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2

2017.04.05

사회

326억이 687억으로 2배 뻥튀기?

마사회 ‘위니월드’ 예산 부풀린 의혹…국가계약법상 정식 심의절차 생략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3-31 19: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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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체험형 테마파크 ‘위니월드’가 설립 과정에서 사업비용이 2배 이상 증액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기업이 수백억 원대 시설 설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초 예산보다 사업비를 2배 이상 증액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도적 ‘예산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초 예산보다 2배 넘는 비용

    논란의 중심에 선 위니월드는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서울(과천경마장) 내부에 있는 어린이 대상 체험형 테마파크로, 현명관 전 회장이 주도해 지난해 10월 28일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7개 테마존에서 60종류의 직업체험 역할놀이와 말 관련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위니월드를 짓는 과정에서 한국마사회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업 내용을 총 3번 변경했다. 그리고 변경할 때마다 공사비가 대폭 증액돼 3차 사업예산 변경 뒤엔 처음 예산보다 2배가 넘었다.  

    위니월드 관련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지적됐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림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테마파크 운영사업을 맡은 ‘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AWC)’의 실소유주인 김기원 씨가 현 전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을 지내던 시절 전경련 산하 한국광고주협회 사무국장을 했고,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에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맺었다. 국민 세금이 700억 원 가까이 투입된 테마파크의 기획부터 운영사 선정까지 모든 과정을 김씨가 주도하고 현 회장이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현 회장은 “사행사업을 한다는
    한국마사회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추진한 테마파크 사업이 공개된 자리에서 특혜 의혹을 받는 자체가 참담하다. 나 자신의 명예 회복과 특혜 의혹 해소를 위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회계에 관한 1차 감사가 끝난 상황이고 2차로 인물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 위니월드 예산 문제가 불거졌다. 농림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받은 지난해 11월 내부 정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테마파크 사업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사업비가 총 361억 원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마사회가 2014년 1월 ‘테마파크 사업 기본 계획’에서 위니월드 설립에 처음 책정한 예산은 약 326억 원이었다. 그러나 그다음 해 11월 사업비 변경을 거쳐 총예산이 487억여 원으로 뛰더니 지난해 6월에는 627억 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 3차 사업비 변경에서는 60억 원이 추가됐다.  

    폭발적 예산 증액 뒤에는 ‘셀프 심의’가 있었다. 현행법상 계약금액이 일정 정도를 초과하면 재심의를 해야 한다. 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 2항에 따르면 예정 가격의 86% 미만으로 낙찰된 계약건에서 계약금액의 10% 이상 가격 변동이 생기면 ‘계약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재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테마파크 개설담당 부서는 재심의 절차 없이 부서 내 심의기구를 만들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면 계약금액이 늘어날 때마다 한국마사회 계약규정에 따라 다양한 부서 인원으로 구성된 ‘계약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재심의를 거쳤어야 한다. 그러나 테마파크 담당 부서는 내부자로만 구성된 ‘예산집행 심의위원회’라는 기구를 별도로 만들어 증액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내부 정기 감사 결과 마사회는 관련자 6명에게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내렸다.



    사업부서 자의적 공사비 계산

    법에서 정한 공사 원가 계산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와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예정가격기준을 보면 공사 설계를 변경할 때 원가 계산 자료를 근거로 시행하게 돼 있고, 공사 원가를 계산할 때는 ‘건설공사 표준 품셈’(표준품셈)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 내부 감사 결과, 담당 부서는 표준품셈을 적용하지 않아 공사비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잡았다. 이 때문에 기존에 계약한 시공 단가가 있음에도 더 비싼 단가로 시공사에 필요 이상의 돈을 지급했다. 또 설계 변경으로 추가로 필요한 공사 자재 수량을 제대로 산출하지 않고 이 비용도 과다 지급해 총 2억4484만 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엄청난 비용을 들인 테마파크지만 손님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개장 후 지난해 12월 25일까지 60일간 위니월드는 연중무휴 영업해왔지만 손님은 1만5330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회계법인 바른의 ‘렛츠런파크 내 서울 테마파크(현 위니월드) 사업타당성 재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총 90만 명의 방문객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단순 계산하면 두 달 동안 적어도 6만9000명 넘는 손님이 들어야 하지만 22%에 그쳤다. 반면 한국마사회가 위니월드 설립 사업을 시작하며 벤치마킹했던 어린이 대상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서울은 개장 5년 동안 관람객 400만 명을 모았다.

    위니월드는 1월 5일부터 3월 1일까지 무료입장 이벤트를 벌였다. 하지만 실제 관람객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위니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모(23) 씨는 “(무료입장) 이벤트가 끝나자 업무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 한창 이벤트를 할 때도 테마파크가 붐비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과천경마장의 경기장 대지는 35만 평(약 116만㎡)이 넘는다. 이 넓은 땅에서 경마가 있는 금·토·일요일에만 관람객을 받는다. 나머지 요일에도 직업체험형 테마파크를 통해 시민들이 경마장을 찾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었다. 아직 위니월드가 개장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다. 관람객이 야외 전시장을 많이 찾지 않는 겨울이 끼어 있던 것을 감안하면 절망적인 성적은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홍보가 좀 더 되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니월드 사업과 ‘최순실 게이트’가 관련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마사회 내부자들이 김현권 의원실에 익명으로 제보한 투서에는 ‘위니월드 개장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내부에 돌았고 당시 현 회장은 임원, 실·처장 등 주요 관계자를 매일 소집해 영접을 준비하느라 요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제보자들은 또 투서에서 ‘박 전 대통령 참석 소식이 돌 때도 한국마사회 내부에서는 이처럼 작은 규모의 테마파크 개장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마사회는 개장식을 앞두고 축하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는 VIP실을 리모델링하고 집기를 교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위니월드 사업과 박 전 대통령은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명관의 사람들 고속 승진?

    투서에는 현 전 회장이 추진하던 주요 사업에 관여한 직원들이 고속 승진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모 전 본부장과 신모 전 단장이다. 투서는 박 전 본부장이 2014년 1월부터 5월까지 정유라에게 마방을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 최순실 일가와 대한승마협회 간 연결고리 구실을 했고, 이 과정에서 대한승마협회 임원 등 관계자로부터 잦은 골프 접대 및 향응을 받아 2013년 중징계됐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현 전 회장이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말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박 전 본부장은 징계를 받은 이듬해인 2014년 한국마사회 실장급에 임명됐고 2015년 12월에는 1급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노른자위 지역본부장에 임명됐다.

    신 전 단장 역시 기술직으로 재직하며 지속적인 공사비 부정 문제로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나 징계를 받았지만 테마파크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 전 회장의 눈에 들었다. 내부 투서에 따르면 현 전 회장은 인사담당처장을 노조에 보내 신 전 단장의 특별 승급을 추진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현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3급이던 신 전 단장을 1급 직책이 맡는 단장에 임명했다. 승급이 안 되니 승진을 시켰다는 의미다. 한국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통상 12월이나 1월 정기 인사가 있는데 11월에 인사를 단행해 사측에 항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박 전 본부장은 2014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울대에서 파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정유라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국제 규격의 승마훈련장이 국내에는 과천경마장뿐이라 정유라 외에도 많은 승마 국가대표 선수에게 마방을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그 당시 마방이라는 공간만 빌려줄 뿐 사료나 짚 등 말 관리비용은 선수 본인이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박 전 본부장에 대한 징계는 대한승마협회 사람들과 골프 라운딩 후 그 비용을 협회 사람이 계산했기 때문에 내려졌다. 박 전 본부장은 비용을 나중에 송금해주기로 했지만 이를 깜빡했다고 해명했다. 대한승마협회의 편의를 봐준 사실도 전혀 없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이유에서 징계를 받은 것이다. 투서 때문에 박 전 본부장은 본부장 업무를 그만두고 지금은 장외발매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신 전 단장도 내부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현재 근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부 감사 결과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한국마사회 측은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 해당 내용과 관련해 밝히기 어렵다.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다면 시정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는 현 전 회장의 입장을 들으려고 수십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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