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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ironment

낙후된 시골 섬이 10년 만에 재생에너지 메카로

‘기적의 땅’ 덴마크 삼쇠섬 … 관광객 늘고 에너지 수입도 짭짤, 전 세계 언론 조명

  • 임근형 주(駐)덴마크 대사

낙후된 시골 섬이 10년 만에 재생에너지 메카로

낙후된 시골 섬이 10년 만에 재생에너지 메카로

덴마크 삼쇠 섬 앞바다에 설치돼 있는 해상풍력발전기의 대형 프로펠러가 돌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삼쇠 섬에 변화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1997년이다. 덴마크 환경에너지부가 실시한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재생에너지 섬으로 선정된 것.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지금, 섬은 탄소 중립지대를 넘어 탄소 네거티브 섬으로 탈바꿈했다.

덴마크 중앙에 자리한 호리병 모양의 작은 섬 삼쇠(Samsø) 섬이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올랐다. 미국 타임지, NBC 방송, 영국 로이터 통신, 가디언지 등 세계 각국 언론들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것. 이 섬은 면적 114km2에 인구 4200명으로 강화도 면적의 3분의 1, 울릉도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이 섬은 한국의 여느 시골 섬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66세 이상 노인들이 섬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덴마크 전체 평균은 13%)해 덴마크에서도 가장 노령화되고 낙후한 섬이었다. 이 섬에 변화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1997년이다. 덴마크 환경에너지부가 실시한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재생에너지 섬으로 선정된 것.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지금, 섬은 탄소 중립지대를 넘어 탄소 네거티브 섬(탄소 배출량이 제로 이하)으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 터빈과 바이오매스, 태양열 등을 이용해 생산한 에너지가 섬 전체에서 쓰고도 남아 본토로 수출하고 있다. 저학력 저소득인 고령의 농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섬 주민들이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일궈냈을까? 우리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실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삼쇠 섬으로 비법을 찾아 나섰다.

10월7일 아침 코펜하겐에서 승용차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칼룬트보그항에서 페리를 타고 섬을 향해 출발했다. 배 안에서 우연찮게 소렌 헤르멘센 삼쇠에너지아카데미 소장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헤르멘센 소장은 삼쇠 섬을 재생에너지 섬으로 변모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인물이다. 그는 의심이 많고 보수적인 섬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데 앞장섰다. 타임지는 그를 ‘환경 영웅(Environment Hero)’으로 평가했다.

헤르멘센 소장은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지만 바로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가 없었다면 재생에너지 구상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섬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에너지 소비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주민들은 수많은 공개회의와 토론을 벌였으며, 이 과정을 통해 처음 가졌던 의심이 점차 진정한 관심으로 바뀌었고 결국 투자로까지 연결됐습니다. 섬 내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대부분에 주민들이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투자를 결정한 것은 자신들의 투자가 섬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투자한 만큼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확신은 문제점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삼쇠 섬의 에너지 발전 설비는 발전용 육상풍력발전기 11기와 해상풍력발전기 10기 그리고 지역난방용으로 밀짚 연소 시설 3개, 태양열과 나뭇조각 연소 시설 각 1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들은 이들 대부분의 시설에 개인 또는 협동조합 형태로 투자했다.

육상풍력발전기 11기에 6600만 덴마크 크로네(약 132억원), 해상풍력발전기 10기에 2억5000만 크로네(약 500억원), 지역난방공장 3개에 4500만 크로네(약 90억원), 태양열과 바이오매스, 지열열펌프 발전시설에 1500만 크로네(약 30억원) 등 모두 8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 중 덴마크 정부의 보조금은 7.5%에 해당하는 60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만 봐도 주민들의 투자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이어지는 헤르멘센 소장의 설명이다.

“과감한 투자는 주민들에게 에너지 비용 절감과 더불어 실질적인 투자소득을 안겨줬습니다. 예를 들어 10기의 해상풍력발전 터빈에 가구당 2000유로에서 4000유로를 투자했는데, 현재 가구당 연간 400유로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기료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싸졌습니다. 해상풍력발전기 건설비용의 절반을 투자한 시 정부도 매년 4000유로 상당의 수익을 얻는데, 시 정부는 이를 다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民·官·産 땀의 결실 … 가구당 연간 400유로 투자수익

헤르멘센 소장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기초공사부터 각종 전기장비 설치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노동력을 섬 자체에서 조달한 것. 주민들은 이를 위해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전문가를 초빙해 관련 기술교육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믿게 됐다. 주민들은 이제 더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헤르멘센 소장이 이끌고 있는 삼쇠에너지아카데미를 방문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홍보, 연구, 전시 등을 목적으로 2006년 건립된 아카데미 건물은 그 자체가 태양열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 온갖 종류의 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풍력발전, 밀짚 연소 및 태양열을 활용한 지역난방, 유채씨유를 자동차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 등 섬 안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재생에너지를 연구 중이다. 아카데미에서 에너지학교를 운영하는 프랑크 문트 과장이 건물에 대해 설명했다.

“삼쇠에너지아카데미 건물은 쉽고 간단하게 지어진 새로운 형태의 건물이에요. 기존 건물처럼 땅을 파서 만든 것이 아니라, 소나무 등 값싼 목재를 활용해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그냥 지면 위에 올려놓았어요. 이 때문에 지면과 건물 바닥 사이에 공간이 있습니다. 지붕은 태양열 전지판으로 덮었고 단열을 위해 나무벽 사이를 종이 울(paper wool)로 채웠습니다. 창문은 풍속과 조도 등을 컴퓨터로 측정해 자동 개폐될 수 있게 했고, 열 저장을 통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아카데미 건물에는 삼쇠에너지·환경과 삼쇠에너지청, 덴마크에너지서비스청 등 삼쇠 섬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주요 단체 직원들이 상주한다. 이들은 주민들에 대한 상담은 물론 각종 세미나를 주최하고 재생에너지를 배우러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아카데미는 이제 주요 관광명소가 됐다. 학생, 교수, 외교관, 정치인, 기업인 등 매년 수천명이 방문하고 있다.

문트 과장의 설명을 들으니 재생에너지에서의 성공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아카데미의 모습이 요즘 흔히 말하는 ‘친환경 관광(Eco-Tourism)’ ‘지역기반 관광(Community-Based Tourism)’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를 나서서 육상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는 브룬디 지역으로 향했다. 2000년에 완공된 육상풍력발전기 5기는 모두 1MW(메가와트)급으로 발전기 1기당 630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육상풍력발전기의 설치 덕분에 주민들은 투자수익뿐 아니라 각 가정의 전기 사용료를 연간 60만원 정도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문트 과장의 이야기다.

낙후된 시골 섬이 10년 만에 재생에너지 메카로

삼쇠 섬의 밸른과 브룬디 지역 난방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밀짚연소 지역난방공장에 쌓여 있는 짚단 더미(왼쪽)와 놀드비, 말업 지역의 난방을 책임지는 태양열판.

짚단 이용한 지역난방공장도 주민들이 100% 투자

“풍력발전기 설치 및 보수를 섬 주민들이 직접 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씨가 그중 한 명인데요, 그는 요즘 전력통제 박스(Control Box)를 개발 중입니다. 그 기계가 개발되면 가정의 전기 사용료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는 전력배송망(electricity national grid)으로 판매하고, 각 가정은 이를 다시 구입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지요. 만약 전력통제 박스가 상용화되면 인근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값싸게 전기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주민들은 스스로 재생에너지 시설을 계속 혁신해나가고 있습니다.”

풍력발전기는 소음이 크다. 대지 활용을 어렵게 해 땅값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풍력발전기가 자신의 땅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장소를 바꾸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았다. 풍력발전기 5기가 논밭 한가운데서 힘찬 소리를 내며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재생에너지 설비 건설에 극렬히 반대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렸다.

섬의 난방을 책임지는 곳은 밀짚연소 지역난방공장과 태양열 및 나뭇조각연소 지역난방공장 등이다. 이곳에서 섬 난방 수요의 70% 이상을 해결하고 있다. 밀짚연소 지역난방공장은 밸른과 브룬디, 두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 인근에 자리한다. 2004년부터 운영 중인 이 공장은 마을 주민 232명이 100% 투자해서 만들었다.

공장에 들어서니 3㎥ 크기의 짚단 더미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짚단 더미 하나면 한 가구의 이틀분 난방을 할 수 있습니다. 짚단 가격이 석유의 6분의 1에서 7분의 1 정도로 저렴하고,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지요. 그리고 대부분 섬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문트 과장의 설명이다.

놀드비와 말업 지역의 난방을 책임지는 지역난방공장은 보기 드물게 태양열과 나뭇조각 연소를 함께 활용하는 매우 독특한 공장이다. 공장 주변에는 2500㎡에 걸쳐 태양열판이 펼쳐져 있었고, 창고는 나뭇조각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난방의 80%는 나뭇조각으로, 나머지 20%는 태양열에서 얻는다고 한다.

공장 방문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유채씨유를 생산해 트랙터와 자동차 등의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농부 에리크 씨의 공장에 잠시 들렀다.

당초 구상했던 삼쇠 섬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실패작이 전기자동차라고 한다. 1997년 당시 섬 내 마을 간 이동거리가 짧아 전기자동차 운행에 적합하고 풍력발전으로 전기자동차의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10년 내에 섬 주민들의 자동차 10%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한다”는 구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경제성이나 시장성 부족으로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유채씨유는 바로 이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로 에리크 씨가 연구 중이다.

공장 안에 들어가보니 탱크 안에 유채씨유가 가득했다. 진공청소기를 펌프로 활용하는 등 설비들은 대체로 조악해 보였다. 문트 과장은 공장을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에리크 씨는 유채씨로 기름을 만들어 이를 경운기와 승용차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산물인 기름 케이크는 소들의 사료로 사용하지요. 그는 디젤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합니다. 물론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환경에도 좋고요. 지금 이용하고 있는 기술 수준은 간단한 것이지만 향후 기술을 발전시켜 코끼리풀 등에서 대량으로 기름을 추출한다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질 것입니다.”

삼쇠 섬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코펜하겐으로 돌아오는 페리 안에서 삼쇠 섬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에 대해 곰곰 생각해봤다. 삼쇠 섬의 성공은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명확한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제시됐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 허덕이는 주민들이 환경보호와 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그럴싸한 구호에만 동조됐을 리는 만무하다. 특히 주민들은 재생에너지가 섬 전체의 발전뿐 아니라 자신들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쇠 섬의 성공 스토리는 무엇보다 환경론자들의 막연한 구호로만 생각되던 녹색사회, 녹색성장이 실현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우리도 이러한 가능성을 믿고 한국형 삼쇠 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54~56)

임근형 주(駐)덴마크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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