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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MB식 교육개혁 되는 게 없어!②

말 많고 탈 많은 교원평가 그래도 가야 할 길

평가 방법 놓고 교원단체와 교과부 팽팽한 신경전 여전

말 많고 탈 많은 교원평가 그래도 가야 할 길

말 많고 탈 많은 교원평가 그래도 가야 할 길

7월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사대부여중에서 한 수학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

“교원 10% 퇴출이라니 언짢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다. 교감·교장 등 관리자급 교원이 주축으로, 교원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상당수 한국교총 회원은 6·2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측 후보를 지지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이하 교원평가제)에 찬성하고, 결과에 따라 교원을 10% 퇴출하겠다는 보수 측 후보의 공약 때문이었다.

교원평가제는 해묵은 이슈다. 2000년 처음 논의되기 시작해 10년 넘게 공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지체 원인은 교원단체의 반발. 내세우는 주장은 다르지만, 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모두 민감한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한 편의 길고 지루한 드라마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돌발행동으로 국면 전환을 맞았다. 2008년 말 교과부가 6자협의체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 시·도 교육규칙에 평가 근거를 마련한 것. 합의 여부와 시점이 불투명한 법제화 대신 택한 차선책이었다.

2010년 3월 교원단체들의 반발 속에 첫 교원평가제가 실시됐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불안한 법적 근거. 법령이 아닌 시·도 교육규칙을 토대로 하기에, 교육감이 언제든 내용을 수정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진보교육감이 대거 탄생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김 교육감은 취임 직후 교원평가제 규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세는 GO, 이제는 각론 고민할 때



이에 교과부는 전북도교육청에 개정안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교과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다시금 평가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교과부가 강경 태세를 고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6명에 이르는 진보교육감의 숫자에 교원단체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하면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한국교총과의 협상에서 교장공모제 비율과 공개수업 일수를 각각 10%, 2회씩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갈등 상황을 막기 위해 교과부는 서둘러 법제화에 나섰다. 생각보다 일찍 터져버린 시한폭탄. 지금은 전북도 한 군데지만, 다른 교육감들이 언제 규칙에 손을 댈지 모른다. 진보교육감의 중심축인 서울·경기 교육감은 올해 평가제를 시행한 뒤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 주도의 서술형 평가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 교과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법제화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지난해 말 대체로 합의된 법안이 현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던 평가 결과와 인사 연계 부분을 미연계하기로 합의하면서 시각차를 좁힐 수 있었다. 하반기 안에 법안이 통과될지 미지수지만, 현재로선 분위기가 좋다. 교과위 민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실 양승신 보좌관은 “상반기에는 여·야 모두 강성 태세로 일관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일을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교원평가제 병합안에 대한 이견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서상기 의원실 강태용 비서관은 “2009년 말 병합안이 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야당이 절차적 문제제기를 하면서 다시 내려왔다. 법제화를 거쳐 시행령을 만들 때 진보교육감과 교원단체들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 내부에 “이제는 방법론을 이야기할 때”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6자협의체가 깨진 뒤 교과부를 비난해온 교원단체도 각론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국교총은 올해 전면실시 결과를 분석한 뒤 개선안을 마련해 법제화에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전교조 측은 “6자협의체가 다시 열리면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기존의 근무성적평정제, 성과금평가제와 연계해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가를 위한 평가’, 정착까지 시간 필요

말 많고 탈 많은 교원평가 그래도 가야 할 길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해당 시·도교육청의 지휘를 받아 교원평가제를 진행 중이다. 시·도마다 평가 내용과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올 10월까지 학생·학부모·동료 교사 평가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 학교 현장은 아직 어수선하다. 평가받는 교사도, 평가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교원평가제가 낯설다. 홍보 정도에 따라 학부모 참여율도 들쭉날쭉한다.

교과부와 교육감 정책이 엇박자를 달리는 전북은 특히 혼란스럽다. 예고기간을 거쳐 규칙이 바뀌면 현재 실시하는 평가가 무의미해지고, 법제화가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전북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아직은 규칙이 유효하지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년째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해온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속여자중학교(서울사대부여중) 교사들은 그간의 경험에서 느낀 제도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평가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로 나뉜다. 동료 교사를 평가할 때 ‘생활지도’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예컨대 민주시민성 지도 항목 중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도록 지도하는가?’ ‘공익을 위해 협동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기르도록 지도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친한 교사라도 판단이 힘들다.”

이충자(58) 교장은 ‘생활지도’ 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동료 교사 평가는 3인1조 단위로 이뤄진다. 같은 과목 또는 수학·과학, 영어·국어처럼 비슷한 과목끼리 그룹을 묶는다. ‘학습지도’는 동료 교사의 평소 모습과 공개수업을 토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진로지도, 가정 연계지도, 학교생활 적응지도 등 ‘생활지도’ 항목은 판단 근거가 없다. 그래서 보통 ‘생활지도’ 항목은 ‘우수’나 ‘매우 우수’를 찍는다.

조건이 다른 교사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영어를 가르치는 홍숙한(44) 교사는 “교사마다 담당 과목, 가르치는 학급, 맡은 직무가 다르다. 평가항목 대부분이 이런 조건과 관련이 깊어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학습과 생활지도를 동시에 담당하지만 중·고등학교는 아니다. 교과목 교사의 생활지도 능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얘기다. 과목 선호도도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중생은 대체로 과학보다 국어·영어 등 언어과목을 선호하므로, 그쪽 교과목 점수가 잘 나온다. 또 수준별 수업을 하면 수준이 높은 반 아이들일수록 해당 과목을 좋아한다.”

학생들은 어떨까. 서울사대부여중 학생들은 컴퓨터실에 모여 일괄적으로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에 앞서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 대부분은 진지하게 평가에 임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장난삼아 ‘매우 미흡’을 일자로 찍거나 감정적으로 평가한다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서울사대부여중 3학년인 박모(14) 양은 “담임선생님은 점수를 잘 주고 생활지도 교사는 점수를 나쁘게 줬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보통’란에 체크했다”고 고백했다. 동작고등학교 3학년 신재욱(19) 군은 “대체로 무관심하고 대강 체크한다. 항목들 자체가 형식적이고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서문여자고등학교 2학년 신은희(18) 양은 “평가에 감정이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의견을 전할 창구가 생겨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 많고 탈 많은 교원평가 그래도 가야 할 길
대강 대강 체크 … 언로 생긴 것에 의미

학부모들은 평가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서울사대부여중 유서영(54) 교감에 따르면 많은 학부모가 익명 보장을 문의해온다. 그는 “시스템상 누가 참여했는지도 알 수 없다.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평가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다. 공개수업을 해도 참여율이 낮고, 온라인 접근이 어려워 평가를 못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동료 교사 평가처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생활지도’ 항목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서울 경인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숙제, 차별, 체벌 부분은 그나마 답변이 가능하지만 다른 부분은 아리송했다. 대부분 학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평가하는데, 우리 아이는 말수가 적어 임의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교사는 “나도 교사지만 내 아이의 교사 평가는 하지 않았다. 얼굴 한번 보지 않고 평가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평가가 나오면 교사들은 A4 용지 1장 분량의 연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평가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결과지에는 개인 점수, 해당 과목군 평균점수가 나란히 표기된다. 비교군이 여러 명일 때는 괜찮지만, 전체 교사 수가 적을 때는 난감한 상황이 생긴다. 서울사대부여중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오지은 교사는 “음악·미술 과목처럼 전체 교사가 2명일 때는 본인과 다른 교사의 점수 차가 확연히 드러난다”고 했다.

첫발을 내디딘 교원평가제는 평가를 위한 평가에 가까웠다. 학생,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언로가 생겼다는 점 외에 다른 수확은 없어 보였다. 수원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정부는 평가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평가 정착만 중시하는 것 같다. 제대로 해야 의미가 있지, 지금의 평가는 교사·학부모·학생 모두를 피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Tips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시·도 교육규칙에 근거해 2010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교원 개인에 대한 평가는 동료 평가, 학생 만족도(교장·교감은 제외)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일반 교사 평가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 대한 18개 평가지표에 대한 설문으로 이뤄지고, 교장·교감 평가는 학교 경영능력에 관한 8개 평가지표를 대상으로 한다. 평가 점수는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5단계로 나뉜다. 서술형 평가란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0.07.19 746호 (p32~34)

  •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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