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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오, 홈쇼핑이 TV보다 재미있네!”

만년 2위 ‘CJ오쇼핑’ 영업이익 1위 등극 … 강매 방송 지양, 재미와 고급화로 승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오, 홈쇼핑이 TV보다 재미있네!”

“오, 홈쇼핑이 TV보다 재미있네!”

1 스타일리스트들이 출연해 세계의 패션 흐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알려주는 ‘스타일 온에어’. 2 CJ오쇼핑 론칭에 참가한 이해선 대표와 탤런트 김헤자(오른쪽). 3 CJ오쇼핑을 방문한 임직원 가족들. 이들은 방송에도 참여했다. 4 1억7500만원 벤츠 판매. 5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의 부부 호스트. 이들은 진짜 부부다.

홈쇼핑 업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만년 2위였던 CJ오쇼핑(CJ Oshop-ping·옛 CJ홈쇼핑)이 ‘절대강자’ GS홈쇼핑을 제치고 영업이익 1위에 등극한 것. CJ오쇼핑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67억원(순이익 197억원, 이익매출액 1510억원)으로, 1995년 케이블TV가 생긴 이후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중국과 인도에 진출한 CJ오쇼핑의 글로벌 홈쇼핑은 여타 업체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매출 격차를 벌려놓았으며, 국내 매출액(이익) 차이는 불과 57억원으로 GS홈쇼핑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국내 홈쇼핑의 시장 규모는 약 6조원. 점유율은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각각 30% 안팎이고 현대홈쇼핑 18%, 롯데 홈쇼핑 15%, 농수산홈쇼핑 9%로 추정된다. 홈쇼핑 업계는 업체 간 경쟁의 심화, 소비심리 위축, 인터넷 쇼핑몰의 도전 등으로 2007년부터 정체일로에 있었다. 특히 옥션, G마켓, 11번가 등 인터넷 오픈마켓의 급속한 성장은 홈쇼핑 시장의 잠식을 부채질했다. 이런 가운데 CJ오쇼핑이 거둔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실적은 업계를 경악게 하기에 충분하다.

1억7500만원 벤츠 파는 홈쇼핑

그렇다면 CJ오쇼핑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홈쇼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선 그 답이 바로 나온다. 상식을 파괴한 재미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정보 전달방식이 그것이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파격적 변신을 시작했다. 식상함과의 전쟁이 그것. “이제 몇 분 안 남았어요. 안 사시면 후회합니다”라며 호들갑을 떨던 ‘강매형’ 판매 방식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는 대신,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정형성 파괴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속속 메워나갔다.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가 대표격.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부부 쇼 호스트는 진짜 신혼부부로, 중간에 삽입되는 상황극은 실제 그들의 집에서 촬영된다. 쇼퍼홀릭인 부인 쇼 호스트가 구입한 홈쇼핑 제품들 때문에 터져나갈 듯한 옷장과 신발장이 화면에 잡히는 가운데 남편 쇼 호스트가 “공간도 없는데 그만 좀 사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자 부인 쇼 호스트가 자연스럽게 신발장 정리도구를 소개한다. 요즘 케이블TV에서 유행하는 ‘리얼리티극’의 짝퉁이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들 부부 쇼 호스트는 공중파 인터뷰 프로그램에 초대받을 만큼 장안의 화제다.

다큐멘터리와 토크쇼 형식도 빌려왔다. ‘스타일 온에어’는 세계적인 패션 도시들의 최신 유행 경향을 직접 보여주고, ‘스타일 배틀’에선 스타일리스트 두 명이 출연해 상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 ‘김승현의 이런 SHOW’는 버라이어티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토크쇼의 맛을 살리기 위해 홈쇼핑 방송의 가장 큰 특징인 제품 설명자막을 과감히 없앴다. 패션잡지 속 유행을 소개하는 ‘핫 아이템 인 매거진’도 색다른 프로그램 중 하나.

영업이익 증대에는 상품의 고급화도 한몫했다. 단가가 올라가면 이익도 그만큼 커진다. 여기에서도 파격은 계속된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1대에 1억7500만원 하는 벤츠 승용차를 판매 중이다. 홈쇼핑 역사상 전무후무한 도전. 아파트를 제외하고 ‘물건’ 단가로 치면 이 이상의 상품은 있을 수 없다. 첫 판매에서만 10대, 지금껏 3회 방송에 50대가 팔려나갔다.

오프라인 매장의 6개월 판매량을 단 2회 방송 만에 뛰어넘은 것. 100만원의 보증금을 내면 주어지는 시승행사에는 매번 2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린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보다 3~5% 싼 데다, 시승차를 직접 가져다주고 CJ오쇼핑이 고객 불만에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강조한 결과다. 특히 벤츠 매장이 없는 지방 고객의 구매가 많았다.

명품과 명화도 등장했다. 자연주의 명품침구 세트는 물론, 로리타 향수, 구찌 가방 등 중고가 명품들이 싼 가격에 등장하자 자존심 강한 명품족이 하나둘 TV 앞에 앉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유명 화가들의 그림도 홈쇼핑 방송에 나간 이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런 변화와 파격의 중심에는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해선 대표(54·대표이사 부사장)가 있다. CJ제일제당 출신으로 빙그레, 아모레퍼시픽에서 전설적 마케팅 신화를 쓴 그는 CJ오쇼핑 대표로 권토중래한 자리에서 딱 두 가지를 주문했다고 한다. “뻔한 것은 방송하지 마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승부하라”가 그것이다. ‘설화수’ ‘비트’ 등 무수히 많은 히트 브랜드를 양산한 그는 재미와 정보가 있는 콘텐츠 제공과 함께 중고가 명품의 판매를 지시했다.

5월11일 바뀐 사명 ‘CJ오쇼핑’도 그의 결단이 있었기에 빛을 봤다. 인터넷 쇼핑몰이 판치는 시대에 ‘집에서 쇼핑한다’는 홈쇼핑의 개념은 더 이상 바뀐 시장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 2~3년 전부터 사내 공모를 통해 이름은 결정돼 있었지만, 정작 사명 개정을 결정한 사람은 그였다. ‘O’는 ‘온라인(Online)’과 ‘온에어(On-air)’를 아우르며 ‘최적의(Optimus)’ 상품을 언제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다는 ‘옴니프레즌트(Omnipresent)’ 등의 뜻을 지닌다. 사람에 따라서는 감탄사 ‘Oh’를 떠올리기도 한다.

CJ오쇼핑 김성중 차장은 “CJ오쇼핑이 사명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쇼핑 사이트인 CJ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온라인 시장은 앞으로 성장의 여지가 크다”고 말한다. CJ오쇼핑의 매출은 TV 60%, 온라인 30%, 카탈로그 10%을 기록 중이며 최근 단장한 CJ몰에도 재미, 정보, 고급화 전략이 그대로 이식됐다.

CJ오쇼핑은 방송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가격 경쟁력보다 소비자 신뢰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제품 하자와 반품, 배상 등 모든 면에서 CJ오쇼핑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것. 특히 명품은 고객의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구매가 발생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를 위해 CJ오쇼핑은 100명의 상품기획자(MD)가 엄선된 제품을 유통시키는 동시에 배송과 반품, 배상에서도 무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중국, 인도 홈쇼핑 시장도 접수 중

한편 CJ홈쇼핑은 2004년에 진출한 중국의 2개 홈쇼핑 채널인 상하이 둥팡CJ와 톈진의 텐텐CJ에도 고급화 전략을 이어나가고 있다. 둥팡CJ의 경우 삼성, LG, 락앤락 등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어 2006년부터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2100억원의 매출액(취급매출액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인도에 문을 연 24시간 홈쇼핑 채널 홈숍18은 10개월간 1000억원 가까운 취급매출액을 보였다. 충칭과 청두에 진출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 GS홈쇼핑, 광저우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현대홈쇼핑과는 대조적인 모습.

CJ오쇼핑은 2013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의 10배인 2조원,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1조5000억원의 취급매출액을 올릴 계획이다. 이것 때문일까. CJ오쇼핑의 국내 주가는 연초보다 2배 이상 뛰었다. CJ오쇼핑의 파격과 고급화 전략은 당분간 홈쇼핑 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58~5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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