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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개인 위기 No, 국가 위기 Yes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개인 위기 No, 국가 위기 Yes

이공계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한 해에도 몇 번씩 언론에서 ‘이공계 위기’라고 대서특필하다 보니 어느덧 그 심각성에 무덤덤해졌습니다. 취재 도중 만난 젊은 과학자 한 분은 “이공계 위기가 더 이상 개인의 위기는 아니다”라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말로 저의 무덤덤함에 펀치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은 안타까웠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이공계 현실이 어떤지 영악하다 싶을 만큼 잘 압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공계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이공계 지망자는 인문사회계열보다 대학에 가기 쉽다는 사실을 아는 중하위권 학생들과 의대에 가려는 상위권 학생들이 다수입니다. 물론 그중에도 정말 이공계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취업을 앞두고는 금융 등 다른 분야로 빠져버립니다. 이공계 관련 회사에 가더라도 엔지니어보다 기획, 마케팅 분야를 선호합니다. 4년 내내 이공계 장학금을 받고서도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비난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이미 이공계 위기를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이고, 개인의 처지에서 최적의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공계 위기는 더 이상 개인 차원의 위기는 아닙니다.

처음 이공계 위기가 불거졌을 때, 이공계 출신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학부 때부터 두꺼운 원서를 수십 권 읽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하는 공부의 양이 사법시험으로 대표되는 고시 공부 수준에 결코 못 미치지 않는데 사회에서 받는 대우는 천지차이라는 거죠.

개인 위기 No, 국가 위기 Yes
지금은 그만큼 노력도 하지 않고, 도전의식도 잃었으며, 이공계에 대한 희망도 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이제는 힘들게 이공계에서 연구개발에 매달리기보다 모두들 ‘알아서 적당히’ 자신의 살길을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공계 위기가 국가의 위기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공계의 핵심은 결국 연구개발이니까요. 이공계 위기가 더 이상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는 말에 “그나마 다행입니다”라고 말을 맺었지만, 그 씁쓸함만은 취재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72~72)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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