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2008.12.02

브랜드 자산 가치 측정법 업그레이드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11-26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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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자산 가치 측정법 업그레이드
    아침에 일어나 에비앙 생수로 목을 축이고, 나이키 운동화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스타벅스로 커피를 사러 가는 사람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는 이런 일상을 살던 영국 청년 닐 부어맨이 브랜드 없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실천해나가는 분투기를 다룬 책이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부어맨의 새 생활에서도 알 수 있듯, 브랜드는 우리 삶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는 하루가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기업 처지에서는 ‘브랜드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만 간다. 그렇다면 나의, 우리 회사의, 내가 관여한 제품의 브랜드는 돈으로 따졌을 때 얼마의 가치를 지닐까.

    고려대 박찬수(46·경영학) 교수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스리니바산 교수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브랜드 자산 가치 측정법을 내놓았다. 이름은 ‘이쿼티 맵 III’. 2005년 국제 저명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 9월호에 게재된 ‘이쿼티 맵 II’를 좀더 사용하기 쉽게 개선한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브랜드 자산 가치 측정을 다룬 박사논문을 발표해 1997년 미국 마케팅학회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브랜드 자산이란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얻게 될 부가가치를 뜻한다. 연간 500억원의 이익을 내는 A라는 브랜드가 브랜드 구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이익이 100억원으로 추정된다면, 이 브랜드의 연간 가치는 400억원이 된다.

    이쿼티 맵 III에 쓰이는 변수는 크게 네 가지다.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선호도, 유통 경로에서의 노출 정도, 프로모션 활동. 이 중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선호도는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다.



    박 교수는 1998년부터 이 브랜드 자산 가치 측정법으로 삼성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을 평가해왔다. 98년 5244억원이던 애니콜의 향후 5년간 브랜드 가치는 올해 5조7000억원으로 산출됐다. 10년 만에 10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가 성과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 가치 측정법의 효용은 다양하다. 기업이 브랜드 구축을 얼마나 잘해왔는지 알 수 있고, 조직원들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박 교수는 “또한 향후 브랜드 구축 전략을 짜는 데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자산가치 측정 과정에서 해당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회계보고서를 자료로 삼는다. 이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기업 브랜드 가치 측정에 적합하지만, 개별 브랜드의 가치를 따지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박 교수가 개발한 이쿼티 맵 III는 설문조사와 기업 내부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개별 브랜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박 교수는 “이번에 측정법을 좀더 단순화, 객관화한 만큼 브랜드 연구자와 전략가들이 널리 활용해 국내 제품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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