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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증인보호 ‘신변성형’하는 시대?

성형전문의들 “‘아내의 유혹’은 가능, ‘페이스오프’는 불가능”

  •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증인보호 ‘신변성형’하는 시대?

11월25일 검찰은 “보복범죄 피해를 예방하고자 증인의 신분을 바꾸는 것은 물론, 더 완벽한 신변 보호를 위해 성형수술 비용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얘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

이 제도가 도입되면 크게 미용성형과 재건성형으로 나뉜 성형 분야에 이른바 ‘신변성형’이 추가될 전망이다. 미용성형이 외모를 좀더 예쁘고 자신감 있게 탈바꿈하는 것이고, 재건성형이 선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손상된 신체 일부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면, 신변성형은 신변 보호를 위해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끔 외모를 바꾸는 수술을 말한다.

그렇다면 성형수술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얼굴을 고치는 게 가능할까. 이를테면 올 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아내의 유혹’처럼 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가 얼굴을 완전히 바꿔 다른 여자인 양 다시 남편을 유혹하는 극적인 설정이 과연 가능할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얼굴의 3, 4개 부위만 고쳐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까운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할 만큼 얼굴이 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증인보호 ‘신변성형’하는 시대?

영국인 살해사건 범인인 일본인의 성형수술 전(왼쪽)과 후.

‘안면윤곽술’이 가장 큰 변화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도 이를 증명한다. 이른바 ‘페이스오프(face off) 살인범’으로 불리는 일본 남성은 영국 여성을 살해한 뒤 2년7개월간 도피생활을 했다. 그동안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성형수술로 눈, 코, 턱을 고쳐서 완전히 다른 얼굴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하지 않은 귀 모양과 지문이 빌미가 돼 경찰에 붙잡히긴 했지만 이 또한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분석될 정도다.



서울 강남의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은 “일본 살인범은 성형수술을 한 의사가 제보하지 않았다면 외모만으로는 검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처럼 작정하고 얼굴을 바꾼 경우 일반인은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성형기술이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이 살인범은 성형수술을 범죄에 악용한 경우지만, 이것을 역이용하면 증인의 신변 보호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얼굴의 어느 부분을 고쳤을 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얼굴형’을 꼽았다. 사각턱 절제술이나 광대뼈 축소술처럼 얼굴 구성 비율상 넘치는 부분을 줄이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안면윤곽술’이 얼굴 모습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 김 원장은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얼굴형을 성형했을 때 가장 변화가 두드러지며 다음으로 눈 모양, 그 다음으로 코 모양을 고쳤을 때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은 “얼굴 윤곽을 축소하는 경우 눈, 코, 입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면서 얼굴이 전반적으로 확 달라 보인다. 얼굴형, 눈, 코만 고쳐도 주변에서 못 알아볼 만큼 얼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문의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신변성형의 태생적 아픔이 있다. 피치 못하게 ‘못생겨지는’ 수술을 감행해야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 분당성형외과 라마르클리닉 조창환 원장은 “신변성형은 미적 기준을 따지기보다 이미지나 인상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눈, 코 등 세부적인 부분의 비례와 전체적인 윤곽이 본래의 얼굴과 많이 차이 나도록 수술 방향을 잡아야 하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원래 얼굴보다 ‘못생겨지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갸름한 얼굴에 보형물을 삽입해 사각턱으로 만들거나, 눈꺼풀을 두툼하게 만들어 오히려 눈이 작아 보이게 한다거나, 콧방울을 늘리고 콧등을 낮춰 코를 펑퍼짐하게 만드는 등 ‘성형의 상식’을 깨는 수술법이 동원될 수도 있다는 것.

증인보호 ‘신변성형’하는 시대?

컴퓨터 가상 성형수술을 통해 본 신변성형의 실제. 맨 왼쪽 얼굴이 턱선과 눈, 코, 입 성형을 통해 1과 2처럼 바뀌었다.

여기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인간적 고뇌가 발생한다. 성형수술의 본래 목적은 외모를 개선하고 이로써 환자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 물론 이상적인 신변성형 모델도 있다. 성형수술로 학교 졸업앨범 속 사진보다 눈에 띄게 외모가 개선돼 팬들에게서 “얘 누구야?”라는 말을 듣는 일부 연예인의 경우를 떠올려보라. 박 원장은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일부 성형이 잘 받는 연예인에 국한될 뿐, 현재의 성형기술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쉽진 않다”며 선을 그었다.

1997년 개봉된 오우삼 감독의 영화 ‘페이스오프(Face/Off)’는 두 사람의 얼굴을 통째로 바꾼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화제를 모았다. FBI 요원인 존 트라볼타와 테러범 니컬러스 케이지가 얼굴 골격은 그대로 둔 채 피부만 바꿔 이식함으로써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증인보호 ‘신변성형’하는 시대?

영화 ‘페이스오프’의 한 장면. 얼굴 피부 전체 이식은 거부 반응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다.

‘이식 거부’ 복병 해결이 관건

전문의들은 “쉽지 않은 얘기”라며 고개를 젓는다. 조 원장은 “얼굴 윤곽과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골격과 거기에 붙은 근육이다. 따라서 영화에서처럼 얼굴 골격은 그대로 둔 채 겉의 피부만 바꾼다고 해서 서로의 얼굴이 완벽하게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얼굴 골격이 비슷한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 이론상으로는 비슷한 얼굴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얼굴에서 외모를 결정하는 피부조직을 떼어내 비슷한 골격의 다른 얼굴에 무사히 이식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이식 거부’라는 또 다른 복병이 도사린다. 우리 몸은 자기 살이 아닌 남의 살을 이식하면 침입자로 간주하고 몰아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이 이식 거부 현상이다. 따라서 일란성 쌍둥이처럼 유전자가 일치하는 경우나 철저한 검사와 검증을 통해 거부 가능성을 최소화한 경우에만 피부 이식이 가능하다. 결국 얼굴 전체 피부를 떼어 남에게 이식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몇 해 전 프랑스에선 영화와 똑같은 ‘페이스오프 시술’이 행해져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종양이 생겨 얼굴이 일그러진 남성에게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얼굴 피부를 이식한 것. 이식 부위는 뺨, 입술, 코 등 얼굴 피부 전체로 영화 ‘페이스오프’에서의 이식 부위와 거의 같다. 하지만 효과까지 영화와 똑같았던 것은 아니다. 얼굴 피부 전체를 이식했어도 기증자의 얼굴과 환자의 얼굴이 같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식받은 환자는 피부종양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였지만 골격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남의 피부를 이식받았어도 기증자의 외모와 비슷해지지 않고, 자신의 본래 얼굴을 찾았을 뿐이다.

한편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미용성형과 재건성형으로 양분된 현 성형시장에서 신변성형의 ‘시장성이 극히 미미하거나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 관계자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은 아직 안(案)의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고, 국회 인준을 받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국회 인준이 나도 예산이 얼마나 배정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움말 : 라마르클리닉, 박현성형외과, 김형준 성형외과



주간동아 2009.12.15 715호 (p62~63)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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