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5

2010.12.06

‘한국적인 네오솔’ 깊고 진한 여운

브라운아이드소울 3집 ‘Browneyed Soul’

  • 현현 대중문화평론가 hyeon.epi@gmail.com

    입력2010-12-06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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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적인 네오솔’ 깊고 진한 여운
    한국 팝 시장에서 ‘리듬앤드블루스(R·B)’는 브라운아이즈로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들 템포’라는 용어로 불리는 모데라토 넘버들은 그들의 첫 히트곡 ‘벌써 1년’ 이후 한국 팝 시장의 히트상품이 됐고 유사품과 모조품이 넘쳐난다. 브라운아이즈의 전통이 나얼에 의해 브라운아이드소울로 이어지면서 이들은 ‘R·B’를 뛰어넘었다. 그 장르의 원형인 ‘솔’로 회귀한 것이다.

    한국형 솔의 완성은 결국 지난 3월 발표한 싱글 ‘비켜줄게’로 이뤄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의 브라스 섹션과 1970년대 이후의 미국 대도시 솔 음악을 연상시키는 리듬 트랙이 조화를 이룬 데다, 한국 팝의 큰 장점인 굴곡 있는 멜로디라인까지 합쳐진 이상적인 넘버다. 그런데 3집 앨범의 제목이 바로 ‘Browneyed Soul’이다. 단도직입적으로 팀 이름을 내세운 것. 스스로 “이 작품은 우리가 추구하던 음악의 방향성에 대한 완결”이라고 선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프로모션 트랙 ‘똑같다면’은 지난 히트곡 ‘비켜줄게’의 연장선에 있다. 신시사이저로 구현한 브라스 섹션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공간감으로,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 느껴지는 이들의 목소리를 감싸고 있다. 흡인력 강한 인트로의 멜로디라인에 돌연 등장하는 클라이맥스에서 층을 이루고 있는 화음이야말로 브라운아이드소울 음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솔로와 코러스로 분리되고 합창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이들의 보컬 멜로디 운용법은 일종의 전범으로 삼아도 된다. 아련하게 여운을 남기는 피아노 후주까지 모든 것이 한국 팝의 모범사례인 이 곡은 앞으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뛰어난 음악성과 겸비된 대중성을 오랫동안 상징할 것이다.

    한국에서 네오솔을 구현해보겠다는 시도는 주류와 비주류를 통틀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2번 트랙 ‘Blowin’ My Mind’만큼 그 의도가 선명했던 적은 없었다. 복고적인 편곡으로 네오솔의 새 장을 열었던 라파엘 사딕의 업적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과 기타 스트로크는 “이런 음악이 한국의 주류 대중음악”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만든다. 브라스의 센스 넘치는 등·퇴장, 스트링의 적절한 배치뿐 아니라 의외성 강한 휴지부까지, 이 정도면 ‘명곡’이란 칭호를 던져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 앨범을 자세히 들어보면 정통 버블검 사운드 ‘그대’를 통해 한국 팝의 미싱 링크를 찾으려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펑크의 영향을 받은 ‘Can‘t Stop Loving You’에서는 솔의 원류를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연구했는지 느낄 수 있다. 세계 팝의 역사를 이끈 솔이 한국에서 그 원래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은 부끄러운 장르 명칭인 ‘한국적 R·B’를 넘어선 ‘한국적 네오솔’이 브라운아이드소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역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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