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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동영상이 세상 바꾼다 YouTube 혁명 02

중동 독재자 쓰러뜨리는 ‘SNS 혁명’

시위 영상 유튜브 촬영 전 세계로 알려…SNS 연대 웹 민주주의 시대 개막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www.facebook.com/scud2007

중동 독재자 쓰러뜨리는 ‘SNS 혁명’

중동 독재자 쓰러뜨리는 ‘SNS 혁명’

지난 1월 튀니지에서는 독재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튀니지 정부는 강력한 진압을 시도했지만 유튜브를 통해 시위 동영상(아래)은 삽시간에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에게 자유를!”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에선 결연함이 엿보인다. 간간이 들려오는 총소리가 긴박한 당시의 순간을 드러낸다. 자유, 시민들 그리고 총소리. 좋지 않은 화질에 화면이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튀니지 시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언론 탄압에 SNS로 맞불

독재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어김없이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 과거 한국의 군사정권이 그랬고, 현재 북한 김정일 왕조가 그러하다. 시민의 눈과 귀를 막아서 지금 이곳이야말로 지상 최고의 낙원인 것처럼 선전한다. 시민은 헐벗고 굶주림에 죽어가지만 관영 언론은 독재자 찬양에만 열을 올린다.

튀니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벤 알리 대통령의 23년 독재에 대한 시민의 반감은 최고조였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생활고에 어디에도 희망을 둘 곳이 없었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실상을 알리지 못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청년이 자살하자 시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시민이 거리로 나서자 튀니지 정부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TV, 신문 같은 대중매체를 통제하고, 인터넷을 검열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시민이 봉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다른 지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실상을 알 수 없었다. 관영 언론에선 시민 봉기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던 탓이다. 경찰을 동원한 튀니지 정부의 강력 진압으로 ‘중동의 봄’은 그렇게 사그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민주화의 불씨는 전혀 다른 곳에서 되살아났다. 언로가 막히자 튀니지 시민 스스로 사태의 심각성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이들이 활용한 것이 바로 소셜미디어다. 리나 벤 메니라는 민주화 운동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에 1월 10일 시위에서 사망한 시위대 5명의 사진을 충돌 사태가 발생한 도시의 이름을 붙여 ‘레겝의 순교자’란 제목으로 올렸다. ‘나와트’라는 이름의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튀니지 학생들이 아랍어로 ‘자유’라는 ‘인간 글자’를 만드는 장면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1월 12일 수백 명의 남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했다. 민주화 운동가 겸 블로거인 슬림 아마노우는 튀니스의 내무부 청사에 감금되자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인 포스퀘어로 자신의 감금 사실을 전했다. 유튜브를 통해 튀니지 시민이 업로드한 동영상이 순식간에 세계로 번져나가자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튀니지 정부의 부패와 무능력, 그리고 시위대에 대한 잔인한 진압을 비판하는 국제 여론이 비등했다.

유튜브에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는 동영상이 3000개 넘게 게시되자 당황한 튀니지 정부는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자 민주화 운동가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해 소식을 전했다. 국내외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벤 알리 대통령은 시민 봉기 열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가 중동과 아프리카의 독재정권을 잇따라 무너뜨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중동혁명의 다음 불길은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해온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향했다. 무바라크 사퇴 시위에 첫 불을 지핀 것은 구글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임원인 와엘 그호님이었다. 그는 2010년 6월 부패한 경찰을 고발했다가 경찰에 타살된 젊은 기업인의 이름을 따서 ‘우리는 모두 할레드 사이드’란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1월 25일 와엘 그호님은 경찰의 날을 맞아 회원들에게 오후 1시 카이로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올렸다.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추방하자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유튜브와 트위터에선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시민의 거리시위 영상이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이들 영상은 이집트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시위대에 대한 동정 여론을 끌어내는 데 큰 구실을 했다. 튀니지 시민혁명의 성공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무바라크 정부는 1월 27일 민주화 시위의 확산을 막으려고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의 접속을 차단하고, 며칠 뒤엔 인터넷과 휴대전화망까지 통째로 막는 초강수를 뒀다.

도미노식 중동 민주혁명 불길

그러나 불붙기 시작한 민주화 혁명의 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위터 측은 “트위터는 반드시 흘러야 한다”는 성명을 낸 뒤, 구글과 함께 인터넷 없이 전화번호와 음성메시지로 트위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특별 서비스를 실시했다. 구글 역시 급변하는 이집트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한군데 모은 정보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비상시 연락처(이집트 공항과 항공사), 각국 대사관 연락처 그리고 이집트 상황에 대한 각종 뉴스를 전했다. 이런 SNS의 거센 도전 앞에 무바라크 대통령도 결국 무릎을 꿇었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보단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곳 사정은 암울했다. 왕정과 장기독재 속에 국민은 철저하게 억압됐고,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은 꿈을 잃은 채 절망 속에서 고통받았다.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튀지니와 이집트에서 SNS가 매개가 돼 시민혁명이 성공한 이후, 중동 민주화 혁명은 알제리와 예멘, 요르단 등 중동, 아프리카 각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분연히 일어난 시민은 직접 휴대전화로 시위 현장을 촬영해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에 전파했다. 이런 노력은 불가능해 보였던 민주화 꿈을 점차 현실로 만들어나갔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 통해 자유 촉진

중동 독재자 쓰러뜨리는 ‘SNS 혁명’

1 무바라크 사퇴시위에 첫 불을 지핀 구글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마케팅담당 와엘 그호님. 2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촉구를 위해 카이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 3 살레 대통령 사임 요구집회를 벌이는 예멘의 수만 군중.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33년째 장기집권한 예멘에선 SNS로 뭉친 대학생이 앞장서 수천 명이 연일 독재 타도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SNS의 위력을 반영하듯 예멘에선 지난 6개월간 페이스북 사용 인구가 23% 늘었을 정도로 SNS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도 시민혁명이 발생해 카다피군과 반카다피군이 한 달째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영국이 주도한 연합군이 대대적인 공습에 나서면서 카다피 독재정권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21세기형 미디어의 출현으로 20세기형 독재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는 것이다.

SNS 혁명의 힘은 지식과 정보의 대중화에 기인한다. 지금껏 지식과 정보는 소수의 지배층이나 지식인이 독점해왔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전달받고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했다. 구글코리아 서황욱 유튜브 파트너십 총괄이사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론이나 정부에 더는 의존하지 않고도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자신의 국가만이 아닌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NS의 출현은 인터넷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한 시민은 SNS를 통해 독재와 부패를 공격한다. 또한 이를 개선하려는 방안을 토론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사람들을 모아 거리로 나선다. SNS로 연대한 젊은이들의 ‘행동하는 양심’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중동 민주화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화를 갈망하는 반정부 시위 물결을 담은 동영상은 현재도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젊은이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황욱 총괄이사는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의견을 공유하며 자유를 촉진하는 웹 민주주의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고려대 박경신 교수

“민주주의와 익명 표현의 자유는 불가분…실명제 도입하면 댓글 위축”


3월 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다른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소셜 댓글’에 대해선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의 적용을 유보키로 했다. 그 결과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 계정으로 댓글을 올리는 게시판 서비스는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다. 2004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선거 관련 글을 쓸 때 실명을 확인하도록 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악성 댓글과 무차별한 개인신상정보 공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찬성론과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선 것. 2009년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에 유튜브를 포함시켰다가 유튜브가 한국국가 설정 시의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막아서 본인확인제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3월 17일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폐지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고려대 박경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를 만나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이번 방통위의 조치를 평가한다면.

SNS는 일반 게시판과 달리, 자기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 예컨대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의 팔로우가 댓글을 다는 사적인 영역이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의 길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재도 여러 번 익명 표현의 자유를 천명했다.

△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불법 정보나 권리를 침해하는 글뿐 아니라 모든 글에 실명제를 적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실명제는 모든 주요 사이트에 온라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의 신원정보를 그 사이트 운영자가 취득하도록 의무화한다. 또한 통신자료제공 조항 때문에 수사기관이 수시로 개인신상정보에 접근한다. 민간인 사찰을 제기한 김종익 씨가 붙잡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헌법 12조 영장주의와 17조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 때문에 수사기관들은 매년 10만 건이 넘는 온라인 게시물의 게시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위 숫자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부되는 모든 압수수색영장 수를 넘어선다.

△ 일각에선 악성 댓글, 개인신상정보 유출과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실시해서 악성 댓글이나 개인신상정보 유출 건수가 줄어들었는가? 그렇지 않다. 다른 방법을 통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음에도 실명제에 의존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다. 어차피 불법 정보를 올리려는 사람은 주민번호를 위조해서라도 올린다. 합법적이지만 보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꺼리게 돼 전체 게시글 수가 줄어든다. 이른바 위축효과다. 정말로 댓글에 문제가 있다면 영장을 발부받아 IP를 추적하거나 법적 소송으로 상대방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다.

△ 미국 일부 포털에선 최근 들어 오히려 실명제를 실시하려고 한다.

웹사이트가 자발적으로 실명제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해당 사이트에 글을 쓸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명을 원하는 사이트에는 들어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하루 방문자 수 10만 명 이상의 사이트는 예외 없이 강제로 실명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 익명성은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사회적 강자는 어떤 말을 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는 그렇지 못하다. 힘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 익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자의 목소리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당시 익명으로 싸웠다. 탄압에 대부분이 숨죽이고 있을 때 용기 있는 소수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것이 축적돼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 민주주의와 익명 표현의 자유는 불가분의 관계다.





주간동아 780호 (p24~27)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www.facebook.com/scud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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