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2008.12.02

“국토 효율화 방안은 돌팔이 처방”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수도권은 비만으로, 지방은 영양실조로 공멸할 것”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11-26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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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 효율화 방안은 돌팔이 처방”

    심대평 대표는 “자녀들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출세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도 전 정권의 잘못으로만 보지 말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충청도 양반’이 뿔났다. 그래서 잰걸음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철폐를 위한 각종 집회나 토론회 등에서는 단골로 출연해 분노의 열기를 뿜어대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과도 ‘수도권 규제 철폐반대 국회의원 비상모임’을 만들어 연합전선을 이끌고 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67) 대표 최고위원. 11월20일 만난 그는 격한 목소리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에게 효율화 방안은 ‘다이어트가 필요한 수도권에 영양제를 주는 돌팔이 의사 처방전’이나 다름없다.

    “규제 완화로 지방은 88조원 생산 감소”

    효율화 방안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전국적으로 도시·산업용 토지를 충분히 공급해 원활한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0월30일 내놓은 것. 내년 3월부터 수도권 산업단지(공단) 내 대기업 공장 신설을 허용하고 공장총량제를 완화하는 등 수도권 규제 완화가 뼈대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사실상 붕괴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 수혜자인 경기도는 환영하면서도 “‘규제 감옥’을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반응. 이참에 수도권정비계획법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 효율화 방안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고 있는데….



    “효율화 방안은 수도권 규제 완화의 결정판이다. 선별적으로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역효과만 낼 것이다. ”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국토 전체 면적의 12%인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100대 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 85%, 금융기관 67%가 집중된 초과밀 상태다. 비만환자인 수도권에는 다이어트 처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계속 영양제를 투여하면 수도권은 초고도 비만으로, 지방은 영양실조로 공멸할 뿐이다. 효율화 방안은 영양실조 환자 음식을 빼앗아 비만환자에게 갖다주는 격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4조원 정도 투자가 늘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때문에 지방은 88조원의 생산 감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지방에 대한 투자 활성화 조치 없이 수도권을 비대하게 하면 국가경쟁력은 약화되고 부동산 투기만 조장할 것이다.”

    - 경기도는 더 나아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보면 땅값이 더 떨어져 경쟁력을 갖춘다고 보고 있다.

    “환상이다. 규제 푼다고 경기도 땅이 갑자기 몇 배 늘 것도 아니고 가용토지도 얼마 없다. 수도권의 땅(공장 부지)을 사놓은 일부 대기업의 땅값만 올려줄 뿐이다. 경기도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아니라 첨단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

    - 수도권 규제로 기업은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를 강조하는데….

    “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나가는 것은 수도권 규제 때문이 아니라 저임금과 싼 토지용지, 그리고 그 나라 시장규모 등 경제적 이유다. 정부는 규제 때문에 외국으로 갔다는 구체적 사례와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수도권의 이익과 지방 손실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도 없다. 경제위기를 빙자해 규제만 풀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약속을 서슴없이 파기하는 ‘대국민 기만극’을 벌인 셈이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과의 신뢰 부족’인데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협의체를 만들어 상생(相生)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상생 방안?

    “그동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별적으로 경기도에 공장 신·증설을 허용했다. 파주 LCD단지가 대표적이다.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상생협약을 맺어 평택, 당진 지역에 경제특구(황해경제자유구역)를 지정한 것도 상생이다. 경기도가 접경지역인 강원도나 충청북도 등과 얼마든지 이런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맺으면 함께 살 수 있다. 수도권은 이제 제조업 중심으로 기업을 늘리거나 노동자를 수용할 게 아니라, 금융이나 유통 혹은 서비스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

    - 청와대는 지방우선 정책은 변함없으며 지방발전 방안도 곧 발표하겠다고 한다.

    “항상 그런 식이다. 정책 발표를 하고 반발이 심하면 추가 대책을 내놓는 식이다. 효율화 방안은 정부가 대통령의 747 공약(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에 함몰된 조급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때와 지금은 경제 여건이 확 바뀌었다. 어려울수록 멀리 내다봐야 한다. 지방에 투자를 확대해 구매력을 키워야 상생한다. 경제가 어려우니 규제를 풀면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참모들의 단순논리도 문제다. 정권은 5년으로 유한하지만 국가는 계속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 지난 9월19일에는 선진당 의원 등 28명이 공동으로 세종시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대안 중 하나다. 8조5000억원이 투자돼 2010년 7월 특별자치시로 출범해야 한다. 불과 2년 남았다. 준비 기간이 촉박한데도 정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 행복도시 기능을 변질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총리 기용설이 있었다. 총리 기용에 부정적인 이회창 총재와도 서먹했었는데….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이 총재는 당 운영 등 모든 것을 나와 상의해서 진행한다고 여기고 있었고, 나는 이미 결정하고 통보한다고 여겼다. 서로 이야기했다.”

    - 서운하지 않았나.

    “서운하다고 사람 관계를 곧바로 자를 수는 없지 않은가. 서로 맞춰가야지. 내가 17대 대선에서 대선후보로 나선 것은 10% 자의, 90%가 타의였다. 다음 총선도 대비해야 했다. 대선을 끝까지 치르려 했지만 상황이 안 됐고, 결국 보수대연합으로 정권교체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도운 것이다. 전국적 이미지를 지닌 이 총재는 당시 국민중심당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지만 충청권 대표당, 그리고 양당 간 조정자 구실의 제3당이 등장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도 결국 보수 대 보수 구도로 간 것이 컸다고 본다.”

    - 요즘은 이명박 대통령과 인식 차이가 큰 것 같다.

    “그런가.(웃음)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심 지사(당시 충남지사)도 서울시장이었으면 반대했을 거요’라고 하기에 ‘내가 서울시장이면 더 떼어놓겠다’고 했다. 서울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이 어디 있는가.”

    TIPS

    수도권정비계획법


    수도권 정비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 배치를 유도하고 수도권 정비와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해 1982년 12월 제정됐다. 수도권을 △과밀억제 권역 △성장관리 권역 △자연보전 권역으로 구분하고, 인구집중유발 시설물에 대한 과밀부담금 부과 등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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