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2008.12.02

샤방샤방 내 얼굴 자신감 보증수표

피부과에서 매달 박피하는 남자 홍현우 씨 풀코스 세안, 귀가 후 오이팩은 기본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11-26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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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방샤방 내 얼굴 자신감 보증수표
    궁금했다. 신문의 미용 또는 의학 면에는 ‘룩소영(Look so young)’을 원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며 그들을 위한 각종 시술법이 소개된다. 룩소영은 ‘젊게 보이려는 중장년층이 동안(童顔)을 넘어 적극적으로 자기 관리를 하는 현상’ 정도로 관련 업계는 해석한다. 레저 및 골프 인구 증가 등으로 피부관리에 신경 쓰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룩소영 상품의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기자는 한 피부과에 취재 섭외를 의뢰했다. 그들은 왜 룩소영 대열에 합류하고 있을까.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갈 때를 생각해보세요. ‘티코(소형차)’ 타고 갈 때와 ‘BMW 7시리즈(대형차)’ 타고 갈 때 대접이 다르잖아요? 덕분에 자신감도 생겼어요.”

    여성 뺨치는 스킨케어로 ‘룩소영’

    한 달에 한 번 이상 피부과를 찾는 홍현우(43·광고디자인 회사 프리즘 대표) 씨에게 이유를 묻자 ‘티코 vs BMW’론이 튀어나왔다. 평범한 두 아이의 아빠가 수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지를 읽으며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머쓱할 법도 한데…. 피부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먹고사는’ 직업도 아니다. 그가 매달 받는 시술은 피부 미백을 위한 스킨스케일링. 이는 피부 각질층과 상부 표피를 벗겨내는 박피 시술로 1회 비용은 15만원. 1회 시술 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는 왜 ‘박피하는 남자’가 됐을까. 홍씨는 2005년 어느 날, 밤샘 작업을 하고 이튿날 아침 고객에게 광고 시안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지만 결과는 NO! 상심한 그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거울을 봤다고 한다. 푸석푸석한 얼굴에 윤기 없는 머릿결. “제가 봐도 고달픈 얼굴이더라고요. PT 할 때 고객도 같은 생각이었을 거예요.”

    나름대로 보통 수준은 되는 ‘마스크’라고 생각했지만 생기발랄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객에게 보여줄 시안은 3가지 정도지만 보통 20여 개 시안을 만들어야 해 전날 밤샘작업은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하루 평균 흡연량(담배 1갑)과 음주량(소주 2병 + 폭탄주 5, 6잔) 등‘피부 공공의 적’들과 친해진 탓도 있었다. 시무룩한 얼굴로 일찍 귀가한 그날, 아내 김미숙(36) 씨와 ‘PT 업그레이드 전략회의’를 했다. 이날 준비한 PT 자료의 완성도는 괜찮았다. 헤어스타일과 복장도 ‘A학점’ 정도는 됐다. 갑론을박 끝에 푸석푸석한 얼굴이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홍씨 부부는 실무자 시절의 긴 머리와 콧수염, 담배꽁초, 너저분한 사무실 등 ‘광고쟁이’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아내는 홍씨에게 피부과 방문을 권했다.

    평소 아내는 직업상 고객을 많이 만나는 남편을 위해 오이팩을 해주거나 남편 얼굴에 난 뾰루지를 짜줄 만큼 신경 썼지만(그는 피부과를 다닌 뒤부터는 이런 ‘민간 처방’이 얼마나 유해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애정으로 한 일이 화를 키웠다는 것) 한계에 부닥쳤다고 판단한 것.



    “처음엔 망설여졌죠. ‘남자가 무슨…’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자들 사이에서 제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뻘쭘’하잖아요.” 그러나 다른 광고 PT를 일주일 앞두고 용기를 냈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오후와 저녁시간 대신 오전에 짬을 내 1시간여 스킨스케일링을 받았다.

    깔끔한 인상으로 인적 네트워크 확장

    미끈해진 피부에 탄력이 느껴졌고, 기분도 새로웠다.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겼다. 일주일 뒤의 PT는 단박에 고객의 ‘OK’를 이끌어냈다. “자신감이 생기니 말도 술술 잘 나오더라고요. 고객이 제 얼굴에 집중한다는 생각도 들고…. 고객 앞에서 최고의 BMW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BMW는 중후하고 신뢰감 있는 완벽한 PT였다(그는 특정 차량을 비교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후 PT 때마다 결과는 좋았고, 피부관리도 ‘강화’됐다. 아침저녁 건성으로 하던 ‘약식 세안’은 거품을 충분히 내 오랫동안 마사지하는 ‘풀코스 세안’으로 바뀌었다. 낚시나 등산, 운동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바르고 귀가 후에는 오이팩이나 감자팩으로 피부를 ‘안정’시켰다.

    1년이 지날 무렵부터 주변 사람들에게서 ‘좋은 일 있느냐’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듣게 됐으며, 당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의 업체를 추천하는 고객도 많아졌다. “깔끔한 인상이 인적 네트워크 확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게 홍씨의 생각. ‘작업’에도 도움이 되느냐고 묻자 “글쎄요. 부쩍 좋아지긴 했는데 정확히 수치로는…”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아~ 그 작업이요? 그건 안 해봤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피부관리가 자신의 2% 부족한 부분이었다며 앞으로는 탄력 개선을 위한 ‘타이탄 리프트’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이탄 리프트는 진피층의 콜라겐을 활성화해 처진 부위를 당겨주는 레이저 시술. 1회 비용은 50만~80만원 선이다.

    홍현우 씨 피부관리법은

    “충분히 거품 내 세안 … 자외선 차단제 제품 달리해야”


    샤방샤방 내 얼굴 자신감 보증수표

    홍현우 씨가 10월8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있다. 그는 평소 스킨스케일링 시술을 받지만 병원 측의 협조로 이날 레이저 시술을 체험했다.

    홍현우 씨의 피부관리법은 ‘정답’일까. CNP차앤박 피부과 박연호 원장은 ‘절반은 맞다’고 했다. 그는 “충분히 거품을 내 마사지하듯 문지른 뒤 미지근한 물(35℃)로 깨끗이 씻고, 피지 분비가 왕성한 ‘T존’은 꼼꼼히 문지르는 게 좋다”며 “세안하기 전 손을 먼저 씻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야외활동 후 감자나 오이, 녹차팩을 할 때는 농약 등에 오염된 재료일 수도 있으므로 자극성 테스트를 한 뒤 팩을 하는 게 좋다고. 자외선 차단제는 SPF(자외선 차단지수)에 따라 다른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야외활동뿐 아니라 한 시간 이상 운전할 때도 30분 전 미리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피부에 좋다고 말했다. ‘차단제의 생활화’를 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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