다. 느닷없이 닥스훈트라는 개가 등장한 것은 독일 소시지와 관련 있다. 19세기 중엽 프랑크푸르트(Frankfrut)에서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혼합해 만든 소시지를 기다란 빵에 넣어 먹는 간단한 요리가 유행했다. 돈이 없고 빨리 식사를 마쳐야 하는 서민을 위한 음식이었는데, 이때 빵에 넣어 먹는 긴 소시지를 지역 명칭을 따서 프랑크 소시지, 또는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불렀다. 닥스훈트라는 개는 다리가 짧고 몸통이 매우 긴 특이한 모습이다. 오소리 사냥개 닥스훈트 소시지를 빵에 넣은 요리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핫도그(hot dog)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름으로 변했다. 닥스훈트라는 독일어가 발음하기 어려운 데다 간판이나 메뉴판에 쓰기도 적절하지 않아 간단히 도그(dog)로 바뀌고, 소시지를 불에 구우면 뜨거우니 핫(hot)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09 앙투아네트가 사랑한 파피용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파피용(Papillon)은 너풀거리는 귀가 나비를 닮았다고 해서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파피용이 이름이 됐다. 파피용의 기원은 불확실하다. 유럽 무역상들이 노새나 나귀의 등에 이 작은 개를 싣고 국경을 넘나들면서 귀족이나 왕족에게 비싼 값에 팔았다는 이야기만 전해진다. 파피용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프랑스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다. 프랑스 서민의 아픔을 모르는 그였지만, 자신이 키운 파피용들을 무척 사랑하고 아꼈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요틴(guillotine)이라 부르는 단두대에 올라 참형을 당할 때 그가 키우던 파피용들도 함께 참수됐다는 말이 전해지지만, 이는 그에 대한 프랑스인의 증오가 낳은 소문으로 추정된다.

10 북극의 썰매견에서 초소형 애견으로 포메라니안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소형 애완견은 예쁘고 깜찍하다. 몰티즈(Maltese), 파피용, 치와와(Chihuahua), 미니어처 핀셔(Miniature Pinscher), 푸들, 요크셔테리어를 보고 있으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포메라니안(Pomeranian)의 외모는 격 자체가 다르다. 요크셔테리어는 성견이 되면 포메라니안에 필적할 만한 외모를 갖추지만, 강아지 시절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포메라니안은 성견이 돼서도 체중이 2kg 내외에 불과해 소형견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포메라니안의 조상이 북극권인 그린란드(Greenland)와 라플란드(Lapland)에서 썰매를 끌던 당당한 체격의 썰매견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포메라니안의 선조는 북극권에서 썰매를 끌다 어떤 경로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발트해 남쪽 연안에 위치한 포메라니아(Pomerania) 지방으로 전래돼 양몰이 개로 소임이 바뀌었다. 영국인들이 선택적 번식을 통해 소형화한 후 해외로도 보급됐으며, 지금껏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11 해피 바이러스 슈나우저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슈나우저(Schnauzer)는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을 지녔다. 집에 있을 때도 늘 기분이 좋다. 미니어처 슈나우저 수컷과 걸으면 작은 망아지를 산책시키는 기분이 든다. 슈나우저의 진가는 평지에서 목줄을 묶은 채 걸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목줄을 풀어놔야 진가를 발휘한다. 슈나우저는 몸 크기에 따라 자이언트(Giant), 스탠더드(Standard), 미니어처로 나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모든 슈나우저의 기본이 되는 것이 스탠더드 슈나우저다. 스탠더드 슈나우저는 쥐잡이 개, 경비견(guard dog)으로 오래전부터 독일에서 널리 사육된 중형견이다. 대형견인 자이언트 슈나우저와 소형견에 속하는 미니어처 슈나우저는 스탠더드 슈나우저를 다른 품종의 개와 이종 교배해 만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니어처 슈나우저는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체구가 큰 녀석의 몸집을 줄인 것으로, 스탠더드 슈나우저에 체구가 작은 푸들과 아펜핀셔(Affenpinscher)를 이종 교배한 결과물이다.

12 인도의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몰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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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몰티즈의 기원을 기원전 6000년 정도로 본다. 몰티즈는 유럽을 원산으로 한 소형견 가운데 가장 오래된 품종으로 추정된다. 몰티즈는 기원전 1500년경 중동에서 무역 국가로 번성했던 페니키아(Phoenicia)의 지중해 무역중계항 몰타(Malta)에서 기르던 개다. 기원전 1세기경 몰타의 로마총독 푸블리우스(Publius)는 몰타어로 ‘지금(now)’이라는 뜻을 가진 몰티즈 ‘이사(Issa)’를 사랑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시인, 작가, 화가 등이 귀족 집에서 기숙하거나 신세를 지며 그들을 위해 작품을 만드는 풍속이 있었다. 푸블리우스 총독의 식객이던 스페인 출신 시인이 몰티즈에 대한 총독의 사랑을 낯간지러운 내용의 시로 지어 후대에 남겼다. ‘이사는 카툴라의 참새보다 쾌활하고 비둘기의 키스보다 순결하다/ 이사는 소녀보다 더 순하고 인도의 진귀한 보석보다 소중하다.’ 19세기 몰타의 지배자로 등장한 영국인이 몰티즈를 전 세계로 퍼뜨렸다. 전문가들은 요크셔테리어 개량 과정에도 몰티즈의 혈통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한다.

주용식 교수의 삽살개 예찬

“한민족과 함께한 수호천사…식견문화 해소에도 일조”


통일신라 사신이 일왕에 ‘칭’을 선물한 이유는?
삽살개(삽살이)에 푹 빠져 보호운동과 해외 홍보를 해온 지 7년이 됐다. 삽살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개를 사랑한다는 이유 외에 민족 역사를 알리고, 식견문화 탓에 벌어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삽살개는 신비로운 전설과 설화를 갖고 있다. 이름부터가 삽(퍼내다), 살(악운) 아닌가. 삽살개는 수호천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한민족과 삶을 함께해왔다. 도가에서는 신선 마을을 지키는 수문장을 삽살개라고 부른다. 세계 4대 등신불로 꼽히는 김교각 스님이 당나라로 출가할 때 삽살개가 동행, 열반할 때가지 스님 곁을 지켰다고 한다.

일제는 삽살개 100만~150만 두를 도륙해 관동군의 군복을 비롯한 군수품 제작에 사용했다. 한민족을 보호하는 의미를 가진 데다 털이 요긴해 학살당한 것이다. 오늘날 두 마리의 삽살개가 ‘독도 지킴이’로서 독도에 살고 있다. 삽살개 두 마리가 옛 치욕을 곱씹으며 독도를 수호하는 셈이다.

삽살개는 치우천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기원전 2700년경 동북아에서는 고대사 최대의 패권전쟁이 벌어졌다. 중국 탁록에서 중국 민족의 시조 황제 헌원과 동이족의 천황 치우가 벌인 전쟁이 그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금살치우’라고 기록해 헌원이 치우를 주살한 것으로 적었지만, 우리 사학은 치우가 승리해 헌원을 신하로 삼았다고 전한다.

동양의 산사 혹은 신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조형물 가운데 하나가 사자 형상의 해태나 해치다. 중국에서는 비셰라고 하는데, 이 조형물의 공통점은 악운을 쫓는 상징물이라는 점이다. 사자를 닮은 상상의 동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사자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설의 동물이다. 삽살개는 예로부터 사자개라고 불렀다. 치우의 상징 또한 사자개라고 한다. 전쟁 때 치우는 호군, 견군을 두어 야생동물과 개를 병력으로 이용했다고도 한다.

치우와 사자개가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고 추론하면, 삽살개가 우리 동이족의 영광된 고대 제국 코드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삽살개를 홍보할 때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현지인에게 해줬다. 미국인은 일본의 야만에 분노를 표하는가 하면, 한민족이 단순한 중국문화권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삽살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1970년대 초 30여 마리가 생존했지만, 경북대 하지홍 교수의 헌신과 노력으로 지금은 3000여 마리가 육종되고 있다. 미국인에게 일본이 학살한 토종견을 복원해 천연기념물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들은 한국의 식견문화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이 편견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식견문화로 한국이 받는 부정적 이미지는 상당하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백악관 앞에서 ‘개 먹는 나라 대통령 방미 반대 시위’를 벌이는 동물 보호협회 회원을 볼 수 있다. 한국대사관에는 식견문화에 항의하는 서신이 한 달에 10통 넘게 배달된다고 한다. 9월 말 열리는 LA 한인축제는 삽살개를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했다. 필자도 참여해 삽살개에 얽힌 고대사를 미국인에게 알릴 계획이다.

덧붙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삽살개 보호법이 속히 제정돼야 한다. 삽살개 보호운동을 통해 식견문화에 기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 물론 삽살개 외교를 통해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높일 수도 있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ychoo1@naver.com



1940년 조선 토종견 말살정책

일본군 피혁 확보…사상 유례없는 ‘개 홀로코스트’


일제 수탈이 극성이던 1940년대 조선총독부는 ‘조선 토종견 말살 정책’에 나섰다. 그 결과 조선 토종견 대부분이 멸종했다.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 개전 이후부터 한반도에서 사용 가능한 물적, 인적 자원을 총동원했다. 나이 어린 학생을 징병하고 중년층까지 징용해 전장으로 보내는 것은 물론, 쌀과 쇠붙이 등 전쟁에 필요한 식량 및 금속을 죄다 징발했다.

일본은 소나 양을 산업적으로 키우는 미국, 영국 같은 나라가 아닌 탓에 보병을 위한 방한용품과 전투기 조종사를 위한 항공용 의복 생산에 필요한 피혁류 확보가 난제였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941년 기준으로, 추위로 악명 높은 만주에 주둔한 관동군 수가 71만 명에 달했고, 일본이 보유한 전투기 수는 육군 4826기, 해군 2120기에 이르렀으므로 피혁 수요가 상당했다.

일본이 생각한 피혁류 확보 방안이 조선 토종견 견피(犬皮)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식민지 조선’은 군량미를 조달하던 식량 생산기지였던 만큼 농기구 구실을 하던 소를 잡아 피혁을 벗겨낼 수는 없었다. 경북대 하지홍 교수가 쓴 ‘한국의 개’에 따르면, 일본은 1940년 3월 8일 견피 판매를 제한하는 법령을 발포하고, 조선총독부령으로 설립한 조선원피주식회사가 견피를 독점 매입하게 했다.

식민지 통치 역사상 유례없는 일종의 ‘개 홀로코스트’다. 개 학살이 도처에서 벌어져 한반도에선 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마을이 허다했다고 한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일본 본토에서도 적지 않은 개 학살이 자행됐다. 군용견으로 사용하는 독일 셰퍼드(German Shepherd)를 제외한 다른 개를 포획령을 내려 사로잡은 뒤 그 가죽을 벗겨 군수용품 소재로 활용했다.





주간동아 804호 (p24~29)

김선영 동물칼럼니스트 mimi-olive@hanmail.net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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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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