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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포스코는 지금 ‘열린 창조’에 빠졌다

정준양 체제 100일, 이유 있는 변신 … ‘순간 스퍼트’ 위해 체력 비축 한창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포스코는 지금 ‘열린 창조’에 빠졌다

포스코는 지금 ‘열린 창조’에 빠졌다
정준양(61·사진 왼쪽) 포스코 회장이 취임 100일을 넘겼다. 정 회장은 2월27일 취임 당시 “우리가 두려운 것은 암울한 경제 현실이 아니라 마음을 부지불식간 파고들 수 있는 두려움 그 자체”라는 말로 임직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월드컵을 1년 앞둔 2001년 “두려움은 곧 적”이라는 말과 함께 축구 국가대표팀에 입성한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카리스마로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결과일까. 포스코는 100여 일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정 회장이 취임 당시 제시한 세 가지 새로운 경영이념, 즉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은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 곳곳에서 실천돼 신선한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맏형님’부터 자세 낮추고 거리 좁히기

정 회장은 이해 관계자와의 상생, 협력은 물론 개방적 조직문화를 통해 소통과 신뢰를 확대해나가는 것을 ‘열린경영’ 정착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회장 자신부터 몸을 낮추고 변화를 꾀했다. 그는 출근 첫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29층의 넓은 회장실에서 서류 보고를 받는 대신, 뜨거운 용접봉 불꽃이 튀고 땀 냄새가 진동하는 고객사 생산현장으로 향했다.

또한 임직원과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해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 자리를 만들고, 본인의 일과와 세세한 생활습관까지 공개해 직위에 상관없이 범(汎)회사 차원으로 소통의 폭이 확대되도록 유도했다. 4월 개설된 ‘CEO 블로그’는 대표적인 소통 창구가 됐다. 비록 온라인을 통해서지만 직원과의 거리 좁히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 ‘CEO 블로그’에서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은 물론 공식 연설문, 주요 어록과 활동사진, 조찬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탈한 성품의 정 회장과 직원 사이에 오고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온라인에서 여러 차례 ‘피드백’되고 주목을 끌면서 조찬 간담회 시작 무렵과 달리 요즘은 회사 시스템이나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세련된’ 아이디어가 풍성하게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예를 들어, 포항 및 광양제철소 직원 각 1명씩 2명을 소개하는 ‘칭찬릴레이’ 코너와 아이디어 제안방 오픈, 평가 포상제, 전사 순환보직 프로세스, 복장 자율화 등이 조찬 간담회에서 나온 산물이다.

“사자가 수많은 물소떼 가운데 먹잇감 한 마리에만 집중하듯, 수많은 정보 가운데 특정 정보에 집중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회장이 ‘창조경영’을 강조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비유다. 비유의 초점은 ‘관심’. 특정한 것을 좋아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즐길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는 것. 포스코는 이러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창의놀이방’을 운영하고, 스포츠에 국한된 동호회도 다른 분야로 넓혀 활동을 장려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금 ‘열린 창조’에 빠졌다
관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정 회장은 기존의 인재육성 방식에도 메스를 댔다. 다소 소홀히 다뤄진 인문학 교육과 현장 교육을 대폭 강화한 것. 정 회장은 지난 4월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른바 문과와 이과 통섭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그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포스코 경영층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인 토요학습 참가 대상을 그룹사 부장급으로 확대하고, ‘논어’ ‘맹자’ ‘세계사’ 등의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다.

또한 3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전원을 현장에 배치해 ‘세상 물정’을 익히게 했다. 신입사원들은 과거처럼 6주간의 형식적 교육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입사 1년차에 4주간의 기초교육과 48주간의 현장교육을 이수해야 현업 부서에 배치받을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주문했다. 이른바 ‘VP(Visual Planning)’가 그 핵심. 잘못된 업무 관행을 ‘버리고’ 가치 있는 업무로 ‘채우자’는 것이다. 이는 곧 ‘가시화’로 연결되는데, 결국 자신의 업무처리 문제점을 남김없이 드러내 최적의 현장관리를 위한 해법을 찾자는 의도다.

정 회장이 추구하는 ‘창조경영’의 장기적, 궁극적 목표는 이러한 관심에서 출발한 기술개발, 고객가치 창출이다. 특히 그는 기술개발에 대해 “원가·품질·생산성 등은 30% 이상 획기적 개선이 가능한 분야”라며 특정 분야, 혹은 독자적 기술에 대한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경경영으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에너지 다(多)소비,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은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한계다. 이 한계를 극복하면서 원가를 절약하자는 쉽지 않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 회장은 ‘환경경영’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는다.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발전전략의 방향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흐름에 발맞춰 포스코는 철강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알루미늄, 티타늄, 마그네슘, 페로망간 아이템 소재 개발과 연료전지, 태양광 발전, 소수력 발전, 심해 발전, 풍력 발전 등 다양한 그린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미래 철강 제조공정에 대한 구상과 개발은 이미 깊은 단계까지 와 있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자전거 이용, 생활쓰레기 줄이기, 금연운동 등 일상생활에서의 환경 마인드 구축도 강조하면서 자발적 실천을 주문했다.

이런 ‘환경경영’ 전략과 맞물려 원가절감 활동도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고가의 펠릿과 강점탄 사용을 낮춰 연료 및 원료비를 줄이고, 용광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저원가 기술개발로 4153억원을 절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연초 수립한 9584억원의 절감 계획을 1조2955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현재 세기적 패러다임의 변화는 쇼트트랙 경주의 코너를 도는 것과도 같다. 지금은 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낮춘 채 순간 스퍼트를 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정 회장은 3월31일 창립 41주년 기념식에서 이 말을 던졌다. 이 한마디에 정 회장의 세 가지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은 겨울만 되면 스노보드로 스피드를 즐긴다. 하지만 최근 정 회장의 행보는 이런 모습과 상반된다. 포스코의 본격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언제 어떤 계기로 ‘스퍼트’에 나설까.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56~57)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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