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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햇볕정책 존중? 판 깨질까 걱정”

박지원 민주당 의원 “야당, 정체성 없어 무기력하고 방황” 비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햇볕정책 존중? 판 깨질까 걱정”

“햇볕정책 존중? 판 깨질까 걱정”
박지원(66·사진) 민주당 의원은 금강산관광을 두 번 다녀왔다. 1999년 초 청와대 공보수석 때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방문한 것이 처음이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07년 8월 두 번째로 금강산을 찾았다. 가족 그리고 이희호 여사와 함께였다.

“정말 많이 변했더라. 처음 갔을 때 북한 주민들은 잔뜩 경직된 채 적대감을 드러냈고 남한 관광객들의 표정엔 호기심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 주민들이 현대아산에 사용료를 내고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로 활약했던 박 의원의 감회는 남달랐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제는 금강산에 갈 수 없다. 7월11일 금강산 총격사건 이후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 후 상황은 점점 악화돼 개성관광 중단에 이어 개성공단마저 폐쇄 위기를 맞았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으로 닦아놓은 남북관계가 새 정부 출범 10개월 만에 꽁꽁 얼어붙었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여야 대치정국이 극단으로 치닫던 12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그는 남북관계 붕괴의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철학 없는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 기본합의서 등 남북 간에 이뤄진 모든 합의에 대해 그 정신만 존중한다고 밝혔지, 북한이 신뢰할 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북정책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 힘들다.”



-정부가 대화하자고 해도, 조건 없이 지원해준다고 해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원인을 제공한 쪽은 이명박 정부다. 북측에서는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 당선 및 취임 후까지 계속 (남측을) 주시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통일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또 남북 기본합의서엔 남북이 상호 비방하지 않기로 돼 있는데도 북한으로 삐라를 날려보내고 있지 않나.”

-‘비핵개방 3000구상’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남주홍 전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얼마 전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의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을 없애면 10년 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옳지 않다. 교류 협력,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핵을 없애게 만드는 것이 대북정책이지, 핵을 없애면 도와주겠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북미협상도 6자회담도 모두 핵을 없애는 과정이다.”

-현재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일설에는 핵무기 6, 7개를 갖고 있다 하고, 그 핵무기가 기초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핵실험을 한 것은 사실 아닌가. 미국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다 해도 핵은 핵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북한 핵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목표고, 그것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이 ‘통미봉남’ 정책을 고수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나.

“미국 처지에서 보면 한국보다 일본이 더 가깝다. 미국은 그런 일본이 반대한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강행했다. 우리가 북핵 문제를 주도하지 못한 채 지금처럼 밀려난다면 일본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끝나는 순간 자동적으로 통미봉남이 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정책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통미봉남은 북미 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지, 한미동맹 강화 여부와는 무관하다. 한미관계가 좋으면 미국이 우리 처지를 존중하리라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김영삼 정권 때 미국이 북한과 제네바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나. 그때도 한미관계는 좋았다.”

2003년 6월 대북송금 특검에 의해 구속된 박 의원은 지난해 2월 사면에 이어 12월 복권될 때까지 4년6개월 가운데 2년은 감방에서, 나머지 기간은 병원에서 보냈다. 노무현 정부 5년이 그에게는 고난의 시기였다.

박 의원은 지난 10월1일 전남대 총학생회 특별강연에서 “합의 단계에 이른 남북 정상회담을 노무현 정부가 사실상 파기해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말을 아꼈지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으로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각론에서는 조금 다른 점이 있지만 기조는 같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이어받는다고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차별화를 겨냥해 특검을 받아들이고 남북 정상회담을 파기한 것이다.”

-한 친노(親盧) 직계 의원은 “그때 특검을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다쳤을 것”이라고 하던데.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체결한 10·4 공동선언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가.

“2003년에 체결됐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정말 아쉽다. 협상안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도 필요하면 수정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렇게라도 해결해나가야 한다.”

-향후 북한체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영원불멸한 체제는 없다. 변화의 가능성은 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친미주의자로 비칠 만큼 북미관계 개선과 개혁개방을 원한다. 그의 생전에 모든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익이다.”

-남북경색 국면이 얼마나 더 갈 것 같나.

“오래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도 그게 손해라는 사실을 안다. 미국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도 부시 정권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만 바뀌면 된다.”

요즘 박 의원에게는 당내 문제가 남북문제만큼이나 고민거리다. 민주당이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 최근에는 계파 간 분열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분열의 과거를 떨치지 못하고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다. 지금은 소수 야당에 불과하다.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야당에겐 견제, 감시, 투쟁이 필요하지만 무기력하다.”

-해법이 있다면.

“쩍쩍 금이 간 마른논에서는 추수를 할 수 없다. 마른논에 물을 대며 벼를 심어야 한다. 선거에서 패배한 지 얼마나 됐나. 지금은 물을 댈 때다. 지면서 이기는 방법을 써야 한다. 투쟁은 과감하게, 협상과 양보는 감동적으로 하면서 국민에게 메시지를 ‘심플하게’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문제점이 뭔지를 말해야 한다.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국회에서 말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알릴 길이 없다. 그게 당당하게 지면서 이기는 길이다.”

-당 지도부가 집권 여당을 제대로 상대하고 있다고 보나.

“많은 사람이 지도부를 비판하는데, 민주정당엔 여러 의견이 상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생각이 너무 많은것 같다. 그래서인지 뭐가 문제인지 알면서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뜻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8.12.30 667호 (p40~41)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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