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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소비가 미덕? 물신 숭배에 지구는 신음한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소비가 미덕? 물신 숭배에 지구는 신음한다

소비가 미덕? 물신 숭배에 지구는 신음한다

애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김영사/ 500쪽/ 1만6000원

그깟 면 티셔츠라고? 편안하고 바람 잘 통하며 땀 흡수도 잘하는 면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알면 그런 소리가 안 나온다. 면 티셔츠 한 장에 필요한 면화를 얻는 데 970ℓ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면직공장의 가공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와 지구 곳곳으로 운반, 유통되는 비용을 제외하고 사용한 물만 계산해도 그 정도다.

결혼반지용 금반지는 또 어떤가. 금반지 하나에 들어가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20t의 광산 폐기물이 발생한다. 그 폐기물은 강이나 바다에 투기되고, 때로는 채굴 장소에 방치된다. 금은 시안화물(일명 청산염)이라는 독극물을 부어 추출하는데, 이 시안화물이 광산 주변에서 소리 없이 지구를 오염시킨다.

책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제품의 일생’을 추출,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다섯 단계로 다룬다. 물론 단순한 환경보호와 물건 이야기가 아니다. 사소한 물건 하나를 통해 지구인의 성장 만능주의와 참을 수 없는 소비생활, 물건 경시에 경종을 울린다.

저자가 풀어낸 여러 물건의 사연은 세세하고 날카롭다. 지구를 위해 당장 사라져야 할 알루미늄캔의 일생을 살펴보자. 주원료 보크사이트는 호주와 몇몇 열대지역에서 채굴된다. 토착 주민과 동물은 오랜 터전을 잃고 울창한 나무는 잘려나간다. 제련 과정에선 캔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의 4분의 1만큼 휘발유가 필요하다. 제련소에선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 더 많은 열을 가두는 과플루오르화탄소 물질을 배출해 지구촌 온실가스를 심화시킨다. 알루미늄캔이 완전 분해되려면 500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손쉽게 알루미늄캔에 담긴 음료수를 구입하고 가볍게 구겨 쓰레기통에 던진다.

오늘날 대중은 제품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한다. 대형 유통업체와 브랜드 기업이 제조사를 쥐락펴락하며 지배한다. 이제는 물건을 만드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제품가격에서 생산비용이 줄어든 만큼 원산지는 점점 더 무시된다. 공급망에서 비용을 절감할수록 브랜드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구조가 고착화한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다. 저자는 현대인이 ‘일하고 TV 보고 돈 쓰는’ 쳇바퀴에 갇혔다고 진단하면서 “과다한 소비를 위해 과다한 노동을 한다”고 말한다. 눈만 뜨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이 “물건은 점점 더 빠르게 소비하고 대체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소비자는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겠다는 생각 대신 “그냥 새것을 사자”고 쉽게 말해버린다.

저자는 산업 폐기물, 도시생활 폐기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특히 부유한 나라의 독성 쓰레기가 무고한 나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선 뜻있는 사람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

그린피스 등에서 20년간 일한 저자는 물건 사용을 반대하거나 가난을 낭만화하지는 않는다. 단지 소비가 미덕인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원 배분을 제대로 못해 망가진 경제모델을 겨눈다.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보호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그것이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791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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