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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 INTERVIEW

“청와대 국정원 검찰도 민간인 사찰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 “MB 정부는 사찰공화국, 국정조사나 특검 실시해야”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청와대 국정원 검찰도 민간인 사찰했다”

“청와대 국정원 검찰도 민간인 사찰했다”

11월 17일 국회 예결위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청와대 이모 행정관의 국정원장과 여야 정치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 대포폰(명의를 도용한 휴대전화) 정국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도발을 감행하면서 급격하게 ‘안보정국’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연일 대(對)정부 공세를 펴던 민주당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대포폰 정국을 주도했던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하지만 숨고르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12월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조만간 또 다른 폭로를 예고했다. 11월 1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인에 대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윤리지원관실)의 청와대 내사보고서 공개와 청와대 대포폰 제공 의혹, 17일 대검 디지털수사관실 분석보고서, 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원충연 전 사무관 및 권중기 경정 수첩 내용, 국정원 출신 청와대 이모 행정관의 국정원장과 여야 정치인 사찰 의혹에 이어 세 번째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지난 11월 1일 남경필 의원 부인 내사보고서 2페이지를 공개한 이후 추가로 세 번째 페이지를 입수했다”면서 “그 문건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 등 현 정부의 주요 기관에서 전방위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벌여온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 근거로 문건의 일부를 ‘주간동아’에 처음 공개했다. 이 의원이 밝힌 문건 내용 중 일부다.

※ 민정2, 국정원, 대검 정보분석팀에서 남경필 내사 관련, 강남경찰서 정모 조사관과 이○○에게 위와 같은 첩보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동인들을 찾아가 조사했으나, 정 조사관은 더 이상 이 사건에 연루되기 싫다면서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민정2’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팀을 의미하고, 이○○는 남 의원 부인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동업자, 정 조사관은 남 의원 부인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형사”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현 정부는 말 그대로 사찰공화국”이라면서 “문제의 문건은 연평도 사건의 여파가 조금 가라앉으면 조만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경필 부인 내사보고서 세 번째 페이지 추가 폭로

이 의원은 또 원충연 수첩 내용에 대해서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더 갖고 있다. 특이한 사찰 내용도 있고,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는데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 보완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국정조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필요하면 공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의 윤리지원관실 대포폰 제공 의혹이 묻히는 듯하다.

“연평도 도발 사건이 수습되면 다시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윤리지원관실에 증거인멸을 위해 대포폰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 내부 분석보고서에서도 민간인 불법사찰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여당에서도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재수사는 해야 할 것이다.”

▼ 검찰은 아직까지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고, 법무부 장관도 다시 수사해봐야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면서 재수사를 거부하는데.

“그건 법무부 장관 말이 맞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라인은 청와대 봐주기 수사를 했다. 검찰총장도 다 알면서 봐줬고 은폐했다. 같은 수사팀에서 수사하면 똑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재수사에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 검찰이 재수사를 한다면 최소한 수사라인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뤄진 이후에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수사 하나 마나다.”

▼ 민주당에 정보를 제공한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지, 정보의 출처는 어디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정보는 어떻게 입수했나.

“당 의원끼리 공유하는 정보도 있고, 의원 개인이 노력해서 얻은 정보도 있다. 난 4선(14, 15, 17, 18대) 의원이다. 법대(서울대) 출신이어서 원래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고, 10여 년간 의정활동을 해오면서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를 거치며 곳곳에 인맥이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소문이 돌면 그들을 통해 확인하고, 그러다 보면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된다. 몇 차례 폭로한 이후 정부 내부적으로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분위기여서인지, 요즘 정보가 조금 막혔다. 하지만 정보는 끊임없이 나오게 돼 있다. 각 분야에 정의감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11월 1일 이 의원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모 행정관이 윤리지원관실 장모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제공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모두 5대의 대포폰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장 주무관은 검찰의 윤리지원관실 수사 직전인 7월 7일 증거를 인멸하려고 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수원의 한 컴퓨터 전문업체로 가져가 영구 삭제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당시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해명하면서 적지 않은 혼선을 빚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 의원의 주장을 “수사단계에서 확보, 살펴봤다고 보고받았다. 맞다”고 시인했지만 검찰은 5대가 아니라 1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장 주무관이 최 행정관에게 대포폰을 받은 시점을 7월 7일 이전이라고 했다가 다시 당일 하루만 빌렸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청와대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포폰 1대 하루만 빌려 썼다고?

“그동안 검찰이 해명이라고 내놓은 주장은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다. 대포폰을 빌려서 하루만 썼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러려면 뭐 하러 대포폰을 구하나. 그냥 하루 공중전화를 쓰면 되지. 대포폰이 1대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대포폰은 도청이나 통화 추적을 피하려고 사용한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고향 직계 후배인 최 행정관은 윤리지원관실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는 중간 매개 구실을 했다. 최 행정관이 이 전 비서관이나 윤리지원관실 장 주무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에게 전화를 걸 때도 대포폰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문제의 대포폰 통화기록에서 또 다른 4대의 대포폰을 발견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축소 수사했다. 내게 정보를 준 제보자에게 다시 확인해본 결과 검찰이 발견한 대포폰은 5대가 맞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실을 보고받은 청와대 이 전 비서관과 대포폰을 제공한 최 행정관은 물론, 전직 국정원장과 여야 정치인들을 사찰한 국정원 출신 이 행정관 등에 대해 검찰이 아직까지 출국 금지를 시키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처럼 이들도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하면 결국 검찰은 이를 빌미로 수사를 흐지부지 종결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0.12.06 765호 (p26~27)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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