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9홀 규모의 코스가 탄생했는데 바로 로열 도노크 골프클럽(Royal Dornoch Golf Club)이다. 1886년 올드 톰 모리스는 9홀 코스를 확장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코스 중 하나인 챔피언십 코스(파70, 6704야드) 레이아웃을 완성했다.
모리스의 레이아웃은 존 서덜랜드가 재직하던 50여 년간 손을 많이 봤고, 또 제2차 세계대전 후 여러 홀이 파손되면서 조지 던컨에 의해 보수되는 등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진 않았다. 그러나 도노크가 여전히 매력적인 코스로 회자되는 것은 모리스가 설계한 특이한 레이아웃이 많은 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2번 홀이 좋은 예다. 177야드의 파3인 이 홀은 그 유명한 ‘플레토 그린(plateau green·솟은 그린)’을 갖고 있다. 정확하게 공략하지 않으면 볼이 에지 쪽으로 흘러내리는 구조인데, 특히 그린 앞쪽 2개의 깊은 벙커와 그래스 마운드 때문에 이 홀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그래서 ‘솟은 그린과 그래스 마운드’는 난이도 높은 파3홀의 전형이 됐으며, 이후의 설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2번(파5, 507야드) 홀부터 16번(파4, 402야드) 홀까지는 대부분 모리스가 만든 형태 그대로 남아 있는데, 여기엔 유명한 14번 ‘폭시(Foxy)’ 홀이 포함됐다. 길게 왼쪽으로 굽은 445야드 파4인 이 홀은 유일하게 모래 벙커가 없지만 그 역할을 그래스 벙커와 마운드가 대신한다. 아울러 한쪽은 가파르고 한쪽은 폭이 좁게 솟은 그린은 마지막 퍼팅에서도 과감성과 정교함을 시험한다.
도노크는 일반 코스와 다른 파 배열을 갖췄다. 파72가 아니라 전반, 후반 9홀에 각각 파5홀이 1개만 있는 파70 코스다. 코스 레이팅은 블루티 기준으로 74타. 웬만큼 치는 플레이어도 평소보다 4타 이상 스코어가 나오는 난이도 높은 코스다.
주간동아 705호 (p7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