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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LH공사, ‘혈세 먹는 하마’ 시간문제?

‘하루 이자만 100억’ 에도 정상화 방안 맹탕 … 공사법 개정안 통과 세금 투입 얼마든 가능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LH공사, ‘혈세 먹는 하마’ 시간문제?

LH공사, ‘혈세 먹는 하마’ 시간문제?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출범했을 때 세간에선 빚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 탄생했다며 걱정했다. 이런 걱정대로 LH공사의 부채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2010년 12월 말 현재 LH공사의 부채는 124조8000억 원(부채비율 541%). 2010년 말 국가채무 360조 원의 3분의 1을 넘으며 공기업 부채(2010년 공기업으로 지정된 22곳의 2009년 결산실적 잠정치 기준) 212조 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중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만 91조4000원에 이르며 하루 이자는 1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총 부채 규모가 2012년 200조 원을 돌파하며 2018년 325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H공사 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자란 것이다.

사업 재조정 전면 표류 가능성

LH공사의 천문학적인 부채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2010년 12월 29일 LH공사 이지송 사장은 ‘LH공사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국 LH공사 사업장 414곳을 전면 재조정해 연간 사업투자 규모를 45조 원에서 30조 원 내외로 축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아직 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138곳은 사업 시기를 조정하거나 단계별 추진 및 규모를 축소하며, 보상을 완료한 사업장 276곳 가운데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64곳은 중장기적 수요를 따져 개발 방향을 재검토한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212곳은 공정률과 공사 일정 조정 등으로 투자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경영정상화 방안이 발표되자 당장 시장에선 ‘알맹이 없는 맹탕 방안’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정작 어떤 사업장을 재조정할지 명확한 지구별 추진 계획이 빠져 있었던 탓이다. 처음부터 시장에선 사업장 재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어느 국회의원이든 자신의 지역구 개발 사업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는데 가만히 앉아 있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LH공사 측은 “관련 부처와 지자체 및 주민과 협의 중이어서 정확하게 어느 사업장을 포기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닫고 있다. 그러나 주민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이 계속되면서 사업 재조정이 전면 표류할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LH공사 구조조정의 핵심은 부실 사업장 정리인데,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구조조정이 늦춰지면 LH공사는 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실한 회계 시스템은 그동안 LH공사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어떤 사업에서 얼마나 이익과 손해가 났는지 사업별 집행 명세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 물량 단위로 방만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오늘날 빚더미에 올라섰다는 것. 이번 정상화 방안에는 사업별 구분 회계제도 도입 등 회계 시스템 전면 개선안이 포함돼 있지만,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에 맡긴 외부 용역 결과가 2012년 5월이나 돼서야 나오기 때문이다. LH공사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실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용역 결과가 나온 시점부터 2년 정도는 더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기업이면 벌써 수십 번 망해

LH공사, ‘혈세 먹는 하마’ 시간문제?

이지송 사장(맨 왼쪽)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면적인 사업장 재조정 의사를 밝혔다.

LH공사가 자구책으로 부실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이로 인한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강행 처리를 하는 가운데 많은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중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LH공사법) 개정안도 있었다. 당시 LH공사는 손익금 처리와 관련된 LH공사법 11조 ③항의 개정에 사활을 걸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사는 매 사업연도의 결산 결과 손실이 생긴 때에는 제1항 제3호에 따른 사업확장 적립금으로 보전하고, 그 적립금으로도 부족할 때에는 같은 항 제2호에 따른 이익준비금으로 보전하되, 그 미달액은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한다’”는 규정은 ‘정부가 보전한다’로 바뀌었다.

한국수자원공사(한국수자원공사법 제12조 ②항)와 한국도로공사(한국도로공사법 제14조 ②항) 등 어떤 공기업 관련 법률에도 이런 규정이 없다. LH공사에만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 셈이다.

이에 LH공사는 “채권 발행을 위한 신용보강 효과 차원에서 법률 개정을 바랐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LH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LH공사 채권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채권이나 대출금리를 정할 때 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중 금리)가 축소됐다. 정부 손실 보전 규정이 있으면 국민연금과 같은 각종 연기금이 채권 보유를 50% 수준에서 80%까지 늘릴 수 있게 돼 LH공사로서는 유동성 해소에 숨통이 트인다.

LH공사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손실 보전은 손해가 발생할 때 가능하지만 매년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데다, 자체 적립금으로 해결할 수 있어 정부가 손실 보전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 2009년 LH공사의 당기순이익은 4972억 원이며 2010년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역시 무차별적인 손실 보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서 조항으로 보금자리주택사업, 산업단지개발사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에 한해 보전한다고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토지정책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공익사업 대상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3월 초까지 시행령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LH공사의 설명대로 앞으로도 계속 이익이 발생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임대주택사업이 변수다. LH공사의 재무 현황을 살펴보면 부채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금융부채의 30%에 육박하는 임대주택사업 부분이다.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많은 29조 원에 이른다. 총사업비의 약 40%를 LH공사 자체 자금으로 투입하고도 30년간 회수가 불가능한 현재의 사업비 구조에서 건설 물량의 증가는 곧 LH공사 부채의 증가를 의미한다. 임대주택을 매각하거나 건설을 중단하면 LH공사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공공주택 공급이란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정부가 공기업에 대해 손실 보전을 최초로 명문화함으로써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LH공사뿐이지만 앞으로 수자원공사나 철도공사 같은 다른 공기업에도 도미노 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노골적으로 돈을 대주겠다는 것인데 그럴 거면 공기업을 왜 만들었느냐”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월 26일 ‘재정통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LH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의 부채를 국가채무 대상에서 제외해 부채 숨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안종범 교수는 “LH공사의 사업 중 어떤 부분이 정부사업 대행이고, 어떤 부채가 자체적으로 진 부채인지를 구분한 뒤 보조 지표를 만들어서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상장기업이라면 망해도 벌써 망했겠지만 ‘무너지기엔 너무 커버린(too big to fall)’ LH공사는 천문학적인 빚더미 위에서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알맹이 빠진 자구책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자칫 LH공사가 국민 혈세를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주간동아 2011.02.14 774호 (p44~45)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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