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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쌀밥에 ‘성게소 젓갈’ 진짜 끝내줍니다

성게소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쌀밥에 ‘성게소 젓갈’ 진짜 끝내줍니다

쌀밥에 ‘성게소 젓갈’ 진짜 끝내줍니다

성게의 생식소인 ‘성게소’로, 암수 모두 이 소를 갖고 있다. 성게는 지금이 제철이다.

성게는 한반도 연안에서 흔히 잡힌다. 그 ‘성게 알’이 예전에는 귀했다. 고급 일식집에나 가야 나무상자에 모셔진 성게 알을 볼 수 있었다. 국내산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돼 우리나라 사람은 먹을 몫이 없었다.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웬만한 횟집에서도 이를 낸다. 한국도 많이 부유해진 것이다.

고급 일식집 분위기를 내는 식당에서는 이 성게 알을 ‘우니’라 말한다. 요리사가 우니라 하니 손님도 덩달아 우니라고 한다. 일본어다. 한자로는 운단(雲丹)이라 쓴다. 성게를 많이 다루는 바닷가의 사람들은 우니, 운단, 은단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으로 많이 수출해 일본어가 번진 것이다. 성게 알이라 하면 뭔가 격이 떨어지는 듯 여기는 분위기다. 한국인의 일본어 애용은 횟집에서 유독 심하다. 거의 모든 해산물 이름을 일본어로 부를 줄 알아야 ‘한 미식’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독도나 정신대 문제가 나오면 독립투사에 견줄 만한 민족정신을 보이면서도, 생선회 앞에서는 일본인이 되지 못해 야단난 듯하다. 우리말이 있으면 우리말을 쓰는 것이 맞다. 익혀둔 일본어는 일본에 가서 쓰면 된다.

성게 알은 생물학적으로 바른 말이 아니다. 성게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생식소다. 성게는 암수딴몸으로 암수 생식소에 따라 각각 난소(알을 만드는 장소)와 정소(정자를 만드는 장소)를 품고 있다. 이 난소와 정소는 색깔만 약간 차이 날 뿐 맛은 같다. 전문가도 성게나 생식소만 보고 암수를 구별할 수 없다. 우니, 운단이라는 말을 피하려고 성게 알이라 하면 생물학적으로 틀리게 된다. 그렇다고 ‘성게 생식소’라 하면 먹을거리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문화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개념을 정립하고 그에 합당한 이름을 붙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문화가 미개할수록 그 개념은 허약하고 단어의 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음식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어울리는 적절한 개념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게 알만 놓고 보자면 한국 음식문화는 그렇게 발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성게 생식소를 두고 이에 어울릴 만한 개념어를 생각해보았는데 ‘성게소’라는 단어가 어떨까 싶다. 한국 음식문화에서 ‘-소’라는 접미어는 ‘안을 채우는 내용물’을 뜻한다. 만두-소, 송편-소가 그 활용 예다. 이 ‘-소’는 인위적으로 넣은 내용물이라는 느낌이 들어 성게 안에서 저절로 생긴 생식소를 이르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소’ 외에 마땅히 붙일 만한 한국어가 없다.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성게소가 가장 맛있는 철은 6~8월이다. 여름 산란기 직전 성게소가 꽉 차고 맛있는 것이다. 성게소를 대량으로 가공하는 곳도 드물다. 대부분 물질을 해 따온 성게를 부둣가에 앉아서 깐 뒤 성게소를 조그만 숟가락으로 떠낸다. 이를 바닷물에 씻어 포장해 중간상인에게 넘기면 여기서 다시 일본 수출상이나 공판장에 넘긴다. 그러니 싱싱한 성게소를 싸게 사자면 부두로 나가야 한다. 성게는 동해안 전역에서 나며 요즘 같은 제철에는 어느 포구에서나 성게 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게소는 싱싱한 것을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젓갈로 담가도 좋다. 일본에서는 젓갈 담글 때 청주를 더하는 등 여러 방법을 쓰지만 소금만 넣어 숙성해도 충분히 맛있다. 성게소를 물에 씻지 말고 중량 대비 5% 정도의 소금을 넣고 냉장고에 한 달 정도 두면 된다. 싱싱한 성게소보다 이렇게 젓갈로 담근 것이 향이 훨씬 좋다. 따끈한 밥에 올려 먹으면 여름 반찬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주간동아 791호 (p62~62)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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