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2011.03.14

묻고 중간보고 안 하면 깨지거나 야근 부른다

상사의 ‘막연한 지시’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03-14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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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후반 방 과장은 괴롭다. 하루 12번 볶아대는 상사, 틈만 나면 치받는 부하, 그리고 내 편인 척하지만 뒤통수를 노리는 동기들 때문이다. 퇴근 후에는 더하다. 야근과 회식을 반복하는 사이 아내는 남처럼 멀어졌고, 아들딸도 아빠를 본 척 만 척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커뮤니케이션. 이도 저도 아닌 ‘경계인’ 방 과장이 직장, 가정, 비즈니스 현장 등에서 부딪히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본다.

    묻고 중간보고 안 하면 깨지거나 야근 부른다
    “방 과장! 매출보고서 다 됐나?”

    “네? 매출보고서 이제 정리하려고 하는데….”

    “뭐? 이제 시작한다고?”

    월요일 아침부터 부장님의 불호령이다. 가만있다간 한 달 전 실수까지 들춰내 잔소리를 할 것 같은 분위기. 방 과장이 나름대로 방어한다.



    “부장님께서 지난주 화요일에 ‘다음 주까지 매출 내역 정리해달라’고 하셔서 오늘 오후에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신규 사업 프로모션 방안’ 정리를 함께 지시하셔서 그걸 먼저 진행했습니다만….”

    이 말과 함께 방 과장이 지난 주말을 반납하고 야심차게 정리한 ‘신규 사업 프로모션 방안’ 제안서를 내밀었다. 내심 “고생했군”이란 칭찬을 기대한 방 과장. 하지만 부장님의 반응은 정반대다.

    “매출 정리가 돼야 신규 사업을 추진할지, 기존 고객 관리에 중점을 둘지 결정할 거 아냐!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방 과장에게 부장님이 비수를 꽂는다.

    “자넨 어떻게 과장이나 된 친구가 그 정도 판단도 안 돼? 이봐, 최 과장! 한 시간 후에 본부장님 보고 들어가야 하니까, 30분 내로 정리해서 가져와! 할 수 있지?”

    방 과장은 억울하다. 기껏 마무리한 일에 대한 칭찬은 없고 꾸중만 듣다니…. 그는 대체 뭘 잘못한 걸까?

    ‘막연하게 지시하는 상사.’

    ‘함께 일하기 싫은 상사’를 물을 때 늘 상위권에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많은 상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상사가 ‘적어도 난 막연하게 지시하지 않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부하직원이 풀어야 한다. 상사의 막연한 지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방 과장의 상황으로 들어가보자. 방 과장은 부장님에게서 두 가지 지시사항을 받았다. 그리고 주말에 쉬지도 않고 그중 하나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결과는 꽝. 이유는? 상사의 ‘막연한’ 지시를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가지가 틀렸다.

    첫째, ‘다음 주’가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월요일인지 금요일인지, 그리고 아침인지 오후인지. 데드라인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둘째, ‘매출 내역’과 ‘프로모션 방안’ 중 어느 게 더 중요한지 묻지 않았다. 부장님에겐 ‘매출 내역’이 훨씬 중요했다. 하지만 방 과장은 달랐다. 여러 지시를 한 번에 받았다면, 상사와 우선순위를 맞춰야 한다.

    ‘업무 중간보고를 잘하는 직원.’

    ‘함께 일하고 싶은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들의 희망이다. 하지만 많은 부하직원이 중간보고를 잘하지 않는다. 바쁜 상사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에서다. 하지만 상사가 바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부하직원의 영역이 아니다. 상사의 몫이다. 먼저 다가가라. 상사를 귀찮게 한 5분간의 대화가 당신의 하룻밤 야근을 없애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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