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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신인 하승진 “이놈의 자유투…”

쉽게 상처받는 성격 KBL 적응 스트레스 … 농구팬들 실수 부담 떨쳐내고 맹활약 기대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거물 신인 하승진 “이놈의 자유투…”

거물 신인 하승진  “이놈의 자유투…”

자유투 실수가 잦은 하승진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이전에 맛보지 못한 농구의 흥미에 흠뻑 빠져 있다.

승진이요? 요즘 제 전화도 잘 안 받아요.”프로농구 전주 KCC의 홍보팀 관계자에게 하승진의 근황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승진이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워낙 자유투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21% 자유투 성공률 팬들도 문제 제기

하승진은 극도의 자유투 부진으로 휴대전화도 잘 받지 않을 만큼 숙소나 호텔 등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의 자유투 성공률은 11월19일 현재 21%로 19개를 던져 단 4개만 성공시키는 저조함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그의 자유투 실패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나섰고, 팬들까지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하승진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키 221.7cm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도 보기 드문 장신인 하승진은 2008~2009 프로농구 개막과 함께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KCC뿐 아니라 한국 프로농구(KBL)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팬을 잃어가는 한국 프로농구에 새로운 활력소가 돼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3세의 프로 초년병에겐 이 같은 관심과 기대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자유투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하승진은 팀 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장난도 많이 치고 선배들과도 잘 어울렸다.

2004년부터 3년간 NBA와 하부리그 D리그를 경험한 덕에 하승진은 용병들과도 가까이 지냈다. 하승진만 나타나면 훈련장이 시끌벅적했다.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구단 임원들과 가진 출정식 때는 화려한 댄스와 노래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을 정도로 무대에서까지 자신을 잘 표현해낸다. 미국 무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때문인지 기자들과 만나도 다른 신인들처럼 수줍어하지 않고 말을 곧잘 하는 편이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밝은 면의 뒤에는 여린 면이 있다. 아직 어린 탓에 쉽게 상처를 받는다. 실제 하승진이 친구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홈페이지는 문이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한다는 게 지인들의 귀띔이다. 팬들의 ‘악플’이나 안 좋은 글에 상처를 받을 땐 홈페이지 문을 닫는다. “덩치만 크지 아직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등 어린 점이 있다. 여느 막내들과 비슷하다”는 게 팀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하지만 하승진에게는 다른 신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무기가 하나 있다. 코칭스태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서상 어린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의사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

게다가 KCC는 ‘농구 황제’로 불리는 허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중고참 선수들도 감독 앞에서는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하승진은 자신의 의사를 감독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편이다.

또한 문제가 생기면 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상의하면서 KBL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KCC 김광 코치는 “승진이는 비교적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다. 코칭스태프와 의사소통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자유투 등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승진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승진은 최근 낚시 덕분에 허 감독과 더욱 가까워졌다. 시즌 개막 전 다른 선수 두세 명과 함께 허 감독과 낚시를 다녀왔다. 취미가 같은 두 사람이 낚시 가방을 들고 함께 떠난 것. 허 감독이 손수 만들어준 음식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하승진은 “그 시간이 참 좋았다”고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KCC 선수들에게는 호랑이로 통하는 허 감독이지만, 하승진은 이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듯하다.

허재 감독까지 나서 특별 관리

하승진이 이렇게 빨리 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코칭스태프의 배려도 컸다. KCC는 하승진에게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줘 그가 비(非)시즌에 충실하게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방 배정에서도 고교 선배 정의한(24)과 룸메이트를 하도록 했다. 보통 고참과 막내가 한방을 쓰는 게 프로농구 각 구단의 방 배정 룰(?)이지만 하승진은 특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또한 허 감독은 비시즌 하승진이 슈팅 훈련을 할 때 1대1 개인교습을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하승진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허 감독도 특별 관리를 한 것.

최근 하승진이 자유투 부진으로 지적받기 시작하자 허 감독은 ‘하승진 감싸기’에 나섰다. 허 감독은 기자들에게 “승진이가 다 잘하면 NBA에 있지 한국에 왔겠느냐”며 “다른 신인들처럼 하나씩 배우고 고쳐나가면 된다”고 제자 편을 들었다.

또한 최근 팀 훈련에서는 하승진이 슈팅 훈련을 할 때 부담을 덜어주려고 멀리 떨어진 채 훈련 모습을 지켜본다고 한다. 대신 멀리서도 소리는 친다. “승진아, 스냅 신경 써야지.”

농구를 늦게 시작한 하승진은 이제야 농구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프로선수에게 농구를 즐긴다는 말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전에 맛보지 못한 흥미를 느끼며 농구를 배우고 있다.

허 감독과 팀 관계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쉽게 상처를 받는 성격 탓에 몇몇 실수에서 비롯된 부담감이 하승진의 몸을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고비만 잘 넘긴다면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돌아와 코트에서 포효하는 하승진의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50~50)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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