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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인터뷰

“연기 고민이 곧 인생 고민 저, 멜로 안 될까요?”

‘악역 본좌’ 배우 김정태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연기 고민이 곧 인생 고민 저, 멜로 안 될까요?”

“연기 고민이 곧 인생 고민 저, 멜로 안 될까요?”
“이 둘만 있어도 대한민국에서 크게 사채업 할 수 있어.”

배우 성동일이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나와 배우 김정태와 안길강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김정태. 이름은 생소하지만, 얼굴을 보면 ‘아!’ 하는 그 배우. 길거리에서 조폭에게 “어디 식구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은 남자. ‘1박2일’ 출연으로 연기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그를 MBC 드라마 ‘미스 리플리’ 촬영장에서 만났다.

그는 형광펜이 쳐진 대본을 독파 중이었다. 휴대전화를 다양한 각도로 잡으며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고민했다. 에어컨 소리 때문에 두 차례 NG가 났을 뿐, 깔끔하게 촬영을 마무리했다. 매니저에게 “원래 NG를 잘 내지 않느냐”고 묻자 “형님 사전에 NG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날씨가 더웠다. 그는 정장을 벗고 tvN 시트콤 ‘홍대정태’ 촬영 의상으로 갈아입은 채 인터뷰를 이어갔다. 인터뷰 와중에도 카페에 온 사람들이 “악역으로 나오는 놈이네”라며 말을 건넸다. 영화 ‘친구’에서 악역 유오성의 부하 도루코, 영화 ‘똥개’에서 정우성과 싸움을 벌인 날건달 진묵, SBS 드라마 ‘싸인’에서 회사 직원을 독살하는 살인귀 정차영, MBC ‘미스 리플리’에서 이다해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포주 히라야마….

2007년 MBC 드라마 ‘히트’에서 ‘강력계의 노홍철’ ‘비리종금’ ‘골반종금’으로 불린 심종금 형사 역을 맡으며 기존에 맡아온 악역 외에 코믹함이 가미된 인물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절친한 형 성동일과는 영화 ‘마음이2’에서 어리바리한 도둑 형제 필브라더스로 출연하며 친해졌다. 계속 악역만 맡아 이미지가 굳는 것을 고민하던 그는 ‘마음이2’ 대본을 받고는 읽지도 않고 오케이 했다.



“매니저가 ‘제목이 마음이인데 개 나오는 영화 2탄이라고 합니다’ 하기에 바로 ‘한다고 그래’라고 말했어요. 재미있고 따뜻한 가족 영화라 이미지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촉이 빨라야죠.”

‘연기를 위한 연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 그의 연기관. 일상에서도 남들이 다 하는 건 싫다고 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있을 법한 사람이다 싶게 연기하는 것이 목표. 양아치가 아닌데 양아치 역을 할 때 어렵지는 않았을까.

“연기 고민이 곧 인생 고민 저, 멜로 안 될까요?”
“배우 안 됐으면 가수, 시인, 요리사 했을 것”

“어떻게 캐치해서 임팩트 있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연기를 위해 조폭을 만나기보다, 오히려 그런 연기를 하고 나서 많이 만났어요. 몸이 안 좋아 링거를 맞고 있는데 숙취 해소를 하려고 병원에 왔던 조폭이 절 알아본 거예요. ‘너 도루코 아니냐, 나와봐라’ 해서 같이 술 마셨어요.”

배우 김정태의 연기 원천은 뭘까. 연기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느냐고 묻자 “삶에서 얻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데뷔 이후에도 빚을 갚기 위해 뛰었다. 2004년까지 닭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고 록카페 DJ와 패션모델로도 활동했다.

“삶에서의 생생한 감정, 즉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많이 느끼려고 해요. 사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제 인생의 고민 중 20% 정도예요. 그 외에 인생 사는 고민이 나머지를 차지하죠. 인생 사는 데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그는 2006년 돌연 이름을 ‘김태욱’에서 ‘김정태’로 바꿨다. 개명 이유가 궁금했다.

“큰 의미는 없어요. 고모가 어디 가서 사주를 보더니 개명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태(整太)’로 바꿨죠.”

주변에서는 여전히 그를 ‘태욱’이라 부른다. 개명 이후 MBC 드라마 ‘Dr. 깽’ ‘히트’, SBS ‘불한당’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미스 리플리’에 장미리 역으로 출연 중인 이다해와는 2008년 SBS ‘불한당’ 이후 두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추며 오누이처럼 지낸다고 했다. 그는 트위터에 ‘싸대기 연기 잘 받아준 다해의 볼이 심히 걱정됩니다’라며 애정을 표했다.

‘쳇베이커, 가토 바비에리, 턱앤패티, 존 콜트레인, 피에르 프르니에, 이미배, 핸리맨시니, 차게앤아스카, 미소라히바리.’

그의 트위터 소개에 적힌 글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재즈 가수다. 그는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가수, 시인, 요리사’를 꿈꿨을 거라고 할 만큼 음악을 좋아한다. ‘차게앤아스카’는 그에게 특별한 그룹. 2008년 여동생의 결혼식 때 축가로 차게앤아스카의 ‘Say Yes’를 불렀다. 노래방에서는 주로 팝송을 부른다. “잘 부르는 곡이 많다”며 웃는 그의 단골 노래는 ‘Kissing a Fool’ ‘Isn’t she lovely’ ‘Copacabana’ ‘The Music Played’.

팬 카페 ‘남다른 배우 김정태’에 2005년부터 꾸준히 자작시를 올릴 정도로 창작 욕구도 넘친다. ‘가수’나 ‘시인’의 꿈을 버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네, 꿈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앨범이나 책을 내는 욕심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고.

최근에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5월 남성 패션 쇼핑몰 ‘김정태 의상실(밍글밍글)’을 연 것. 지인과 함께 연 쇼핑몰에서 그는 수석 디자이너와 모델로 활동한다. 인터뷰 도중 빨간 벤츠가 지나가는 걸 보고 그는 “와이프한테 사주고 싶었는데…”라며 아내 전여진 씨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2008년부터 2년간 아내의 박사과정 뒷바라지를 했을 만큼 애처가로 소문났다. 1989년 고등학생 때 아내와 처음 만난 그는 19년 열애 끝에 2009년 결혼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아내가 1학년 때였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예쁘장한 친구가 푸세식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내가 거기에서 셋방살이 중이었어요. 그 뒤로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어요. 그때는 연애라기보다 알콩달콩 뭐 그런 거였죠.”

그의 아내는 대학 강사. 학교에서 건축공학을 가르친다. 아내가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에는 전국 곳곳으로 건축물을 찍으러 다녀야 했기에 그는 차를 몰고 돌아다니는 ‘김 기사’ 노릇을 자청했다. 스무 살 때부터 서울에서 지내는 그는 부산에 있는 아내와 몇 달에 한 번씩 본다고 했다. 아내의 매력은 뭘까.

“잘 웃어요. 성격이 밝아요. 제가 변덕이 심하고 다혈질이라서 어지간한 여자는 받아주기 어려워요. 와이프는 제가 이상형이래요. 첫사랑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본만 4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요”

“연기 고민이 곧 인생 고민 저, 멜로 안 될까요?”
올해 3월에는 득남의 기쁨도 맛봤다. 아들 이름은 김지후, 태명은 ‘사돌이’다. 처남과 지인이 ‘사자’가 나온 꿈을 꿔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100일밖에 안 된 놈이 자기 발로 서려고 오만 짓을 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이 고생하고 있죠.”

아들이 아빠를 어떻게 기억하길 원할까. 그는 “아이의 기억을 조작할 순 없는 거 아니냐”며 “연기자니까 연기 잘하는 아빠라고 생각해야겠죠”라고 말했다.

김정태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낸다.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주어진 대본만 4개다. 2011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특수본-특별수사본부’에 성동일, 엄태웅과 함께 출연한다. “영화 ‘체포왕’의 형사 캐릭터와 달리 무게감 있는 캐릭터”라며 “눈물 흘리는 감정 연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널CGV의 TV무비 ‘소녀K’ 촬영도 함께 진행 중이다. 전직 특수요원 출신으로 킬러인 소녀를 딸같이 대하며 돕는 역으로 나온다. “액션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라고.

그는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부산 남자와 서울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픈 여배우를 꼽아달라고 하자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온 공효진을 꼽았다.

“공효진 씨가 연기를 아주 자연스럽고 예쁘게 잘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과 호흡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연기가 아니라 ‘말’을 하더라고요. ‘히트’로 처음 만난 고현정 씨는 사석에서는 ‘고 여사’라고 불러요. 인간적으로 참 좋아해요. 김혜수 씨는 무척 좋아해서 연기도 연기지만 그저 먼발치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어요.”

“연기는 몇 년이나 할 것 같으냐”고 묻자 “기자 생활 몇 년이나 할 것 같으냐”고 되묻고는 “잘 모르겠다”며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간 ‘오기’를 가지고 연기했거든요. 연기를 너무 힘들게 하며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주 길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인생도 살아보고 싶네요.”



주간동아 797호 (p69~71)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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