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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민의 발 100일 파업…돌겠다”

전주 시내버스 노사 강경 대립 여전…하늘 찌르는 이용객 불편에도 당국은 손 놓아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민의 발 100일 파업…돌겠다”

“시민의 발 100일 파업…돌겠다”
“버스 운행 비율이 87.9%까지 올랐어요. 시민들은 별로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3월 22일, 지난해 12월 8일 시작한 전주 시내버스 파업이 105일째를 맞았다. 파업은 버스기사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전북지역 자동차노동조합연맹(위원장 안재성) 간부들에 반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민주버스본부(이하 민주노총 버스노조)를 설립하며 시작했다. 회사 측도 “민주노총 버스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버텨 파업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한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7조 쟁의행위 기본 원칙에 의거해 파업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7월 복수노조 허용 전까지는 한국노총 측과 교섭해야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노총 버스노조와 교섭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파업 전 전주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총 382대였지만 이날은 시내버스 303대, 임시 전세버스 33대를 포함해 336대가 전주시 및 인근 완산군 등을 누볐다. 전주시청 관계자는 버스 운행 비율을 근거로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22일, 23일 이틀간 전주 시내 곳곳에서 시민을 만나보니 전주시의 무능함, 버스회사의 이기주의 등을 질타하는 사람이 많았다.

22일 전주의 최고기온은 영상 7.7℃, 최저기온은 영하 0.4℃였다. 기온이 전날보다 6℃가량 떨어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시민들은 추위에 떨었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에 사는 이기섭(75) 씨는 전주에 갈 때면 집 근처에서 탈 수 있는 전주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파업 이후 이씨 동네까지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전주로 나가려면 신리역 정류장까지 약 3km를 걸어 나가야 한다. 이씨는 “나 같은 노인은 외출을 포기하면 되니까 그나마 나은 편이다.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직장인과 학생들 버스 타기 전쟁

전주역에서 완산구 서신동으로 출퇴근하는 김모(28) 씨는 “전주시에서 시민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적은 월급으로 생활하는데 지난달에는 매일 택시로 출퇴근하고 나니 손에 쥔 돈이 별로 없었다”고 소리 높여 불만을 토로했다. 전주고 2학년 임모 군도 “‘말발’ 안 먹히는 학생들이 버스를 타니까 시에서 신경 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은 대부분 자가용이 없어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노인, 가정주부, 학생 등 ‘교통 약자’였다. 이들은 “버스 타는 사람이 전주에서 잘살고 힘쓰는 사람이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 돈 없는 서민이라 ‘있는 분’들이 관심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스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불안에 떨고 있다. 3월 17일 오후 10시50분쯤 서신동 도로에서 대체인력이 운전하던 시내버스에 무단횡단하던 사람이 치여 숨졌다. 민주노총 버스노조 측은 “전주시가 버스 운행 비율을 끌어올리느라 버스기사, 대체인력을 혹사시키고 있다. 피로 누적으로 방어운전을 못해 발생한 예견된 사고다. 심지어 인력 부족으로 정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달리는 폭탄’ 같은 버스도 운행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주시 한필수 교통과장은 “운전기사의 피로 누적과 상관없이 술을 마신 행인이 무단횡단하다 일어난 사고”라며 버스 파업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파업 이후 버스 새총 테러, 방화사건도 연이어 일어났다. 전주에서는 달리던 시내버스, 대체 투입된 전세버스에 괴물체가 날아와 유리창이 파손됐다. 또 주차된 차량이 방화로 불타기도 했고, 시외버스 연료통에 화장지와 설탕 등이 들어가 차량이 고장 나기도 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조합원을 붙잡아 수사 중이지만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시민들은 파업이 언제 끝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 중에는 사측의 ‘통큰 양보’를 촉구하는 사람이 많았다. 버스 파업 중에 수입이 늘었다는 개인택시 기사 이모 씨도 “버스회사 사장들이 매번 힘들어서 망한다, 보조금 받아도 빠듯하다며 엄살을 부리는데 힘들었으면 진작 망했을 것이다. 시의회, 정당, 시민단체 등이 내놓은 사회적 합의안까지 외면하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버스노조원에 대한 시민들의 동정론도 있다. 이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쥐꼬리만 한 수입 등을 적극적으로 알린 덕분이다. 신성여객 김모(45) 씨는 “초, 중, 고에 다니는 딸 3명을 뒀다. 한 달 치 수입 150만 원으로 생활이 어려워 파업 전에는 덤프트럭 운전 등 아르바이트를 했다. 밥 먹을 시간이나 소변 볼 시간을 내려고 신호까지 무시하고 달리다 보니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논쟁만 계속 해결책은 안 보여

“시민의 발 100일 파업…돌겠다”
특히 민주노총 버스노조는 “어이~ 송 시장”이란 구호로 시민들의 동조를 이끌어내려 한다. 노조는 “1월 12일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대표인 김택수 호남고속 회장이 노사교섭 회의장에서 송하진 전주시장을 하대한 사실을 빗댄 것”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 있었던 전주시 교통과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전주시와 전북도가 버스회사에 꼼짝 못하는 것은 김 회장이 전주시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데다 지방지까지 소유했기 때문이다. 버스회사는 전주시로부터 연간 15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집행 내용도 안 밝히고 있다”며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법을 집행하는 시와 도가 일개 회사를 무서워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회사도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 보조금만으로 충분치 않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00일 넘게 파업이 이어지고 민주노총 버스노조의 도로 위 시위가 계속되자 이를 비판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이모(65) 씨는 “기사들도 서민인데 도리어 서민을 볼모로 삼고 파업을 벌인다. 도로까지 나와서 거칠게 말하는 모습이 위협적이다”라고 말했다.

사측도 할 말은 많다. 전라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 홍옥곤 상무는 “사회적 중재안이라 이름 붙였지만 어느 일방의 의견만 받아들인 것이 무슨 사회적 중재안이냐. 월수입 150만 원 운운하는데 그게 진짜라면 기사가 진작에 다 도망갔다. 연간 3800만 원까지 받는 기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전주지방법원이 민주노총 버스노조를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라는 취지의 단체교섭응낙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또 7월 복수노조 허용 전까지는 협상 테이블에도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에 밀려난 꼴이 된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안재성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거짓 선동을 해 버스기사를 현혹했다. 민주노총이 우리가 통상임금 협상에서 사측에 유리하게 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 자체가 틀린 말이다”라며 반박했다.

사측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얽히고설켜 끝없는 논쟁을 벌이지만 전주시와 전북도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시와 전북도의 단체장을 배출한 민주당에 대한 비판까지 나온다. 이현주 전북도의원(민주노동당)은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사업개선 명령을 내려 운수사업자에게 정상운행을 명령하고 위반할 때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강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주시 관계자는 “시와 도에서 수십 번 양측을 만나게 해주었고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이제는 노동부가 해주어야 할 게 아닌가”라며 모든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이래저래 시민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주간동아 780호 (p48~49)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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