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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하얀전쟁’ 우유 열국지 08

맛있게 컸다, 떠먹는 요구르트

유제품 블루오션 시장…신제품 잇따라 출시, 시장 쟁탈전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맛있게 컸다, 떠먹는 요구르트

맛있게 컸다, 떠먹는 요구르트

매일유업 ‘바이오거트 퓨어’ 광고 모델 김연아.

“요즘 유제품업체 직원들이 이상해요. 우유나 분유엔 관심이 없는지 떠먹는 요구르트에 대해서만 자꾸 캐물어요.”

서울 송파구 삼전동 F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소미(21) 씨는 시판 중인 유제품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민 요정’ 김연아와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펼치는 불꽃 튀는 광고경쟁은 제품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바야흐로 유제품 업계에 ‘떠먹는 요구르트’(호상 발효유)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 여타 유제품 판매율이 주춤하는 사이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은 괄목상대하게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떠먹는 요구르트의 지난해 판매액은 2200억원(한국유가공협회 추산). 올해는 2500억원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

이러한 판매 신장세는 천천히 요구르트를 떠먹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디저트 문화가 정착하고 미용 및 장 기능 개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떠먹는 요구르트가 잇따라 등장한 데 기인한다. 물론 김연아, 문근영 등 국민 스타를 총동원한 업체 간의 광고경쟁도 붐을 일으키는 데 큰 몫을 했다.



김연아가 좋아, 문근영이 좋아?

떠먹는 요구르트는 이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진입하면서 사실상 유제품 시장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체마다 ‘다 걸기’하다시피 시장공략에 나서다 보니 1위 업체와 다른 업체 간의 점유율 차이도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의 전체 시장 매출 추산액은 약 3000억원. 현재까지 빙그레가 점유율 27%로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한국야쿠르트(18%), 남양유업(17%), 매일유업(14%)이 잇고 있다.

업체에선 액상보다 유산균 숫자를 늘릴 수 있고, 요구르트로 디저트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은 과육도 씹히면서 크래커, 빵 등을 찍어먹기에도 좋기 때문에 떠먹는 요구르트는 대세로 받아들여진다. 1983년 ‘요플레’를 출시하면서 떠먹는 요구르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빙그레는 요플레 업그레이드 버전과 새로운 다기능성 제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1위 수성을 자신한다. 요플레의 하루 판매량은 약 70만개.

요플레 업그레이드 버전의 대표주자는 설탕, 색소를 첨가하지 않은 대신 원유 함량을 90%로 높인 ‘네이처’와 지난 6월 출시한 ‘바이오플레’다. 네이처는 캐머마일 추출액을 함유했고 바이오플레는 장기능 활성화 기능을 강화했다. 남양유업,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이 간발의 차이로 벌이는 2위 쟁탈전도 치열하다.

마시는 ‘불가리스’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1월 떠먹는 불가리스 11종을 무더기 출시한 남양유업은 하루 평균 판매량이 50만개에 이르러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콜라겐, 진주가루, 피노틴, 히알루론산 등 피부 미용에 좋은 원료에 아카시아 식이섬유, 전통 소재 혼합추출물을 넣어 장 건강까지 배려한 덕에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것.

맛있게 컸다, 떠먹는 요구르트

남양유업 ‘떠먹는 불가리스’의 선전(善戰)을 주도하는 문근영.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한 여세를 몰아 올해 안에 국내 1위 브랜드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야쿠르트’라는 이름의 발효유를 선보인 한국야쿠르트도 1988년 출시한 ‘슈퍼100’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3월 ‘프리미엄 슈퍼100’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슈퍼100 블루베리 저지방’도 선보였다.

1980년대 ‘바이오거트’를 내놓으며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에 뛰어든 매일유업도 올해 무색소, 무안정제 요구르트인 ‘바이오거트 퓨어’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단맛을 줄인 대신 피부미용 효과가 큰 콜라겐 100mg을 첨가한 제품으로 출시 보름 만에 하루 15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여기에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신장세다.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아서이지만, 국민 요정 김연아와 제품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진 게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2위 자리 놓고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

이렇듯 경쟁이 가열되자 점유율 우위에 서려는 업체 간의 신경전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특히 2위 그룹의 점유율 수치를 놓고 벌이는 업체끼리의 자존심 대결은 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양유업과 한국야쿠르트는 아예 ‘팩트(fact)’ 공방전을 벌이는 실정이다. 남양유업 측은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의 30%를 우리 회사 제품이 점유해 2위에 등극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반면, 한국야쿠르트 측은 “슈퍼100이 시장 2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남양유업의 분석은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일평균 수십만개가 판매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견본 수량까지 합친 것”이라며 “판매 개수가 늘면 매출이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객 홍보전도 치열하다. 업체마다 잇따라 최정상급 모델을 요구르트 광고에 등장시키고 있다.

그간 송강호, 김상경, 이미숙, 이영애 등 선 굵은 톱스타를 마시는 불가리스 제품의 모델로 내세웠던 남양유업은 이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맑고 귀여운 이미지의 문근영을 내세운 결과 제품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문근영 바람’에 따른 매출유발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과거에 축구인 차범근, 전 미스코리아 진 이영현을 바이오거트 모델로 기용한 바 있는 매일유업도 ‘국민 요정’ 효과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뒤 2009년 1, 2분기 유제품 매출액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3511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엔 4180억원으로 20%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야쿠르트는 ‘국민 남동생’ 유승호를 내세워 3파전에 맞불을 놓았다.

또한 올해 초 ‘떠먹는 요하임’에 개그맨 김구라·김동현 부자를 기용한 서울우유도 ‘가족형 발효유’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면서 이 제품을 인기제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소비자들의 ‘숟가락’을 자신의 요구르트로 끌어오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은 이처럼 눈물겨울 정도. 총성 없는 요구르트 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과연 누가 될까.



주간동아 2009.09.29 705호 (p42~43)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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