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1

2011.06.13

시원하고 알싸한 자극 여름 더위 그까이꺼

주꾸미 비빔국수

  • 한영용 cookkan@hanmail.net

    입력2011-06-13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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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하고 알싸한 자극 여름 더위 그까이꺼
    “쪼메만 깎아주소.” “안 된당께~, 요것이 얼매나 바싼지 아요?”

    목포부두 좌판. 남도 특유의 끈적한 흥정 입담이 넘쳤다. 이 순간은 어머니 손잡고 시장에 따라나온 어린 철부지다. 주꾸미로 목포부두가 행복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팍팍하다. 바닷물이 날이 갈수록 따듯해지면서 주꾸미 어획량이 줄었다. 어부 얼굴엔 근심과 빚만 소리 없이 늘어간다.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목포에 사는 초등학교 단짝 친구다. “영용아 어디냐, 밥 먹자.”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목포 신도시 하당 근처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황토항아리 지붕으로 멋을 냈다. 서울 친구를 위해 선택한 식당이란다.

    친구는 메뉴판은 쳐다보지도 않고 “아짐, 상 차려주소”라고 외쳤다. 목포 바다에 사는 주꾸미가 줄줄이 올라왔다. 주꾸미 회, 주꾸미 무침, 주꾸미 볶음, 주꾸미 구이, 주꾸미 샤브샤브…. 입이 즐겁고 행복해 “이런 맛 처음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꾸미가 제철인 요즘 ‘주꾸미 밥’이 별미다. 주꾸미 머리에 알이 꽉 차 찰밥처럼 윤기가 나고 쫄깃하다. 목포에선 밥을 찐다고 표현한다. 친구는 “한국인은 마지막에 밥을 꼭 먹어야 한다”며 씨~익 웃었다.



    여름엔 피부도 더위를 탄다.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혈액이 피부 근처로 몰린다. 따라서 오장육부엔 피가 부족해 몸속이 차가워진다. 특히 위장에 혈액 공급량이 적어지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만성피로 증상도 나타나기 쉽다. 무더위를 식히려고 시원한 음식을 많이 찾는다. 그러니 가뜩이나 서늘한 내장을 더 차갑게 만든다. 조상은 더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리는 이열치열의 지혜를 발휘했다. 펄펄 끓는 진한 국물과 어린 닭으로 원기를 보충하는 삼계탕이 대표적이다.

    여름에는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 식초는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고 설사와 배탈, 식욕 부진을 예방하며 소화를 돕는 기능을 한다. 음식이 건강과 직결되는 민감한 계절 여름이다. 주꾸미 비빔국수 한 그릇으로 시원하게 땀도 흘리고, 알싸한 자극으로 활기와 생동감이 온몸에 흐르게 하자. 주꾸미는 늘 행복충전 플러그다.

    재료 주꾸미 10마리, 소면 100g, 오이 1/2개, 미나리 30g, 소스(고추장 1큰술, 간 토마토 반컵, 다진 붉은 피망 2큰술, 조청과 식초 각 3큰술)

    만드는 방법

    1 주꾸미는 소금, 식초를 넣고 주물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2 미나리는 송송 썰고, 오이는 반달썰기 한다.

    3 볼에 삶은 소면과 소스를 넣고 무치다 마지막에 채소를 추가해 접시에 담아낸다.

    시원하고 알싸한 자극 여름 더위 그까이꺼
    * 필자는 신라호텔 조리사 출신 음식 연구가로, 특히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채로운 장류 및 차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별미전 · 전통반찬’ ‘된장과 간장에 대한 소고’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등의 저서도 출간했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한식세계화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청운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다산연구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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