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포경수술 안 하면 조루? 오, No!

조루에 관한 오해와 진실 … 성기 단련으로 치료, 임신 불가 속설 등은 사실무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도움말 : 민권식 인제대 의대 부산 백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남성과학회 홍보이사)

    입력2009-07-03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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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경수술 안 하면 조루? 오, No!
    2002년 11월 조루를 한 톨 에누리 없이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개봉됐다. ‘마법의 성’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59초의 벽’을 허물지 못한 잘생긴 청년(구본승 분)이 약혼녀(김지은 분)에게 파혼당하고 조루를 치료하려고 온갖 기행을 저지르다 결국 한 노인의 도움을 받아 뜻을 이룬다는 내용.

    이 영화는 홍보를 하면서 “‘동의보감’을 포함한 동서양의 권위 있는 성 지침서 86권을 총망라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작 뚜껑을 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이 영화를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을 교묘하게 엮어 재조합한 것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영화에서 청년의 조루 극복에 동원된 각종 장치와 도구, 방법은 오히려 잘못된 정보만 심어줬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사랑니’도 마찬가지. 30세의 학원 여강사와 17세 소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포경수술을 안 하면 조루증에 걸린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소년의 조루를 걱정하는 여강사의 모습은 한국인이 얼마나 조루에 무지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정력의 화신, 세기의 바람둥이로 유명한 카사노바(베네치아, 1725~1798)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역시 그렇다. 카사노바도 알고 보면 조루 환자였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그는 조루와 발기부전으로 고생하다 73세에 전립샘비대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숭어 알집을 말려 피임의 목적이 아닌 성병 예방 차원에서 콘돔처럼 사용한 ‘개척자’였을 뿐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의학지식이 일반인에게 쉽고도 비교적 정확히 알려지는 시대지만, 조루와 관련된 정보는 속설만 난무한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백과사전(두산백과사전)은 조루에 대해 “성적 흥분이 항진된 신혼 초기 대부분의 남성에게서 보인다.

    특히 지적 계급에 있는 사람일수록 조루의 경향이 심하다. 대개 시일이 경과하면서 괜찮아지므로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너무 신경 쓰면 성적 신경쇠약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문장 중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한 줄도 없다.

    조루에 관해 떠도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속설을 골라 의학적 검증을 받아봤다.

    전립샘질환이 조루를 부른다?
    전립샘비대증, 전립샘암 등 일부 전립샘질환이 조루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경우는 2차성 조루로 분류한다. 2차성 조루는 주로 발기부전이나 전립샘염, 그 밖에 요도염, 신경손상, 알코올중독, 당뇨병 등으로 인해 발병한다고 알려졌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따라서 이전에는 성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갑자기 2차성 조루증이 생긴 경우, 선행원인을 먼저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경수술 안 하면 조루? 오, No!
    조루는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
    조루와 발기부전은 다른 질환이다. 조루가 대개 사정중추나 귀두의 민감도 이상, 심리적 이유 등으로 생긴다면 발기부전은 인체의 노화나 질병에 따른 성기능 장애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둘을 함께 묶어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 남성은 조루가 심해지면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거나 조루의 증상 중 하나가 발기부전이라 생각한다.

    물론 심리적인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 두 질환의 공통점이지만, 조루가 반드시 발기부전을 야기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두 질환이 연관된 경우도 있다. 2차성 조루가 바로 그것. 2차성 조루란 대개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 나이 들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발기부전이다.

    성행위 중 사정 욕구가 느껴지면 피스톤 운동을 줄여 성적 자극을 회피해야 사정을 지연시킬 수 있는데, 2차성 조루 환자는 성적 자극을 줄이면 발기 상태가 소실해 결국 성행위가 중단된다.

    따라서 성행위 중 사정이 빨리 이뤄질 것을 예상해도 성적 자극을 줄일 수 없다. 이럴 경우 발기부전이 2차성 조루의 원인인 것이다. 이렇게 조루는 발기부전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발기부전은 조루를 일으키기도 한다.

    성기를 단련하면 조루가 없어진다?
    조루에 관한 잘못된 민간요법에는 ‘칫솔로 성기를 문지른다’ ‘수세미로 박박 닦는다’처럼 과도한 자극으로 성기를 단련하는 방법이 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팔다리 근육을 강화하듯 성기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둔감해진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무모하게 사용했다간 성기에 염증이 생기거나 멍이 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조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정중추 이상 환자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젊은 시절 자위행위 때문에 조루가 생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 게시판에는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젊은이들이 “잦은 자위행위로 조루 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올린 글이 많다. 자위는 남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묘한 흥분 상태에서 이뤄지는데, 젊은 시절에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일시적으로 사정이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정상적인 성관계를 맺으면 사정 시간은 대부분 조절되기 때문에 과도한 자위행위가 반드시 조루로 귀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 비뇨기과 전문가들은 “자위행위 때 본인의 사정감각을 인지하고 천천히 사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술 마시면 사정 시간이 길어진다?
    술을 마시고 흥분된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으면 발기도 잘되고 사정 시간도 지연된다는 속설이 있다. 술을 마시면 이성이 흐트러지고 성기도 덜 예민해져 성관계를 오래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긴장을 풀어줘 성관계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술이 궁극적으로 사정 시간을 조절해주지는 못한다. 게다가 술의 양이 늘어나면 감각이 더 둔해져 성감과 성욕이 감퇴할 뿐 아니라 조루는 물론 발기부전까지 나타날 수 있다.

    조루는 수술로만 치료된다?조루의 치료법은 민간요법에서부터 수술요법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 부작용 없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특정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비수술요법은 부작용이나 효과 부족으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나, 수술요법은 부작용이 생겨도 돌이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수술요법을 먼저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굳이 해야 한다면 비수술요법을 충분히 시행한 뒤 자신이 그 대상이 되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대표적인 수술요법은 음경배부신경차단술. 귀두의 과민한 감각을 둔화시키기 위해 감각신경을 선택적으로 절단하는 수술이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수술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부터 파악해야 한다.

    조루 때문에 임신할 수 없다?
    조루는 사정 시간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자신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질환으로 임신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종종 결혼을 앞둔 조루증 환자가 인터넷을 통해 이런 질문을 하는데, 조루 환자라도 정자에 이상이 없고 질 내에 사정을 한다면 임신이 가능하다. 다만 매번 삽입 전에 사정이 이뤄져 제대로 된 성행위를 할 수 없을 때는 체외수정 등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러나 조루증 때문에 인공수정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혼남 중 조루가 많다?
    정상적으로 부부관계를 갖던 남성이 이혼 등의 사유로 일시적으로 성관계를 하지 않다가 다시 가질 때 조루가 생기는 일이 있다. 이런 경우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 하지만 간혹 심리적인 압박이 커져 조루가 고착화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혼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서 조루(고착화한 조루)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조루 때문에 이혼한 사람이 늘어나서 생긴 통계일 수도 있기에 통설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결론은, 조루는 심리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조루가 된다?
    포경수술은 성기의 청결이 주된 목적으로, 조루와는 관련이 없다. 물론 수술로 귀두를 노출시켜 어느 정도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도록 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수술 유무에 따라 사정 시간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조루 증상이 있을 경우 포경수술, 즉 귀두의 표피를 제거한다고 해서 사정 시간이 길어지지는 않으며,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조루 증상이 없는 남성도 많기 때문에 이 역시 오해라 하겠다.

    콘돔으로 조루를 해결할 수 있다?
    귀두 과민성이 조루의 원인인 경우에만 콘돔이 귀두의 감각을 일부 둔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1회성 회피 방법일 뿐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더욱이 발기력이 감퇴한 2차성 조루는 콘돔으로 인한 귀두감각 저하가 성적 자극 감소로 연결돼 발기부전이 심화되므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귀두에 바르는 마취제와 마찬가지로 귀두감각 둔화 때문에 성감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포경수술 안 하면 조루? 오, No!
    성병에 걸리면 조루가 올 수 있다?
    성병과 조루는 무관하다. 성병이란 성관계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성 비뇨기질환을 통칭하는 것으로 균의 종류에 따라 임질(임균성 요도염), 매독 등의 감염증이 유발된다. 염증은 열과 통증을 동반하고, 일부에선 피나 염증이 농의 형태로 요도를 통해 흘러나오는데 이를 정액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병과 조루는 질병의 메커니즘상 병리적으로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 다시 말해 성병은 조루의 원인인 사정에 관련된 중추신경 이상이나 말초감각의 과민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정력이 세면 조루가 되기 쉽다?
    발기력이 좋은 젊은 층에서 성 경험 부족에 따른 조루 현상(질환은 아님)이 쉽게 관찰되다 보니 생긴 오해다. 발기부전은 고령에서 빈도가 급증하고, 남성 갱년기도 나이 들어야 찾아온다. 이 질문이 참이라면 거꾸로 정력이 약해지는 고령기에는 조루 환자가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발기부전으로 인한 2차성 조루증이 생기기도 한다. 조루증의 유병률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20~30%로 나타난다. 엄밀히 말해 정력과 조루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성기 크기와 섹스 시간은 비례한다?
    성기의 크기는 발기 때 12~16cm로 사람마다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지금까지 성기 크기와 성관계 시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고된 연구결과는 없다.

    섹시한 파트너를 만나면 빨리 사정한다?
    조루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상황이나 심리 변화에 따라 사정 시간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파트너가 섹시하다는 사실 자체가 강한 성적 자극이므로 성행위 전부터 성적으로 고취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늘 그렇지는 않지만) 따라서 잘 참지 못해 평소보다 사정을 빨리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경우일 뿐, 일반적인 조루의 개념과는 다르다. 일부 학자는 이를 조루의 한 종류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학술적 용어상 그렇다는 것이지 그 자체를 조루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상은 정상 범주에 속하므로 치료가 필요치 않으나, 만일 계속 반복돼 환자가 고통을 호소한다면 치료할 수도 있다.

    애무를 오래 하면 조루가 온다?
    그런 경우는 없다. 오히려 귀두 과민성으로 인한 조루의 경우 사정하지 않고 장시간 애무를 견디도록 훈련하는 것(stop and start법·행동요법)이 치료법 중 하나다. 애무를 오래 하는 것은 조루증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사정을 조절하는 훈련이 되므로 사정 시간이 길어진다. 행복한 성생활을 위해 득(得)이 되지 실(失)이 되지는 않는 권장사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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