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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몸 낮춘 검찰 “나도 할 말 있는데…”

“힘 좀 빼야겠다” 사면초가 공세에 속으로만 ‘부글부글’

  • 전성철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awn@donga.com

몸 낮춘 검찰 “나도 할 말 있는데…”

몸 낮춘 검찰  “나도 할 말 있는데…”
서초동이 어수선하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김경한 법무부 장관마저 교체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후폭풍이 수그러들지 않는 까닭이다.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검찰 조직은 물론 수사관행까지 통째로 손볼 태세다. 검찰에게 올여름은 어느 겨울보다 혹독하고 잔인한 계절이 될 듯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여야를 가리지 않은 탓일까.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당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을 피의사실 공표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정치보복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꾸려 대대적인 검찰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실패한 △공직자부패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대검 중수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위 공직자 수사는 공수처에 맡기며, 그 외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게 해 검찰에는 사실상 기소권만 남기겠다는 것.

여당인 한나라당도 수위는 좀 낮지만 검찰의 힘을 뺄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쇄신특위는 6월1일 전체회의에서 △중수부 폐지 또는 상설 특검 도입 등 권력형 비리 수사기구 및 관행 개선 △피의사실 브리핑 관행 근절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검찰은 임 전 총장이 “중수부를 폐지하면 부패수사 기능이 약화돼 부패공화국이 된다”고 언급한 것 말고는 검찰 개혁 논의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는 검찰 개혁 논의의 전제가 된 검찰 책임론에 수긍하지 못하는 검사들이 많다.

여야 ‘검찰 개혁’ 한목소리

재경 지검의 한 9년차 검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전까지는 의혹을 깨끗이 밝혀야 한다는 게 여론이었다”며 “공수처를 만든다고 수사 대상자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검의 한 검사도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 결과를 근거로 고발했고, 돈을 준 사람(박연차)의 진술이 명확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검찰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건 억울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수부가 수사결과 발표 때 국민의 알 권리를 들어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진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착수 경위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닿아 있다. 수사가 불가피했던 상황을 밝힘으로써 검찰 책임론에 맞서겠다는 것.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과 법원 간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불거졌다. 법원은 천 회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A4 용지 2장 분량의 기각 사유서 전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청탁과 관련해 돈을 받거나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충분치 않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고 이를 외부에 상세히 공개한 것은 검찰을 망신 주자는 의도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임 전 총장이 퇴임식 당일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강정구 교수 때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늘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으며, 광고주 협박사건이 그랬다”고 말한 점도 논란이 됐다. 대검은 그 즉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는 강 교수 사건뿐이며 광고주 협박사건 관련 지시는 ‘인터넷 유해환경을 단속하라’는 일반적 지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수사 지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다. 검찰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이렇게 다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52~52)

전성철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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